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피노키오』
삶은 고통이며 세상은 부조리하다는 진실 앞에 선 처절한 동화.
상처와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뒤늦은 체념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는 끔찍한 기쁨, 그것이 최선이라는 현실 앞에 홀로 선 피노키오. 비틀비틀 불완전하고 불안한, 자신의 욕망을 제멋대로 해소하길 멈추지 않는 피노키오는 바로 우리의 모습.
고통의 뿌리는 우리 스스로이며 그렇게 뻗어나간 삶에의 의욕으로 우리는 갈등하고 찢어지고 자멸한다. (영화 초반 귀뚜라미-소설가가 벽에 거는 초상화는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을 암시한다) 판타지로 숨어버리기보다는 정면을 응시하며 부여잡을 사랑을 찾아나선 동화 이야기. 디즈니의 피노키오를 삶의 생생한 진실 앞에 고뇌하는 소설로 다시 탄생시킨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귀뚜라미-소설가는 그를 대변하는 분신이 아닐까)
고도의 디지털 시대에 핸드메이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장 판타지스러운 형식을 선택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의 '판타지적' 해석으로 편하게 숨어버리는 결말이 아쉬운. (영화 후반부 귀뚜라미-소설가의 초상화는 '가족'사진으로 대체된다) 역시 동화는 동화여야만 했던 것일까. 하긴 사랑이 판타지인 세상이 아닌가 지금은.
- 각본: 기예르모 델 토로, 패트릭 맥헤일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마크 구스타프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