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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치아 May 17. 2021

[작문연습]:기성세대가 된 내가 20대에게...

어떤 졸업식 축사

2041년 8월 23일, 한국대학교 학위수여식 축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영광스러운 한국대학교 제158회 학위수여식을 맞이하여 졸업생 여러분께 무한한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대학교를 떠나 자랑스럽게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과 영광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졸업식은 그동안의 배움을 마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동안 즐거웠던 평화로운 교정을 벗어나 온갖 어려움과 도전으로 가득한 사회로의 첫걸음을 상징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을 영어로 ‘graduation’보다 시작을 뜻하는 ‘commencement’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학생에서 ‘청년’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의 시작. 그것이 졸업식의 의미일 테죠.      


이렇듯, 교정을 나가는 순간부터 여러분들은 청년으로서 끊임없이 ‘미래의 해결사’로 호명될 것입니다. 사회에 나갈 여러분들을 보니 저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제 경험을 빗대어 설명하자면, 사회는 여러분께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고 조언하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하며, 노오오력하지 않는 여러분에게 ‘달관세대’라는 오명을 씌우며 채찍질할 것입니다. 이런 말들이 공통적으로 하려는 말이 무엇일까요? 바로 ‘청년이여, 분노하고 저항하라!’라는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과연 청년이 정말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까요? 이를 좀 더 풀어보면 이런 뜻이 될 것입니다. “청년이여, 분노하고 저항하라. 하지만 기성세대는 세상을 바꿀 생각이 없다.” “미래는 젊은이들의 것”이라는 가슴을 들끓게 하는 이 한 마디가 텅 빈 수사가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저의 선배님들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1987년의 6월, 선배님들의 함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청년의 투쟁을 자신의 싸움으로 여기며 함께하는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숨 걸고 앞장선 정치 거물들과 청년들을 숨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준 종교·시민 단체와 전경의 진압봉을 온몸으로 막아준 수많은 넥타이 부대들이 없었다면 청년들의 분노와 저항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면,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린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알을 깨기 위해서는 안과 밖에서 ‘함께’ 쪼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자리에 계신 교수님, 학부모님, 그리고 내빈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청년들을 믿어 주십시오.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젊은이들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청년에게 기대를 건다면 먼저 청년들의 분노와 저항에 함께 하십시오. 청년과 연대하고 협력하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교정을 떠나 언젠가 기성세대가 될 졸업생 여러분들께서도 꼭 제 말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졸업과 기성세대와 함께하는 여러분들의 새로운 출발에 축복을 기원하며 이만 말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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