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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Aug 17. 2017

Positioning하지 말고 Tasting하라

소비자 행동론에서 디지털 행동론으로 #7

지금까지 마케팅은 나이, 성별,거주 지역, 소득 등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세분화된 동질 집단으로 구분하고(고객세분화:Segmentation) 특정 집단을 목표 고객으로 설정하여(목표고객 설정: Targeting), 이들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하는차별화된 컨셉으로 제품의 가치를 제안하는(포지셔닝:Positioning)이른바 STP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STP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단계로서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의 방향성이 결정되기때문에, 전략 수립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하지만디지털 세계에 들어서면서 고객 세분화와 목표고객 설정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의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에 의해 이용 가능한 정보의 양과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정보의 공유 또한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들 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양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관심사나 취미, 욕구 등을 발견해 나갈 수 있게되었으며 이러한 정보 소비 활동은 개개인의 취향을 발달, 강화시키게 되었다. 게다가 아주 세밀한 영역까지 정보가 개방돼 있어 소비자의 지식과 이해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이와 비례하여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은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 더불어 매일 새로운 것이 쏟아지기에 이들의 관심사는 급격하게 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소비자를 인구통계 정보, 즉 성별, 나이, 거주 지역, 소득등에 의해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SNS 상에서 소비자들이 게시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들을보면, 각기 천차만별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공간이란 곳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남들과 동질적인 사람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나만의 취향을 자랑하는 것이 미덕이 되며 따라서 취향과 기호가 나이, 지역, 직업 등에 따라 구분되기 어렵고 오직 한 개개인의 단위로서 구분될 수 있다.20대의 패션을 고집하는 40대도 있는 반면, 댄디하고클래식한 수트를 선호하는 30대도 있다. 강동에 거주하지만이태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할 수도 있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직업으로 하면서도, 자유롭고 거친 헤비메탈 음악을 선호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의개개인도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으로 자신을 연출하기 때문에, 한 개인에게도다양한 Multi-Identity를 가지고 생활하기도 한다. 그리고각 상황마다 어울리는 패션과 어울리는 스타일, 어울리는 아이템, 심지어말투와 표정까지도 어울리는 아이덴티티를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Multi-Identity를 강조하는 ABC마트의 광고


영국의 트렌드 분석 전문회사 Trendwatching.com또한이런 현상을 ‘Post-Demographic Consumerism’, 즉, ‘탈-인구통계학적 소비론’이라는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최근 자유롭게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결과적으로 마케터가 생각하던 대로 행동하지 않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으며,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소비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케터로 하여금 다양한 소비자들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욕구들에 대응하고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마케팅 전략의 수립 자체를 술래 잡기와 같은 난제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이러한 카멜레온과도 같은 소비자의 눈에 들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디지털 시대 성공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열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 또한 디지털 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디지털 상에서 수집되는 정보는, 인구통계학 정보보다는개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정보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의미 있게 수집되고 있다. 우리가 SNS에서 수집하는 의미 있는 정보란 성별과 나이, 직업과 같은 신상 정보보다는(프라이버시 문제로 수집이 불가능한 경우가대부분이지만), 주로 ‘무엇을 좋아하는가?’ 즉 오늘 무슨 영화를 보았는데 어떠했고, 친구가 공유한 동영상이재미있었는지, 지금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 등등 주로 개인의 취향에 관한 정보들이 수집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가 마케팅에 더욱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개인 취향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디지털 세상


따라서 마케터는 디지털 세계에서 생산되는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관한 정보들을 끊임 없이 수집하고 지속적으로모니터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취향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분석 도구를 마련해야한다. 하지만 분석 도구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실시간 데이터들의추이를 관찰하며 소비자들의 취향이 어떻게 다분화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취향을 이끌어 내는 사회문화적, 혹은 심리적 동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을길러야 한다.


요컨대,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마케팅 전략의 방향을 수립하는프로세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전의 STP 중심의 전략은인구통계 정보에 의존하여 소비자들을 ‘당신은 누구인가’라는관점에서 구분하고 그들을 동일집단으로 가정하여 각각의 집단에 맞는 포지셔닝된 제품을 마케팅해 왔다면, 이제는소비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개인으로 바라보고 이들 각각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혹은 이들의 취향을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즉, 고객세분화에 따른 제품의 포지셔닝(Positioning)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브랜드의 테이스팅(Tasting)이라는 전략 수립의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한 시대이다.


* 참고문헌

오성수(2015),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 행동론], 광고계동향, 7월호.

조봉수(2014), [디지털 컨슈머 & 마케팅 전략], 에이콘


※ 본 글은 한국광고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광고계 동향] 2017년 1-2월호(Vol.304)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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