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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 Lee Dec 19. 2019

Day40 가이드를 놀라게 한 우리 가족의 인디언 열정

옐로스톤 둘째 날, 네즈퍼스(Nez Perce)족, 크로(Crow)족  

옐로스톤 둘째  일정은 Grand Prismatic Spring Old Faithful이다. Grand Prismatic Spring 옐로스톤의 여러 온천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니,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멀리 보이는 반대편 언덕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위에서 조망하는 곳인  싶어 가봤다. 짧지 않은 트레일을 걸어간  전망대에 도착하니,  아래 펼쳐지는 온천샘의 화려한 색상이 정말 아름답다.

Old Faithful에서는 Old Faithful Inn 들렀는데, 어제 저녁의 Old Faithful Lodge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1902년에 지어졌다는  건물은 고풍스럽고 웅장하며, 심지어 건물을 해설하는 가이드투어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Old Faithful 비롯한 인근 간헐온천 (Geyser) 들의 예상 분출 시간이 안내 되어 있어,  시간에 맞추어 Grand Geyser Old Faithful 순례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나는 예상시간보다 너무 늦게 분출하고, 하나는 너무 일찍 분출한다. 그래도 나름 규칙적인 주기로 분출한다고 해서 Old Faithful이란 별명이 있는 놈마저 정확하지 않으니, 다른 geyser들의 분출을 제대로 목격하려면 아주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하다.

Old Faithful에서 West Yellowstone 방향으로 가다 보면, 네즈퍼스(Nez Perce)부족과 조셉추장(Chief Joseph) 이야기가 소개되는 장소가 나온다. 옐로스톤의 다른 명소들과 달리, 여기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1877 네즈퍼스 부족이 도피 중에 옐로스톤을 거쳐갔다는 내용과, 당시 이곳을 여행 중이던 미국인 여행객들이 네즈퍼스 부족에게 붙잡혀서 곤욕을 치렀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네즈퍼스족의 도피길. 파랗게 표사돤 지역이 옐로스톤 국립공원

네즈퍼스 부족은 지금의 오레건주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던 부족으로 미국과의 조약에 의해 확정된 자신들의 보호구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호구역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미국은 이들에게 인근에 있는 다른 부족의 보호구역으로 이주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곳은 자신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부족들의 지역인지라, 네즈퍼스 부족은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 일부 전사들이 술에 취해 자신들을 괴롭히던 백인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네즈퍼스 부족은 사건을 일으킨 전사들을 미국에 넘겨주는 대신 부족민 모두가 미군의 보복공격을 피해 머나먼 도피길을 떠나는데, 아이다호와 와이오밍, 몬태나를 거쳐 캐나다까지 1170마일 (1900km) 이동한다. 노인과 아녀자까지 포함된 부족 전체가 험한 산지를 오르내리는 이동이었기에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미군 또한 끈질기게 이들을 따라붙고, 결국 자유의  캐나다 국경을 불과 40마일 남겨둔 지점에서 추장 조셉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족민이 미군에 잡히고 만다. 옐로스톤에서도 인디언 이야기를 만나게  줄은 몰랐다.

 

다시 이틀  리틀빅혼 전투지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공원  안내센터에서는 리틀빅혼 전투에 대한 레인저 (Ranger–공원안내인)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당시 인디언들의 무장수준은 보잘것없었지만 (총기를 가지고 있던 전사는 전체의 1/4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활이나 곤봉 등으로 무장), 이들은 미군의 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조약을 통해 인디언 땅으로 확정된 지역에 무단으로 침입한 민간인들을 끌어내기는 커녕,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인디언들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만행을 저질렀다 같은 대목을 설명할 때에는 잠시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레인저가 인디언들의 고통에 감정을 이입하는 느낌이었다. 안내센터에서 다소 미국의 관점으로 리틀빅혼 전투를 소개하는 영상물의 논조와는 대비가 되었다.

 

설명이 끝난 ,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려 기다리는데,  앞의 방문객들이 질문공세를 퍼부으며 레인저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러던 , 커스터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격을 했던 것은 1868 와시타전투 (Washita River battle)에서  방식이 통했던 경험 때문이라는 레인저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쉐이엔족의 대추장 검은주전자(Black Kettle) 살해당한  전투라고  마디 하면서 나도 대화에 참여하게 되는데….

