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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Jul 24. 2021

2002년 월드컵, 막냇동생이 생겼다

간접 육아 경험, 터울 나는 동생이 있다는 건

나에게는 11살 어린 막냇동생이 있다. 내가 꽤나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어릴 적 엄마의 입덧부터 동생 소식을 듣기까지, 출산하는 날 등 대부분의 순간들이 기억이 난다. 엄마의 입덧을 보며 죽을병에 걸린 줄 알고

대성통곡을 하다 알게 된 막냇동생의 소식은 너무나도 뜻밖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신기한 건 동생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항상 나는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보다는 그저 내 밑으로 동생이 생긴다는 기쁨이 더욱 컸던 거 같다.


두 자매가 엄마의 출산소식을 알리는 방법  


2003년 4월 9일 여느 때와 다를 거 없었던 나의 하굣길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빠의 편지가 현관 앞에 붙여있었는데 내용은 대략 '엄마가 막내를 만나러 병원에 입원하니 당분간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라'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 집 열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던 시절이다.)

사실 정확한 모든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이 나온다는 소식보단 '병원에 입원' 했다는 문구만 머리에

박혀 그 편지를 들고 아파트가 떠내려갈 정도록 울고 돌아다녔다.  

뒤늦게 하교한 나의 둘째 동생은 아빠의 편지를 보고 나와 정반대로 신이나 아파트를 뛰어다녔는데 이 모습 때문에 온 동네에 막내의 출산 소식이 다 퍼져버렸다. 이 덕분에 엄마가 따로 출산소식을 알리지 않아도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뭐... 정신없는 와중에 우리 두 자매가 한 건 해준 기분이다.


간접 육아 경험


우리 삼 남매 중 정말 순하게 자란 게 우리 막냇동생이라고 한다. 나는 둘째와 막내의 중간이라면 둘째는 육아 난이도 최상, 막내는 최하 정도라 생각하면 되겠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키우기 무난했지만 첫 째라 어려움이 많았었고 둘째는 상상초월이라고 한다. 당시 엄마의 몸무게가 45kg까지 빠질 정도였다니 힘들어도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라고 한다. 잠투정도 너무 심해 침대에 떼어놓지도 못하고 어릴 때 얼마나 까칠한지 밖에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막내는 너무 순하고 순해 이런 아기가 나온다면 또 낳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신다. 나도 막내의 성장과정을 보면 '이 정도면 육아해볼 만하겠는데?' 싶다가도 둘째를 생각하면 다시 딩크족으로 마음이 굳혀진다.


터울이 나는 동생이 있다는 건


회사에서도 나와 동생들이 터울이 꽤나 나는 걸 알고 둘째 계획을 망설이고 있는 회사분들이 종종 물어본다.

'동생이 태어난다고 할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동생이 어린데 불편한 건 없나요?' 등등 둘째 계획을 뒤늦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떠오르나 보다. 그리고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나이 차이 상관없이 동생이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물론 키워야 하는 부모님들이야 여러 상황들에 부딪쳐 힘들 수는 있지만 형제, 자매가 생긴다는 건 가족들에게 큰 축복이다.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 삼 남매도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눌 때 온 집안이 시끌벅적하다. 모이기만 하면 매일이 명절 같은 분위기다. 나는 이런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우리 집이 너무나도 좋다. 첫째와 터울이 크게 나서 둘째를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은 큰 고민이 아니라 말씀드리고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2002년 뜨거운 월드컵 열기에 부모님이 생각지도 않은 막내를 갖게 되었던 점이 우리 집에 큰 터닝포인트였다. 막내는 나에게 있어 동생이자 자식 같은 마음도 든다. 간접 육아 경험 때문에 먼 훗날 나의 2세가 태어난다면 엄마는 처음이지만 왠지 잘 해처 나갈 수 있을 거 같은 예감도 든다.

지금과 같이 늘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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