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RESQUE Nov 03. 2017

아오이 유의 거짓말

아오이 유는 아오이 유가 아니다.

아오이 유는 귀엽다. 거짓말. 아오이 유는 예쁘다. 거짓말. 아오이 유는 못생겼다. 거짓말. 2010년 5월 아오이 유는 디자인 그룹 DRAFT의 히라노 아츠시와 함께 도쿄 시부야에서 ‘아오이 유 거짓말’이란 이름의 전시를 가졌다. 아오이 유의 이미지와 거짓말이란 키워드를 재료로 화보와 함께 팝아트 작품 20여점을 선보인 거다. 오색의 옷을 입은 아오이 유가 갖가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면 관객들은 입체안경을 쓰고 전방으로 튀어 나오는 아오이 유를 만끽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 배우가 흔히 내뱉는 이 진부한 말을 아오이 유는 연기가 아닌 착시 현상을 이용한 일종의 거짓말을 통해 표현한 셈이다. 전시와 함께 발매된 화보집은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아오이 유가 톡톡 튀어나오는 ‘팝 북(Pop Book)'으로 완성됐다. 아오이 유. 그녀는 지금 거짓말을 한다.


미야자키 아오이와 함께 W아오이, 혹은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의 <해충>으로 탄생한 실력파 배우, 아니면 <허니와 클로버>의 미소녀거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가련한 소녀. 아오이 유를 설명하는 말은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 그녀는 만화 속 소녀에 가깝다. 꽃무늬 프린트의 치마를 팔랑거리며 공원을 거닐고, 무심한 듯 얼굴에 물감을 묻힌 채 교정을 뜀박질하는 모습. 신비한 매력의 신인배우가 나오면 아오이 유의 이름을 쉽게 갖다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아오이 유의 이미지는 허공에 가깝다. 시대극에도, NHK 대하드라마에도, 15초짜리 CM에도 수없이 출연하지만 아오이 유는 언제 한번 뜨거운 아이콘이었던 적이 없다. 그녀는 히로스에 료코처럼 만인의 아이돌도 아니고, 후카타 쿄코처럼 로리타 모델도 아니다. 나카타니 미키나 후카츠 에리처럼 연기파 배우도 아니다. 모두가 아오이 유를 말하지만 그 어떤 말도 그녀를 정확히 짚어내진 못한다. 

아오이 유는 2010년 네 편의 영화를 찍었다. 약방의 평범한 딸로 분한 야마다 요지 감독의 <남동생>, 6명의 여배우가 일본의 네 시대를 나눠 그린 옴니버스 영화 <플라워즈>, 에도 시대 비애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번개나무>, 그리고 애인을 따라 상경한 밝은 성격의 케익집 소녀 이야기 <양과자점 코안도르>.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의 길처럼 그 어느 하나 비슷한 작품이 없다. 하지만 아오이 유는 변신을 자랑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녀는 어느 작품에서도, 어느 역할 안에서도 아오이 유였다. 동시에 아오이 유가 아니기도 했다. 이야기 속에 빠져 한참을 헤매다 나오면 그녀는 어느새 허공의 아련한 그림으로 남았다. 신비의 산속으로 들어갔던 <충사>에서의 아오이 유와 이웃집 소녀처럼 나타났던 <백만엔과 고충녀>에서의 아오이 유는 닮은 듯 다른 그림이다. <번개나무>를 마치고 아오이 유는 “역할을 따라 도망쳐온 것 같다”고도 말했다. 평소 수줍음이 많은 소녀는 이야기의 틀을 빌려, CM의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셈이다.


올해 일본에선 ‘모리(林)걸 패션’이 유행했다. 숲속에 살 것 같은 소녀의 옷을 일컫는 신조어다. 모델은 아오이 유. 쉬폰 소재 스커트에 망토, A라인 원피스에 니트나 퍼 소재 모자처럼 동화나 만화 속 소녀를 이미지화했다. 그리고 이 패션에 자주 따라붙는 말이 구름이다. ‘모리 걸’은 화창하게 맑은 청명한 숲의 소녀가 아니다. 구름이 적당히 낀 뿌연 숲속의 주인공이다. 갖가지 색옷을 입고 나타나 어렴풋이 사라지는 아오이 유와 겹친다. <도쿄!>에서 아오이 유와 함께 작업한 봉준호 감독은 “아오이 유는 매우 복합적인 면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복합적인 면이 아오이 유에겐 수수께끼의 조각처럼 보인다. 모으고 모아도 답이 없는 그림. 희미하게 남은 테두리만 맴돌게 하는 배우. 숲속의 배우 아오이 유는 지금도 거짓말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오래된 주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