 

아내의 말로는 레인저와 다른  명의 방문객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시간이 40여분은 족히 되었다고 한다. 이들 방문객들도 인디언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명은 인디언 혼혈이라고 했다), 차코캐년(Chaco Canyon – day 8)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그리고   진입로는 아직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인지, 샌드크릭(Sand Creek – day 11) 학살이 얼마나 어이없고 끔찍했던 것인지 등에 대해 열정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내가 한국에서 왔고, 인디언 역사에 관심이 많아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며 관련 장소를 찾아 다니고 있다고 얘기하자, 나와 우리 가족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미국 사람들도  모르는 장소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나 보다.

 

 방문객이(그는 주한미군으로 동두천에 근무했었단다), 미국이 인디언들에게 자행한 잘못에 대한 반성과 인정이 아직도 충분치 않은  같다고 하더니, 일본도 그러면  된다고 얘기를 덧붙인다. 자신들이 한국에 잘못한 일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내가 굳이 보탤 얘기가 많지 않았다. 그저, ‘정말 맞는 말이라고. 그래서 안타깝다고’.


아내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를 지켜보는  재미있었단다.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를   있을  같았다. 통하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신이 난다.

 

자신을 톰이라고 소개한 레인저가 갑자기 우리 사진을 하나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오늘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이 너무 특별하고 소중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다며 그래도 괜찮은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Why not? 톰은 원래 플로리다에서 목공 일을 했었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주전부터 이곳에서 레인저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공유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많이 기쁜 법이다. 더욱이,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이 그러하면  기쁨은 더할 것이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근처에 식사할만한 곳을 물었더니, 마침 인근에서 크로(Crow)부족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니 그곳을   가보면 어떠냐고 한다. 거기서 인디언 타코를 맛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부족민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댄스대회를 하니 이를 구경할 수도 있다며, 어떻게 찾아가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톰과 헤어지기 전에 궁금했던 마지막 질문을 했다. ‘리틀빅혼 전투 유적지에 와보니 크로부족민이 가이드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유적지가 크로부족 보호구역에 걸쳐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틀빅혼 전투 당시 크로족은 정찰병으로 미군에 고용되어 다른 인디언들과 싸웠는데, 이들은  전투를 어떻게 바라볼까? 자신들의 패전? 아니면 인디언의 승리?’ 톰은 자신도 궁금하다며, 맞은편에서 인디언 가이드 투어 안내를 하고 있는 크로부족민에게 직접 물어보란다. 그건 글쎄….


마침 우리가 방문한 일요일이 크로족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동안 하루 차이로 우리의 일정과 어긋나던 이벤트가 드디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Welcome to Crow Fair. Tipi Capital of the World’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걸린 축제의 현장으로 들어서자, 처음 나타나는 광경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서 있는 티피(Tipi–초원 인디언들의 가옥)들이었다. 티피마다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말이라고 상상하면 리틀빅혼 전투 당시 늘어서 있던 인디언들의 캠프촌이 이런 모습이었을  같다.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어른 아이   없이 안장이나 다른 마구도 없이 맨몸으로 그냥 타고 다닌다.

푸드트럭에서 인디언 타코를 하나 사서 공연장에 가니  맞춰 행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지파 별로 한껏 의상을 차려 입고 부족의 노래에 맞추어(북의 리듬과 다수의 보컬) 무대로 등장한다. 이번 여행 중에 POW WOW(여러 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디언들이 한데 모이는 축제행사로 전통 댄스와 노래 경연, 친목행사 등이 벌어짐)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마지막 방문지에서 뜻하지도 않게 횡재를  셈이다.  아이도 이렇게 많은 인디언 원주민들을 한꺼번에  것이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마지막 방문지에서 일련의 Serendipity 너무 흥분을 했던 탓일까? 그날 저녁 숙소에 체크인을 하던  현관입구에 놓인 바위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하고 말았다. 충격으로 오른쪽  아래 패널이 떨어져 나갔는데, 부서진 패널을 들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이다. 주행에는 지장이 없어서...사고에도 놀라거나 화나거나 슬퍼하지 않고 웃을  있어서…. 그런 가족과 여행을   있어서….

오늘 숙소인 몬태나주 미줄라(Missoula)에서 시애틀까지는 480마일 (770Km) 이다. 거기서 아들을 만나면, 드디어  가족이 합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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