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종교

#30

by 빨간우산


종교가 미신이 된 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올려다보는 신의 자리엔
'나'라는 존재가 올라섰다.
'나'는 절대적인 말씀이고 구원의 메시지다.
모두가 '나'를 좇고 떠받든다.

신의 자리에 올라선 '나'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모든 상식과 가치는 '나'로부터 비롯되고
관습과 정의의 기준도 '나'에 의해 정해졌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

'나'라는 종교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 종교가 섬기는 '나'라는 신이

누구에게나 같은 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난점은 이전의 종교와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문제를 유발하는데,
각자의 '나'가 곧 각자에겐 '신'이 되므로

신은 '나'의 숫자만큼

제각기 다르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이다.


그로 인해 이전의 종교가 가졌던

개인의 '억압'이라는 단점은 사라지지만

대신 사람간의 공동체적 '결속'이라는 장점 또한

상실되고 만다.

그 결과 개인은 무한한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댓가로 제각각의 닫힌 세계에 스스를 가두고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고립'이 초래된다.


더 큰 문제는 이 종교가 누구에 의해서도 다스려지거나 개선될 수 없는 불가침의 성역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각자의 신을 외치는 셈이 되니,
'나'라는 종교 타인이 들어설 자리는 없고


그곳엔
섬기는 신자와 섬겨지는 신이
한 몸으로 공생한다.


'나'의 세계는

오로지 나에 의한 독재로 다스려지지만

다스려지는 자 또한 나 홀로일 뿐이다.

그러므로 갈 곳없는 절대권력의 공허한 발길만이

질팡 방황하는

황량한 독재국가의 닫힌 세계가

곧 '나'의 영토다.


'나'라는 종교의 신이자 그 신의 신자이며,

종교 그 자체인 '나'는
이제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는 더이상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은채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 무한한 자격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아무도 구원하지 않는 지배의 권력만을 행사한다.


결국 신이 된 '나'는
타인과 우리를 갈라놓고
나를 '나'라는 종교 안으로 가둔다.

'나'는 신의 이름을 얻었지만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채 고립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경배하며
말라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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