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9월 1주 차
먼저 본 팀원이 '인생 영화'라고만 안 했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기대가 독이었다. ‘인생 영화’라는 잣대만 없었다면 마음 편하게 봤을 코미디 영화였다.
〈육사오〉는 57억짜리 로또 1등 당첨권이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시작한다. 소재는 흥미롭지만 시나리오에 빈틈이 많았다. 그래도 추석 때 온 가족이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요즘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난 국민학교에 다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교육뿐만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주입했다. 그때는 온 국민의 첫 번째 소원이 통일 같았다. 지금이야 로또 1등일 것 같지만 말이다.
이제 통일이라 하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마지막쯤에 나온 대사는 꽤 뭉클했다. ‘통일이 별거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게 통일이지.’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 존재란 생각하는 것이다.
’한다는 것’이란 표현은 영어를 번역한 책에서 흔히 보인다. 영어의 ‘동사+ing’를 그냥 옮긴 듯하다.
한식의 기본적인 것을 지켰다.
→ 한식의 기본을 지켰다.
접미사 ‘적’과 의존 명사 ‘것’이 함께 쓰였다. 물론 이렇게 써도 틀린 문장은 아니다. 하지만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고 싶다면 이런 곁가지를 덜어내면 된다.
학원에 갈 것이라고 믿었다.
→ 학원에 가리라고 믿었다.
열심히 살 것이라는 다짐을 했죠.
→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죠.
미래에 관해 쓸 때도 ‘것’을 많이 쓴다. ‘것이라고’는 ’리라고’로 바꿔 쓰면 부드럽게 읽힌다. 스스로 다짐할 때는 ‘겠다고’를 쓰면 자연스럽다.
굳이 ‘것’을 빼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떻게 써야 더 편하게 읽히는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그게 쓰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의 기본이다.
우리 엄마 아빠 부디 건강하게
우리 가족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외할머니 건강하세요
우리 딸 건강은 챙기고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이번 추석만큼 서로의 건강을
빌었던 때가 또 있었을까요?
'이번 추석만큼 서로의 건강을 빌었던 때가 또 있었을까요?'
이처럼 별것 아닌 말에 흔들리는 이유는 그만큼 제 마음이 가냘파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명절은 그저 보고 싶은 사람을 보기 위한 따듯한 핑계일 뿐인 것 같다.
이번 추석 보고 싶은 모든 이가 한 자리에 모이길.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의 생존자 두 분처럼 기적같은 일이 흔한 한가위 되길.
방영일: 20.09.11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아영
카피라이터: 강석경, 박하빈, 신은정
아트디렉터: 최하나, 조주원, 노미래
감독: 소년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