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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

22년 7월 1주 차

by 재홍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


하기 싫은 일은 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다.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얼굴에 물을 끼얹고, 옷을 주워 입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 입구에 들어설 때까지 출근해야만 하는 이유를 되뇐다.


반면 해외여행은 못 가는 이유부터 떠오른다. 아직 남은 코로나의 위험과, 왕복보다 비싸진 편도 푯값, 매달 나가는 비용을 대기에도 빠듯한 잔고를 걱정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는 주저하지 않는 게 옳다고 믿는다. 모든 하기 싫은 일의 진짜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니까.






하나를 사면

열을 산다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어느 날 고급 가운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그 가운을 입고 서재에 앉으니 책상이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책상을 새것으로 바꿨다.


그러자 책꽂이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디드로는 결국 서재의 모든 가구를 새것으로 바꿨다. 이처럼 하나의 소비가 다른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걸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최근 한 친환경 의류 브랜드에 꽂혔다. 그런데 하나를 사니 예전에 입던 옷과 맵시가 달랐다. 그래서 다른 옷까지 자꾸 사게 됐다. 큰일이다. 사실 아무것도 안 사는 게 진짜 친환경일텐데.






문장을 망치는

겹조사 표현 3


정사원으로서의 대우를 받다

→ 정사원의 / 정사원으로서


문법상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겹조사를 써서 모호해진 문장이다. 대우를 정사원으로 수식하고 싶다면 '의'를 쓰고, 정사원이라는 신분을 강조하고 싶으면 '로서'를 쓰는 게 좋아 보인다.



휴가로부터의 욕망을 느꼈다

→ 휴가로부터 / 휴가의


이 또한 겹조사 때문에 의미가 헷갈리는 문장이다. 휴가에서 느낀 욕망을 말하고 싶다면 '로부터'를 쓰고, 휴가를 가고 싶은 욕망을 말하고 싶다면 '의'를 쓰자.



서울에서부터 시작한다

→ 서울에서 / 서울부터


말투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 말투에까지 / 말투에도


이는 비슷한 뜻의 조사를 중복해서 쓴 문장이다. '에서'와 '부터'는 앞말이 출발점이라는 뜻이고, '까지'와 '도'는 어떤 것에 이것도 더한다는 뜻이다. 물론 미묘한 어감 차이가 있다. 둘 중 문맥에 더 어울리는 말을 쓰면 문장이 훨씬 간결해진다.






파친코 2권:

파친코는 어리석은 게임이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선택이 아니었다. 생존이었다. 원래 파친코는 핀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구슬이 핀을 따라 내려와 점수가 적힌 구멍에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선택권 없는 삶. 이민진 작가는 재일교포의 삶을 파친코에 비유했다.


2권은 마치 줄거리 요약 같은 부분이 많았다. 고향을 잃고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재일교포들이 선택권을 갖기까지 8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마 너무 많지 않은 분량 안에서 재일교포 4세인 솔로몬의 선택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만큼 솔로몬의 마지막 선택에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말에 솔로몬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최선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희망적으로 보였다. 비록 차별받는 삶을 이어 나갈지언정 그는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만의 유산을 받아들이기로 그는 선택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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