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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빈방

22년 11월 2주 차

by 재홍



엄마의 빈방


https://youtu.be/tuUKeM5Ocso


열일곱 문을 닫기 시작했다.


엄마: 어이구~ 뭐가 그리 재미들...


엄마: 시간이 몇신데 지금


딸: 이거 면접 때 입으려고 새로 산 거란 말이야!

엄마: 세탁기 돌려도 되는...


딸: (흐느끼는 소리)

엄마: 내 딸 안 뽑으면 지들 손해지


그렇게 문 밖에서 기다렸던 사람


엄마: 기집애, 자주 놀러 온다더니


엄마라는 집에는 비울 수 없는 방이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세희

카피라이터: 김세희, 신혜선

아트디렉터: 명종규, 백창훈, 채선하

감독: 김두만


일주일이 지나니다시 글 올릴 용기가 생깁니다. 사람은 엄마라는 세상 가장 아늑한 방에서 태어나 마치 고치 같은 빈방 하나를 남기고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채 마르지도 못한 젊음에 손가락질 하기보다 어른으로서 무관심했던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게 옳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방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생기는 일이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비난보다 위로와 용기로 가득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이제 넷플릭스에

광고가 나온다니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누른다. 그런데 웬 찌라시 같은 광고가 나온다. 심지어 스킵도 할 수 없다. TV에서 긴장되는 결과 발표의 순간, 진행자가 외친다.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방청객도 시청자도 탄식을 뱉는다.

이처럼 광고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불청객이다. 보고 싶은 콘텐츠 사이로 발을 들이미는 외판원처럼 말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유료 서비스가 생겼을 때 ‘광고는 돈 안 낸 사람에게 걷는 세금’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지난주, 넷플릭스가 광고가 나오는 반값 요금제를 출시했다. 경영난 때문이라기엔 지난 3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사실 사람을 모으고 광고를 시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광고가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약간의 책임감을 느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데는 광고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






게임은

해롭기만 할까


인간이 만든 재앙 중에 가장 크다. 자녀들은 공부를 울타리 밑 쓰레기로 여기고 어른이 일삼으면 일을 뒷전으로 미룰 텐데 어느 재해가 이보다 더 심각할까.


이는 게임을 비판한 글이 아니다. 100년 전에 패관 문학을 비판했던 정약용의 글이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패관 문학에는 <구운몽>, <삼국지>가 있다. 게임도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걸까.


물론 지나친 몰입은 해롭다. 주변 사람과 멀어지고, 제때 밥을 안 먹고, 자야할 때 잠을 못 이룬다. 연애가 그렇다. 자기 파괴적인 연애에 상담과 조절이 필요하다. 게임 과몰입도 게임을 비난하기보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는 게 옳다.


게임 속에는 다른 콘텐츠에서 얻기 힘든 게임만의 경험이 있다. 예컨데 영화나 소설이 창작자가 완성한 이야기라면, 게임은 결말을 향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결말이 바뀌기도 한다. 즉, 이보다 상호 작용이 중요한 콘텐츠가 또 없다.


게임 속에서만큼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현실이 아니기에 영웅처럼 살아볼 수도 있다. 알다시피 현실은 영웅처럼 살기 버겁기에.






별빛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동생과 나의 한 해에 다섯 번도 안 되는 귀한 만남이 바로 어제와 오늘이다. 어제는 동생이 음악 감독 겸 라이브 퍼포머로 참여한 공연을 보러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다. 동생의 병문안을 오게 되었다. 공연 준비로 쌓인 스트레스가 염증으로 터져 나온 모양이다. 새벽에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소식에 황망하게 병원으로 내달렸다.


무언가 만드는 일은 즐겁다. 다만 그게 취미일 때까지만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고, 남들의 사랑을 받고, 새롭다는 인정까지 받는 일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그것은 고통이다.


당신만의 작은 골방에서 밤새워 작업을 하는 모든 이를 응원한다. 지금 당신의 빛은 작고 외로울 것이다. 세상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에 사람들에게 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이란 빛이 세상이란 은하수를 수놓길 진심으로 기다린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연재하고 있어요.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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