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알려주는 소화기질환 시리즈(3)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릅니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 없으면서 심장, 신장, 혈관 등의 내부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합병증을 갑작스럽게 일으키기 때문이죠.
지방간 또한 환자가 모르는 사이에 간을 포함한 여러 장기 (췌장, 심장) 등에 영향을 미쳐 간경화, 간암, 당뇨, 심근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침묵의 암살자’라고 부르고 싶은 지방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오미크론이 폭발적으로 유행하던 2022년 1월 말, 60대의 여성 분이 토혈을 주소로 새벽 3시 30분에 응급실에 내원하였습니다. 환자의 혈압은 수축기 혈압 75mg, 이완기 혈압 50 mg이었고, 혈색소 수치는 6.4g/dL로 정상인 13의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포도당 수치 또한 823.92 mg/dL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충분한 수액 공급 및 수혈을 하였고. 환자의 복부 CT 결과 간경화가 관찰되고 정맥류가 의심되어 간경화로 인한 식도 정맥류 출혈이 의심되었습니다.
정맥류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빠른 내시경이 필요하기에 응급내시경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식도의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식도정맥류를 확인하였고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찾았습니다. 이후 출혈부위를 밴드를 사용하여 묶었고 더 이상의 출혈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림 1)
그림 1 식도정맥류 치료하는 사진
식도의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식도정맥류를 확인하였고 (그림 1-가)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를 찾았습니다. (그림 1-나) 이후 출혈부위를 밴드를 사용하여 묶었고 (그림 1-다) 이후 더 이상의 출혈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림 1-라)
다행히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는 일반병동으로 전동 하였습니다. 이렇게 식도 정맥류 및 간경화가 진단되면, 원인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검사 결과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은 없었고,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체질량 지수 31.3의 고도 비만이었고, 고혈압과 당뇨를 오랜 기간 앓고 있었습니다. 이경우 ‘비알코올 지방간염에 의한 간경화’로 진단하고 간경화 합병증 조절 및 간암 발생에 대해서 꾸준한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지방간은 무엇일까요?
지방간은 간에 지방(기름) 이 많이 끼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과식이나 과음으로 탄수화물이나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중성지방으로 변하고, 그중에 일부가 간에 쌓이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방이 간세포에 5% 이상 축적될 때,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이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셔서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 나쁘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남자의 경우 일주일에 210g (소주 3병), 여자의 경우 1주일에 140g (소주 2병) 미만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을 말합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병률(현재 걸려 있는 사람) 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유병률은 약 20~30% 정도로 추정되며, 매년 1000명 당 45명 정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림 2)
비알코올 지방간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일부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1) 비알코올 지방간
2) 비알코올 지방간염
3)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연관 간경변증으로 나뉩니다. (그림 3)
비알코올 지방간은 대체로 양호한 경과를 가지지만, 10~20% 에서는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방간염이 되면, 이 중 일부 환자는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과 같은 심각한 간질환이 생길 수 있어 지방간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림 4) 위에 언급되었던 환자도 간경변증에 의해 식도정맥류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토혈로 생명이 위험했던 분입니다.
그렇다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입니다. 비만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잘 알려진 위험인자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체질량지수와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체질량 지수는 자신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으로 나눈 값으로 25 이상부터는 비만이며, 30 이상일 때는 심한 비만으로 생각합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60-75%까지로 높았습니다. 다른 위험인자인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에서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이 50%였습니다. (그림 5)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어떻게 진단될까요?
선별검사를 위해 복부초음파 검사가 일차적으로 사용되며,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computed tomography [CT],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혈청검사, 간섬유화스캔 등)를 필요한 경우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받는 분들이 늘면서 초음파에서 지방간이 있고 간수치가 조금 올라가 있어 외래를 방문하는 분들이 상당히 늘었고, 충분한 평가를 하고 꾸준한 추적관찰 및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분들이 많아 내분비내과 등의 다른 과와 함께 같이 진료를 합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 및 동반질환의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체중감량,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해야 하며, 합병증 발생 유무에 대해 꾸준한 추적관찰을 해야 합니다.
