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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홍 Apr 26. 2024

가끔 사는 게
행군처럼 느껴질 때.


두 사람의 친구를 대표해 축사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모인 곳에서 절대 꺼내면 안 되는 얘기가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군대 얘기인데요. 죄송하지만 군대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신랑과는 2010년 3월경 논산훈련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사람은 힘들 때 참모습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신랑은 두 살 많은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니다. 훈련소 시절뿐만 아니라 함께 배치받은 자대에서 가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입니다.



군대 용어 중 '뺑끼'라는 말이 있는데요. 신랑은 뺑끼를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군 생활하면서 요령 피우는 모습을 못 봤고 제대 후에도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 덕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처럼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랑은 시간이 갈수록 더 잘될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신랑에게 신부 얘기를 처음 들은 게 재작년쯤이었는데요. 남들은 졸업도 안 할 나이에 이미 특허를 갖고 본인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듣자마자 대단한 분 같아서 신랑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아무래도 신랑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결혼 생활을 먼저 5년 정도 해보니 오늘처럼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하지만 가끔 사는 게 행군처럼 고될 때 저랑 같은 길을 걸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신랑과 신부 같은 좋은 전우가 있으면 그 어떤 고난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온 마음 다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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