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4주 차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세바시> 강연에 나온 이야기다. 어느 야구팀이 경기에서 위기를 맞았다. 그때 포수가 타임을 요청했다. 투수에게 다가간 포수가 소곤거렸다. 그러자 투수가 글러브로 포수를 쥐어박으며 웃었다.
자리로 돌아간 투수는 멋지게 위기를 넘겼고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 기자가 물었다. 포수가 뭐라고 했나요. 투수가 말했다. “형, 내의를 두 겹이나 껴입었어? 추워? 나이 들었네.”
보통은 이럴 때 투수에게 뭐라고 할까. ‘지금 너무 중요한 순간이야. 모두가 형만 보고 있어. 무조건 잘 해야 해.’ 그러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할 게 뻔하다. 반면, 그 포수는 중요한 순간에 투수가 힘을 뺄 수 있게 도왔다.
힘들 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 괜스레 글이 무거워질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글이 경쾌해진다. 난 인생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문장을 쓰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내 글을 읽는 누군가의 하루에 ‘좋아요’를 늘리고 싶은 것, 그뿐이니까.
백성이 검소할 줄 모르고 소주나 금은보화에 재산을 탕진하니 앞으로 이를 금한다. 이렇게 고려 우왕이 말했다. 소주를 금은보화와 묶다니 어찌 된 영문일까.
원래 전통 소주는 곡식과 품이 많이 드는 사치품이었다. 일반 백성은 쉽게 접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전통 소주를 만드는 과정은 이러하다. 우선 많은 양의 쌀에 누룩을 섞고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이를 ‘소주 고리’라는 호리병 모양 항아리로 증류한다. 그렇게 한 방울, 한 방울 모은 게 전통 소주다.
그랬던 소주가 이제 서민의 취미가 됐다.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자, 더 많은 문제의 원인인 소주. 그런데 지금 시대에도 이 술을 마시는 게 사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이 아니라 시간과 건강을 낭비하는 일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얼마 전 금주를 조용히 결심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요즘 들어 숙취가 견디기 힘들어서였다. 그리고 친구를 만날 때 술을 꼭 먹지 않아도 즐거운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이제는 술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또 내가 앞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아끼고 싶다.
글 쓰다 보면 뜻이 같은 한자와 우리말이 중복될 때가 많다. 물론 운율을 살리거나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인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중복된 말은 줄이는 게 맞다.
매일마다 보고 싶다. (X)
> 날마다 보고 싶다.
> 매일 보고 싶다.
'매일마다'는 습관으로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매'의 뜻은 '마다'이므로 중복이다. 마찬가지로 '매주마다·매월마다·매년마다' 따위도 중복된 말이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 만났다. (X)
> 여름방학 기간에 만났다.
> 여름방학 동안에 만났다.
동안은 '어느 때부터 다른 때까지 시간의 길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기간은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이라는 한자다. 둘 중 하나만 써도 충분하다.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X)
>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심도는 '깊음'을 뜻하는 한자다. 그래서 '깊음 깊은'이라는 이상한 말이 되어 버린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고,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으로 인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는 절대 잊지 않는다.
- 『스토리만이 살길』, 93p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 유명 인플루언서 드로우앤드류가 『스토리만이 살길』을 추천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SNS 덕에 누구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지만 모든 콘텐츠가 '공유되는' 건 아니다.
스토리 컨설턴트인 작가는 이런 정보 과잉 시대에서 승리하는 법이 스토리라고 한다. 『스토리만이 살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스토리에 목숨 건 사람이 쓴 책이다.
특히 마케팅·광고·브랜딩 관련 종사자라면 알 것이다. 브랜드를 위한 스토리는 '지금, 바로, 효과'가 있어야만 한다. 이달 말까지 몇 조회수를 달성해야 하고, 스토리를 본 사람의 행동이 몇 퍼센트 변화해야 한다.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효과 있는' 스토리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일단 스토리를 다루는 책인 만큼 그 자체로 몹시 재미있다. 즐겁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전 팁이 쏙쏙 꽂힌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