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외계+인 : 1부』
이렇게 재미난 요소들이 그득그득한데, 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
감독은 두 편을 한 편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관객은 한 편을 그저 한 편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초반에 너무도 많이, 그리고 너무도 오래, 던져놓은 떡밥과 미끼들이 회수되지 못하고 하나의 이야기라는 퍼즐에 끼워지지 못한 채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파편으로 떠돈다. 한 줄로 꾀어지지 못한 파편들의 '무의미'를 관객이 견디지 못해 슬슬 지루함을 호소하기 시작할 때쯤 비로소 이야기의 일부로서 파편들이 의미를 획득하는 후반부에 이르지만, 그 땐 이미 관객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나 있거나 흥미를 잃은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있다. 그래서 정작 퍼즐 맞추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좀처럼 발동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떡밥이 회수되는 후반부에서마저도 명쾌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이마저도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아, 보는 이가 몇 개의 대사를 모티브로 이전의 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용하는 플래시 백을 통한 과거 이야기의 요약같은 장면이 없어 관객들 입장에서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머릿 속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재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거 부분(정확히 말해 지구 상의 과거보다는 우주 저 멀리서 벌어지는 과거 이야기)은 거의 프리퀄 영화 한편을 만들어야 할 정도의 분량과 무게감을 가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거 이야기가 머릿 속에 구성되어야만 비로소 전체 그림의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구성해보려 해도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액션이 너무도 빠르고 긴박한 것이다.(그렇다보니 이야기를 요약해주는 재연된 장면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남는다)
그러니까 뭔가, 제시어 몇 개를 받고 퀴즈를 풀어야 하는데 먹고 마셔야 하는 음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기분이랄까. 골똘히 생각하고 추론하기에는 차려진게 너무 많아 머리보다는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겪는 이 모든 불리함은 한 편으로 종결되는, 결말이 있는 닫힌 구조의 영화보기를 전제로 할 때 발생된다고 한다면 거꾸로 이 영화를 한 편이 아닌 반 편짜리 영화, 즉 결말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열린 구조라는 걸 미리 감안하고 예상한다면, 그 정도의 낭패와 짜증,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대한 원망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 조금씩 맞아들어가는 퍼즐과 비어있는 부분에 대한 의문들로 인해 오히려 해석자로서의 적극성이 발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그러니까 파편의 의미없음을 일단 내버려두는 여유로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면, 이 영화엔 즐길만한 볼 거리와 재미 요소가 너무도 많은 것이다.
고려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외계와 인간이 대결한다는 이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CG는 이미 너무 훌륭하고 온갖 배우들이 등장하는데다(이 사람도 나와?) 사건 전개의 속도와 액션의 파괴력이 숨 쉴틈 없이 펼쳐지면서 스릴과 코믹이 적절하게 배분된 최동훈표 블록버스터인 것이다.
안타깝도다. 이토록 대규모로 투자된, 결과물도 이토록 매끈하게 잘 빠진 영화가 단지 '반 편'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외면받다니. 그러니, 이야기가 중간에 멈춰버리는 반 편이 아니라 큰 이야기 속에서도 작은 이야기 한 편으로 종결되는(가령 '어벤져스'라는 훌륭한 샘플이 있다) 제목에서 말하듯 정말로 '1부'로서 한 편의 영화였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제와서 너무 늦어버렸구나.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여러분들~ 떡밥 회수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야기가 중간에 결말 없이 끝나요. 반 편짜리 이야기니까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봐요.(곧, 나머지 반 편이 나온다잖아요) 정말 이런 관점으로 보면 엄청 재미있습니다. 제가 보장해요~
그러니까,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데 필요한 열린 마음이란 어디 이 영화에 대해서만이겠는가...
각본: 최동훈, 이기철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