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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22년 9월 2주 차

by 재홍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가치관이 나와 이 정도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은 오랜만이다. 단적인 예로 작가가 에베레스트에 도전할 때 이야기다. 그는 내일 간식 먹을 장소까지 정하고 뿌듯해졌다. 그래서 자랑도 할 겸 숙소에서만난 여행객에게 계획은 다 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행객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예쁜 길이 나오면 더 천천히 걷고, 날씨가 안 좋으면 마을에서 차나 한잔하고, 그러다 마을이 마음에 들면 거기서 자는 거지 뭐. 이말에 작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썼다. 그는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등산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월요일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워커홀릭이었다. 그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취미까지모든 일을 등산하듯 정복하면서 살아왔다.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What)과 그 방법(How)을 보면서 내가 지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왜(Why) 이런 일을 했는지 궁금했다. 작가가 지나가듯 흘리는 이유에 설득이 안됐다. 결국 책장을 덮자 제목에 답이 쓰여 있었다. ‘남는 게 체력’이라서 그랬군.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무엇을 이뤘는지보다 왜 그것을 이루고 싶은지에 관한 이야기다. 즉,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목적을 진솔하게 쓴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럼에도 쉰 언저리에서 커리어를 고민하거나, 구글 취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집을 지키는 집


모두의 불이 꺼지는 시간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가장 늦은 하루가 무사히 끝날 때까지

가장 이른 하루가 또 무사히 시작될 때까지

이 작은 집이 우리 모두의 집을 지켜갑니다


https://youtu.be/GQyYgEDKV5U


노후한 경비실을 리모델링하는 등대프로젝트 광고예요. '경비실 환경 미화 프로젝트' 같은 딱딱한 이름이 아닌 '등대'라는 비유를 써서 시처럼 느껴지는 네이밍이 멋지네요. 오늘도 우리를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관리원분들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일터로 출항하는 모든 이를 응원해요.


방영일: 21.07.2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세희

카피라이터: 원세희

아트디렉터: 명종규, 전혜린

감독: 김두만







여행이 필요한 이유.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어딘가에 있을 낙원을 꿈꾼다. 그럴 땐 기내용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홀연히 떠나고만 싶다.


몇 년 전 일이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편도 티켓을 끊었다.


이륙하는 순간은 일상에서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이었다. 수백 개의 삶을 실은 비행기가 활주로를달리며 고함질렀다. 삶의 무게가 악이 받치도록 무거워서였을까.


그럼에도 바퀴는 결국 땅에서 떨어졌다. 그때까지 나를 딱 붙잡던 찐득한 삶이 갓 밟은 껌처럼 쭉 늘어지다 툭 끊어졌다.


여행이 필요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필요하다. 내 삶에 여행은 다음 문장을 위한 마침표다.






퇴사하고 3주간 미국여행 다녀옵니다


오늘 퇴사했어요. 원래 여름휴가로 미국여행을 계획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직과 맞물려 퇴사 여행이 됐네요. 마침 아내도 회사에서 4년마다 주는 안식월을 쓸 수 있어 함께 미국을 다녀오려고 해요. 내일 출국이에요. 앞으로 3주간 여행기로 찾아뵐게요.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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