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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성 포틀랜드 여행기

22년 10월 1주 차

by 재홍



무지성 포틀랜드 여행기


미국 여행 3주 차, 즉흥적으로 포틀랜드행 표를 끊었다. 지금까지 여행은 나름 계획이 있었다. 이번엔 아무 계획 없이 포틀랜드를 즐겨보기로 했다.


포틀랜드 공항에는 자정쯤 도착했다. 잠만 잔다는 생각에 공항 근처 Inn(여관)을 예약했다. 싸도 너무 쌌다. 우버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어라, 동네 분위기가 이상하다. 영화에서 많이 본 동네 같다. 갱스터 영화 말이다.


여관에 도착하자 체크인하는 곳 문이 잠겨있다. 잠깐 당황했지만 문 옆에 있는 두꺼운 아크릴 창문안에서 직원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 길가에 선 채 창문 아래 좁은 틈으로 체크인한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로 들어왔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른다.


방문은 누가 부수기라도 한 듯 모서리가 닳아 있다. 문을 닫아도 복도 맞은편 방 TV 소리가 들린다. 간간이 비명도 들린다. 세수만 하고 자려는데 공항 화장실이 그립다. 엄지만 한 바퀴벌레가 나와도놀라지 않을 것 같다. 뺨을 대고 있는 베개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


시간을 보니 새벽 한 시, 무너질 듯 피곤하다. 하지만 결심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체크인한 지 10분 만에 체크아웃한다. 우리가 그냥 나가겠다고 하자 직원도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관 앞 길가에서 우버를 기다린다. 그런데 속옷만 겨우 걸친 반라의 여성(혹은 남성)이 여관에서나온다. 그러더니 여관 앞 도로 가운데 선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도로 가운데 있는 사람이 또있다. 우버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부디, 별일 없겠지.







포틀랜드 또 마신 집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맥주의 수도는 포틀랜드라고 (포틀랜드) 사람은 말한다. 그래서인지 도심곳곳에 바를 함께 하는 양조장이 많다. 발길 닿는 대로 양조장이 보이면 맥주를 따랐다.


Cascade Brewing House

'사워의 집'이라는 별명 답게 시큼한 사워 맥주가 일류다. 유일하게 또 마신 집이다.


Ecliptic Brewing

지인 추천으로 간 곳이다. 맥주도 맛있지만 데빌드 에그와 바베큐 윙이 끝내준다.


10 Barrel Brewing

유일하게 루프탑에서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맥주 하나 하나 완성도가 높다.


Living Häus Beer Company

신생 양조장으로 다크라거 맛이 웬만한 라거보다 깔끔하다.


Rogue Eastside Pub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로그 맥주 양조장이다. 대중적이고 깔끔한 맛이다.


Great Notion Brewing

젋고 힙한 느낌의 양조장이다. 매우 실험적이나 아직은 완성도가 아쉽다.


포틀랜드에 오면 꼭 사워 맥주를 마시자. 사워는 시큼한 맛을 뜻한다. 순전히 취향이지만Cascade Brewing의 '구운 사과 사워'가 단연코 1등이다. 상큼한 사과 향에 내추럴 와인처럼 자연스러운 신맛, 적당한 탄산이 일품이다.


단, 신맛을 싫어한다면 Ecliptic이나 10 Barrel을 추천한다. 맥주 특징이 지나치지 않고 깔끔해서음식과 곁들이기 좋다.






이상한 도시 포틀랜드

여행 첫날 우버 기사는 이곳 날씨가 병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날씨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아름답게 극단적이다. 채식 친화적이면서 바비큐도 끝내준다. 유행을 거부하는 힙스터의 도시면서전 세계 유행을 이끄는 나이키 본사가 있다.


미니멀 라이프인 '킨포크'부터 폐공장을 카페로 고쳐 쓰는 재생 건축, 푸드트럭, 소규모 양조장까지한국에서 유행했거나 유행하는 많은 것이 포틀랜드에서 왔다. 나이키 공유 전기 자전거를 타고 온도시를 누비며 먹고 마시고 감탄했다.


마냥 좋은 점만 있던 건 아니다. 우선 노숙자가 정말 많다. 그리고 많은 가게가 코로나와 시위로 문을 닫았다. 이 도시는 누군가에겐 극호일 곳이며 동시에 누군가에겐 극혐일 곳이다. 아무튼 포틀랜드는 그야말로 미쳤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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