1) 체중감량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에서 5-7% 이상 체중을 감량한 경우 간 내 지방량 및 간염소견이 감소하였고, 10% 이상 체중이 감소된 경우 45%에서 간섬유화도 개선되었습니다. 비만하지 않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도 3-5%의 체중감량으로 간 내 지방량이 호전되어 체중감량은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체중을 빨리 빼는 게 좋은 걸까요?
비만이 동반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체중감량 속도가 지방간염에 영향을 미칩니다. 병적비만 환자에서 1주일에 1.6 kg 이상의 급격한 체중감량은 일부에서 오히려 간 내 염증 및 간섬유화가 악화되었고, 비만대사 수술로 인한 급격한 체중감량으로 급성 간부전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만이 동반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는 급격한 체중감량보다는 1주일에 1 kg 이하의 점진적 체중감량이 권고됩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매일 체중을 재고, 앱으로 확인’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체중계에 앱을 연동할 수 있고, 체중을 재면, 매일 어떤 변동이 있는지 1주일 전과 비교하면 어떤지, 1달 전과는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살이 찌면 바로 알 수 있어 간헐적 단식 등의 방법을 통해 체중을 다시 뺄 수 있습니다. 폭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체중계에 올라가서, 이전보다 체중이 더 빠진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전자체중계를 사서, 앱연동을 하여 매일 체중을 재보고, 하루하루 나아지는 본인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2) 식이요법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식이조절은 매우 중요하며, 총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에너지 섭취 감소는 체중감소, 간 내 지방량 감소, 간효소수치 감소 및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킵니다. 남성에서 하루 1,500-1,800 kcal, 여성에서 하루 1,200-1,500 kcal를 섭취할 경우 하루 500 kcal 이상 총 에너지 섭취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이가 좋을까요?
저탄수화물 식이와 저지방 식이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간 내 지방량 감소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영양소의 구성 비율보다는 총 에너지 섭취량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치료에 더 주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제가 추천하고 싶은 식이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지중해식 식이’입니다.
지중해식 식이는 채소, 과일, 통곡류, 콩 등의 섭취가 많고, 올리브 오일을 많이 사용하며, 적당량의 유제품, 생선 및 가금류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고, 붉은 고기나 가공육은 가급적 적게 섭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지중해식 식이는 단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식이로 저지방 식이와 비교하여 체중과 관계없이 간 내 지방량 감소 및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컸으며, 저지방 식이에 비해 순응도가 높았습니다. 점심은 회사에서 드신다면, 아침과 저녁은 지중해식 식이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3) 운동요법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하루 중 앉아있는 시간의 증가와 활동량의 감소에 따라 체질량지수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증가하였고,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경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발생 예방 및 질환의 호전 효과를 보였습니다. 운동요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운동요법은 간 내 지방량 감소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의 강도는 중등도(최대 심박수의 50-70%) 이상을 주로 추천하였고, 운동시간은 30-60분씩 일주일에 3번 이상, 최소 6주 이상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근력 운동에서는 최대 근력의 50-70%, 운동시간은 30-60분씩 주 3회 이상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중 어떤 운동요법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아 운동요법의 선택은 환자의 선호도, 심폐능력 등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본인이 잘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그림 6)
4) 약물요법
당뇨환자에 쓰이는 메트포민 등의 약제와 고용량의 비타민 E 등이 있으나 투여 가능한 대상의 제한 및 장기투여 시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여, 아직까지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현재 여러 약제가 연구 중으로 추후 기대해봐야 하겠습니다.
5) 합병증 추적관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간경화, 간암뿐만이 아니고 심혈관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으므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절 및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심부전과 심근경색으로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어 주의를 해야 하겠습니다. (그림 7)
지금까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방간은 한국인의 20% 가 걸려 있으며, 당뇨병,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이 높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감량’이며,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매일 체중을 재면서 건강하게 살을 빼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요?
참고문헌
1.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2021 (대한 간학회)
2. 한국인 간질환 백서 (대한 간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