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 Jul 03. 2023

위로가 되어주는 참치죽 만들기

아픔을 같이 나눈다는 건

평소 죽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생각해 보니 꼭 어딘가 아플 때마다 먹었던 거 같다. 요즘 유명한 프랜차이즈 점에서 워낙 다양하고 맛있게 나와 어쩌면 포장으로 먹는 게 편하고 오히려 재료비도 아낄 수 있지만 정성 들여 만드는 죽만큼 아픈 이를 위로해 주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비록 죽을 만드는 재료들과 레시피는 간단하지만 만드는 동안 쌀이 냄비에 달라붙지 않게 계속해서 저어 줘야만 하는 정성 가득한 음식이기에 아픈 이를 위해 만드는 죽만큼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다.




평소에 워낙 이곳저곳 쑤시고 아픈 곳이 많은 나와 달리 남편이 아픈 날들은 흔치 않은 남편의 모교에 벚꽃을 구경하기로 간 그날 아침, 목 한쪽이 육안으로 보일 만큼 퉁퉁 부어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숨 쉬기도 불편하고 목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급히 다녀오니 임파선이 부어 약을 먹고도 차도가 없으면 응급실까지 가야 할 정도록 상태가 심각했었다. 병원에 보내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독한 약에 속이 다치지 않게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옆에서 간호해 주는 일이 전부였다. 걱정과 달리 주말 동안 참치죽, 갈비탕, 도라지차 등등 몸에 좋은 음식들이란 다 먹여놔서 그런지 금방 털고 일어난 남편. 회복이 빠른 건지 아님 음식들로 털고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남편이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너무나도 심심해서 날 두고 이렇게 아픈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가족의 품을 떠나 약 4년간 혼자 타지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알고는 두 번 다시 못한다'는 말이 아마 나의 첫 타지생활이 아닐까 싶다. 낯선 타국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가족도 지인도 없는 타국에 홀로 떠나기로 결심했던 이 결정의 순간에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선택하지는 않으리.


타국에서 가장 서러웠던 순간들을 생각해 보자면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혼자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밤새도록 아팠었던 날, 온갖 영문으로 뒤덮여있는 낯선 약봉투를 보며 쓰디쓴 빈속에 먹던 그때,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는 게 어떤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조금만 욕심을 더하자면 따뜻한 죽 한 그릇까지 말이다. 아플 때 혼자 삼키며 지냈던 기억들이 있어서 그런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때에는 상황 불문하고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마음가짐까지... 어쩌면 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드는 계기들은 나의 아팠던 경험을 통해 생겨나는 그런 사소한 다짐들이 아닐까 싶다.


따뜻한 죽 한 그릇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삶을 살아가기를.





작가의 이전글 비 오는 날 오징어부침개를 찾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