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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 Lee Dec 19. 2019

Day41 33개주,17000Km,41일-공감의 여정

시애틀 도착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출발한지 41일만인 2019 8 21, 시애틀에 도착했다. 간밤에 묵었던 미줄라 (Missoula) 있는 알라모(Alamo) 렌터카 지점에 들러서 사고  차량을 교환할  있는지 문의하니, 교환 가능한 미니밴이 없는데 대신 SUV 어떤지 친절하게도 제안해준다. 덕분에 대륙을 횡단하며 온갖 날벌레들이 들러붙었던  대신에 깨끗이 세차된 볼보 SUV 타고 시애틀로 입성이다(Thank you Alamo!).

워싱턴주로 진입하여 캐스캐이드(Cascade) 산맥을 넘으면서부터 비가 뿌린다. 시애틀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미국 인디언을 찾아가는 아주 오래고  특별한 미국 여행 공식 마무리되는 날이다. ‘이런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게    년이 흘렀고, 그러다가 바빴던 인생에 잠시 짬이 생겨, 구체적으로 구상을 해보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행을 정말로 실행에 옮기게 될지는 몰랐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막상 여행을 시작해서는 하루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글을 쓰고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여행에 대한 소회를 가져볼 짬이 없었던  같다.

 

여행을 정리해 보자면, 41일간  10,500마일 (16,900km) 주행했고, 33개주를 거쳤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족 모두 크게 아픈 일도 없고,  사고도 없이 여행이 마무리된 것이 너무도 감사할 일인  같다.

여행  가장 힘들었던 ,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작업이었다.  페이지  되는 분량이지만,  날마다 글을 쓰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낮에 방문했던 장소들에 대해 다시 자료를 찾아보고, 박물관에 설명되어 있던 자료 사진들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이를 간결하게 글로 옮겨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기까지 매일   시간씩 소요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의 일정을 재확인하고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하다 보면, 새벽 2시를 훌쩍 넘겨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도중에  번이고, ‘오늘은 건너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글이 제시간에 올라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한국의 식구들도 계셨고, 지난 여정동안 매일같이 고생하며 글을 써왔던 수고가 허사가 되는  같기도 해서 끈질기게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던  같다(어쨌건, 여행하며 블로그에 글을 매일 올리는 프로젝트는 다시는 하지 않을  같다).

 

여행을 마치며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고 열정이 생길  있다는 , 그리고  열정에   제대로 심취해   있다는 , 그건  행운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 그것은 인디언과 관련한 이야기였고, 글로 접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살았던 , 살고 있는 곳을 직접 가보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눈과 귀와 몸으로 느낄  있었던 기회를 가질  있었다.


물론 짧은 시간의 공부와 미국의 일부 지역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부족들(미국 정부가 공인한 부족의 숫자만 500 넘는다) 가지고 있는 기나긴 역사와 사연들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여행은 마무리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나에게 인디언 관련 이야기들은 이번 여행에서 담아온 경치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 보호구역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부족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숙소에서 묵기도 하면서 보호구역의 삶이 어떤 느낌일지 약간이나마 체험해   있었고, 코로나도와 데소토의 여정 경로를 일부 따라가 보면서 미국 대륙을 처음 접하는 유럽인들이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상상도  보았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차지한 땅과 인디언들에게 할당된 보호구역의 자연환경의 차이를 체감하면서 당시 인디언들이 느꼈을 박탈감도 공감해보았다.


인디언들의 유산과 역사가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보존되고 소개되는 지역도 있었고,  명칭만이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역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보게 되었다.

 

미국 인디언들의 역사는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힘센 자들에게 영토와 문화를 빼앗긴 약한 자들의 역사였고, 패배의 역사였다. 내가 인디언 역사에 관심을 갖게  계기도 이들의 너무도 슬픈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에 감정이 이입되고,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놀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미국인들 중에도 자신들의 나라가 지금과 같은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는 이면에는 원주민들에 대한 만행과 약탈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알리고자 노력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방문한 많은 장소에서 이런 내용이 공식적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있는 용기가 진정한 위대함이라는 생각을  본다.

 

여러 부족들은 많은 제약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모쪼록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미국 땅에서 인디언들의 역사가 도전과 성취의 역사로 기억될  있기를 기원해본다. 이들의 상처와 노력을 공감하는 이방인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나의 여행과 글이 이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경로로 격려와 조언을 제공해 주었던 여러 지인들의 관심(렌터카 엔진 오일 교환하는 , 오지에서 식당 찾기, 로밍 끊어진 곳에서 내비게이션 이용하기 ) 나에게  힘이 되었다.


그리고 여행 중간부터 자신의 소중한 방학시간을 헌납하며 합류한 딸아이는 우리의 지루하고  이동시간에 다양한 소재의 얘기와 유머로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또한 숙소  식당 선정을 전적으로 맡아서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고, 여정상 문제점도 수시로 짚어 내서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천군만마가 여행 전반부에도 함께 했더라면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아내는 그렇다고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아들이 여름학기를 듣느라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물리학도이면서도 인문학적인 여러 주제에 대해 생각이 깊고,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면이 있는 아들이 함께 했더라면, 여행 중에 우린   폭넓은 주제로 많은 토론을 나누었을 것이고, 흥미로운 시각의 내용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녀석은 시험기간에 집중해야 한다며, 오늘 시애틀에서 가족 완전체 합체를 기대했던 우리의 기대를 무산시키기는 했다. .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아내가 없었다면 이번 여행이 지금처럼 마무리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행 준비부터  실행에 대해  번씩 망설일 때마다 계속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여행 중에는 내가 인디언 주제에만 집중할  있도록 나머지 모든 것들을 챙겨주었다. 매일같이 짐을 싸고 풀면서 이동하는 여행이 얼마나 힘들지 내가 충분히 가늠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매일 올리는 글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새벽까지 나의 글을 다듬어주는 아내의 정성이 없었다면, 블로그에 올라간 글의 많은 부분은   지루했거나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이  자체로 충분히 보람있는 것이라고 격려해주고 지원해주었다.

 

이제 계획했던 41일간의 여행 블로그를 마치려 하는데, 아내가  마디 한다. 시애틀 추장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사실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로 참조했던 4권의 서적에서 시애틀 추장은 별다르게 언급되어 있지 않았기에, 시애틀은 단지 이번 여행을 마치는 도시로서만 의미를 부여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시애틀에 왔으니 시애틀 추장도 다뤄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좋을  같단다. 그리고는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시애틀 추장의 편지 찾아 소개해주는데, 너무 감동적이다. 해서 내일은 예정에 없던 day 42 추가될  같다. 아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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