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0월 4주 차
팝콘은 튀겨질 때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린 듯 호들갑스레 튀어 오른다. 작은 움직임에도 넘쳐흐를 듯 통 안에서 재잘거리는 팝콘의 가벼움, 혀끝에 눈처럼 내려앉아 파사삭 부서지는 그 고소함까지.
이처럼 값싸고 만들기 쉬운 팝콘은 1920년대 미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단, 영화관을 제외하고 말이다. 대리석, 샹들리에, 빨간 양탄자. 당시 영화관은 사치스러운 장소였다. 오늘날 오페라 극장에서 팝콘을 먹지 않듯 영화관은 팝콘 같은 먹거리가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영화 산업까지 무너뜨렸다. 이런 대공황을 발판 삼아 호황을 누린 산업이 있었다. 바로 팝콘 장사였다. 팝콘을 파는 싸구려 극장이 호화스러운 극장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기 시작하자 한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팝콘을 팔기 좋은 곳을 찾아라. 그리고 영화관을 세워라.
시간이 흘러 팝콘과 영화는 둘이 합쳐 하나로서 제삼의 경험이 됐다. 팝콘과 함께라면 시간 죽이기용 영화도 놀이가 된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가벼운 영화를, 아니 팝콘을 먹으러 영화관에 가고 싶어진다.
하고 싶은 일을 만나는 건
언젤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
거침없이 뻗어보자 두다리를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로 번역하는 게 카피라이터의 역할이라고도 한다. 몸과 나이에 대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잘 포착한 멋진 카피같다.
방영일: 2019. 12. 04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이한규
감독: 이현지
매주 광고 스터디가 있었다.
→ 매주 광고 스터디를 했다.
‘있었다’를 써도 말이 되지만 목적어에 맞는 동사를 쓰면 문장이 정확해진다.
광고주로부터 요청이 있었다.
→ 광고주가 요청했다.
제안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있었다’를 쓰면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모호한 문장이 너무 많다.
그는 정답을 말하고 있었다
→ 그는 정답을 말했다
회사가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 회사가 가까운 위치였다.
‘있었다’를 빼도 말이 될 때가 많다. 필요 없는 사족은 없는게 낫다.
90년대생이 오고 80년대생 팀장도 왔다. 10년이라는 세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팀장과 팀원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벽이 있다. 마치 동물원 철창처럼 서로를 나누는 벽이다. 자신이 속한 아늑한 울타리 안에서 반대편을 신기한 동물 보듯 팔짱 끼고 구경한다. 때로는 손가락질하고 때로는 짐승보다 못한 말도 한다. 그 팀원 XX 왜 그래, 저 XX 팀장 왜 저래.
그런데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의 김민철 작가는 이렇게 굳게 닫힌 철창의 문을 슬며시 연다. 그 덕에 이해할 수 없던 팀장의 속내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팀장도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책이냐 묻는다면, 용기에 관한 책이라고 하고 싶다. 회사에 나갈 용기. 팀장을 이해할 용기. 팀에서 안전함을 느낄 용기. 매일 하는 일이지만 의외로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침마다 내 일로 건너가는 모든 용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