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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

20230709

by 빨간우산

언제나 '시작'은 어렵다.


시작하는 일이야말로, 일하는 과정 중 가장 어려운 일이며 용기와 성실함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작'을 시작하고 나면 그 이후의 과정은 의외로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는데, 잘 안되면 안 되는 데로 잘 되면 되는 데로 어찌 되었던 계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던 걸 계속하는 일이란 시작의 탄력을 받은 가속도 때문에라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같은 걸 예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아침에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 달리기를 '시작'하기까지, 혹은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작'하기까지는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해서 10m를 뛰어보면, 일단 팔굽혀펴기 1개를 하고 나면 그냥 하던 김에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몇 m에서 멈춰 설지, 몇 개에서 그만둘지는 몰라도 어쨌든 하던 중에는 힘들어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0m라도 뛰기 '시작'하고, 1개로도 팔굽혀펴기를 '시작'하는 그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혹은 있다 저녁에, 아니면 내일부터, 다음 달부터 이렇게 미루고자 하는 유혹을 견디기가 어렵고 누워있는 지금의 상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지금의 쾌락을 그만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정말이지 삶에 얼마 안 되는 지혜의 진리 중 하나다. 그리고 이렇게 굳이 '시작이 반'이라는 테마로 글을 쓰고 있는 건, 언젠가부터 글쓰기를 시도해 보지만 계속 미루게 되는 이 고질적인 게으름을 타파하고 지금 당장 그 '시작'이란걸 시작해 보고자, 그리고 그런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 보기 위해서다.


일단 '시작'을 시작했으니, 나는 글쓰기의 '반'을 달성한 셈이고 그러니 내일부터는 51%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시작이 그만큼 힘들다는 걸 상징적으로 표현한 속담을 가지고 이렇게 자기 편한 대로 안이하게 해석하는 걸 보니, 아직 그 '시작'을 계속 시작해 가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말했듯, 그 시작의 탄력과 가속도를 한번 믿어보려 한다. 과연, 내일은 다시 그 '시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탄력과 가속도는 살아있을 것인가?


달기기의 한 발을 내딛고서는, 팔굽혀펴기 단 한번에 탄력과 가속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요행을 바라는 심정 아닌가. 게으르 애처로운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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