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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간 샌프란시스코

22년 9월 3주 차

by 재홍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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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은 첫 아침. 시차 때문인지 눈 뜨니 정오쯤이었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별다른 계획이 없던 아내와 나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미술관은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7층짜리 건물에 올라퍼 엘리아슨부터 마크 로스코까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꽉 차 있다. 지금은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의 특별전을 하고 있다.


현대미술은 늘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은 현대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단 하나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수백 개의 작품을 봐야만 한다고. 그런데 오늘 그 작품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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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중 맞이한 생일


샌프란시스코 여행 둘째 날. 오늘은 내 생일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어제가 생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한국보다 16시간 느려서 그렇다. 덕분에 이틀 동안 생일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


오늘은 돗자리를 들고 공원으로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친구에게 현지 날씨를 물은 적 있다. 그런데 한국의 어느 때와 비슷하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늘에 있으면 냉랭한 바닷바람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 같다. 반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천장에 전기난로를 매단 느낌이다. 1년 내내 이런 날씨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 성격도 날씨와 비슷한 것 같다. 마트나 식당에서 여권을 보여줘야 할 때가 있다. 무뚝뚝하던 직원도 내 생년월일을 보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이곳 날씨처럼 화창한 표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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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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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숨만 쉬어도 10만원이다. 원래 물가가 비쌌지만 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최고가를 넘은 뒤 더 비싸졌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하게도 은주와 욘 부부가 자기네 거실을 내줬다.


은주 씨는 삼성전자에서 10년간 근무한 UX 디자이너다. 현재 구글 본사에서 시니어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사무실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어 사내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소문대로 사내 식당이 웬만한 호텔 뷔페보다 좋았다. 무엇보다 뷰가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좋은 환경에서 직원들은 무표정하게 눈앞의 음식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저들에게는 이 또한 일상이겠지.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수억 원을 받으며 일해도 행복은 결국 일상을 얼마나 감사히 여길 수 있느냐의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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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선 손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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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선 가게가 일찍 닫는다. 카페는 세 시면 닫고 상점은 대여섯 시면 닫는다. 이 와중에공방은 아홉 시까지 한다. 퇴근하고 찾는 이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문 닫는 시간쯤 방문한 도자기공방도 작업자로 붐볐다.


이런 공방은 취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코로나 때 3배 가까이 성장한 ‘엣시’라는 수공예품 거래 사이트가 있다. 엣시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요가 늘었고재택 또는 실직으로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산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취미와 부업이 결합한새로운 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편집 숍이 즐비하다. 어떤 가게는 공방을 겸해서 카운터바로 뒤에서 작업자가 가죽을 손질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서 이런 수공예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니. 최첨단의 끝에 서면 손끝이 그리워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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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만 주차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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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와 함께 실리콘밸리 최고의 명문대인 UC버클리를 구경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이곳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다고 한다. 참고로 싸이가 나온 버클리 음대는 동부에 있는 다른 학교다.


UC버클리에서 디자인 석사 과정 중인 동호 님이 캠퍼스를 안내해줬다. 부지가 150만 평으로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3배가 넘는다. 그래서 먼 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오직 노벨상 수상자만 주차할 수 있다고 쓰인 푯말이 있었다. 이 푯말을 보면서 얼마나 이곳에 주차하고 싶을까. 그래서인지 UC버클리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동기부여를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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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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