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0월 3주 차
10년 전 대학생 때 부모님께 제일기획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회사 간판만 보고뱉은 말이었다.
그저 ‘가고 싶다’ 뿐이었다.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광고 업계에 발을 들인 후 제일기획에 지원할기회가 두 번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아주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카피라이터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그동안 대학생 시절의 꿈은 이미 닳고 닳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야 ‘가고 싶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가 분명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오래, 더 잘하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추는 데 10년, 왠지 모르겠지만 이제야 준비된 느낌이다. 몇 달 전 임원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이 회사보다 큰 사람이다.
점심에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도배하지 않은 시멘트벽에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취향의 뜻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돈가스 아니면 김밥’처럼 작은 일부터 ‘스타트업 아니면 공무원’처럼 큰일까지. 삶의 갈림길 앞에서 취향은 방향이 된다.
그리고 취향을 통해 본인을 알아간다. 물론 노력이 필요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럴수록 자신이라는 사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남의 취향만 존중 말고 본인의 취향도 존중하자.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기엔 당신은 ‘아무나’가 아니니까.
‘하다’로 충분한 말에 ‘시키다’를 쓸 때가 있다. ‘시키다’를 아예 안 쓰자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써보자.
(동생을) 헬스장 등록시켰어 (O)
(나는) 헬스장 등록시켰어 (X)
일상에서 ‘헬스장 등록시켰어’ 같은 말이 종종 쓰인다. 다른 대상을 행동하게 한 경우라면 ‘시키다’를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을 직접 했다면 ‘시키다’를 쓰면 안 된다.
근육을 자극시키다 → 자극하다
치킨을 금지시키다 → 금지하다
이처럼 어떤 행동을 직접 하는데도 ‘시키다’를 쓰는 일이 많다.
국민을 선동시키다 → 선동하다
직원을 혹사시키다 → 혹사하다
아니면 단어에 이미 ‘대상을 행동하게 한다’는 뜻이 있음에도 ‘시키다’를 쓸 때가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어려운 한자를 쉬운 우리말로 뒷받침하려는 것 같다.
구체화시키다 → 구체화하다
황폐화시키다 → 황폐화하다
끝으로 ‘-화’에는 이미 ‘시키다’가 들어있다. 이럴 땐 간편하게 빼면 된다.
국내 장기실종아동 661명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는 오늘도 전단지를 나누어 주지만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집집마다 찾아가는 택배 상자가 실종아동을 찾는 희망이 됩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아이가 있는 곳은 알 수 없지만
전국 모든 집들에 아이의 얼굴이 닿을 수 있다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도 흰머리 가득해진 엄마를 안아볼 수 있겠지요.
잃어버린 아이들을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희망을 붙여주세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도 흰머리 가득해진 엄마를 안아볼 수 있겠지요’
쉽게 쓴 카피는 설명하고 잘 쓴 카피는 상상하게 한다. 16:9의 프레임과 1분 남짓한 시간의 제약을 넘어 그림과 시간이 담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카피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방영일: 2020.05.24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형균, 황성필
카피라이터: 박세경
아트디렉터: 신미연, 권여울
감독: 조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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