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우리에게 어느 여름보다 멋진 햇살을 가져다 주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절이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계절이 있다. 꽃 내음, 거리의 낙엽, 그리고 찬 서리와 함께 찾아오는 봄, 가을, 겨울과 달리 여름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성큼 자리한다. 그러니까 여름에 시작과 끝은 없다. 여름은 단지 거짓말 같이 작열하는 태양과 같고 최고 밀도의 파란 하늘을 닮았으며 열기를 머금은 아스팔드의 새벽 녘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시간은 당연하게도 흐르고 계절은 어김없이 다음 절기에 자리를 내주기에 우리는 여름을 사라짐으로, 갑작스런 뙤약볕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일본에서는 하나의 여름이 지려한다. 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은퇴를 고한 것이다. 1991년 5인조 댄스 그룹 '슈퍼 몽키즈 Supeer Monkeys'로 데뷔해 25년이 된 지금, 1억 3천만의 일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여름이 마지막 햇살을 거두고 있다. 모든 이가 놀랐고, 모든 이가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스다 관방장관은 TV에 나와 '외롭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하나의 여름이 지려한다.
아무로 나이에의 스토리는 파란만장하다. 1991년 열 넷이란 어린 나이에 '슈퍼 몽키즈'로 데뷔해 4년 뒤 솔로로 데뷔했고,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으며 '메이지의 여신 明治の女神'이 되었다. 그런데 스무살이 되던 해 갑작스런 결혼과 함께 임신 사실을 발표했고, 곧 휴식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드라마 '버진 로드'의 주제가 'Can You Celebrate?'로 더블 밀리언을 기록했으며, 그 해 그녀의 연 수입은 7700만 엔이었다. 그러니 부러울 게 없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슈퍼 스타, 그 자체였다. 하지만 1999년, 아무로 나미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상처를 입는다. 아들 하루토가 아직 두 살도 채 되지 않던 때, 엄마가 매제에게 살해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TV는 물론 매스컴에서 열을 올렸고, 아무로 나미에는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2차 피해를 입게됐다. 하지만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 어릴 적 모두가 '어차피 오키나와로 돌아올 거잖아'라고 비꼬던 말들도 참아냈던 그녀였다. 아무로는 사건이 있은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TV 프로그램 'HEY HEY HEY!에 출연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리고 8월 치바 마린 스테이지에서 'Finale Summer Dream Stage'란 이름의 콘서트를 가졌다. 그녀의 여름은,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로 나미에의 두 눈물을 기억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1년의 휴식을 가진 뒤 복귀했던 NHK '홍백 가합전'에서의 'Can You Celebrate?'에서의 눈물과 자신의 고향 오키나와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가지며 불렀던 'Sweet 19 Blues'에서의 눈물이다. 그녀는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환호로 맞아줬던 팬들에게 고마움을 느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었다. 고향 오키나와에서는 'Sweet 19 Blues'의 작곡가인 코무라 테츠야를 소개하며 이 곡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노래라며 눈물을 흘렸었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그녀의 본심이 숨겨있다. 그녀는 오키나와에서 액터스 스쿨에 다니며 학창시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졸업 문집에는 아무로 나미에 '난'이 공백으로 되어있었다. 그렇다. 어린시절 그녀에게 오키나와는 차가웠다. 그녀는 그저 자신만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말한다. '노래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다. 춤을 나보다 잘 추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이다. 그녀는 마침내 오키나와를 뜨겁게 느끼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아무라'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총 370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말이다.
물론 아무로 나미에에게도 방황은 있었다. 혼란도 있었다. 그녀는 90년대 후반 코무로 테츠야와 히트곡을 내놓으며 성공을 하고 있던 때도 초조함과 불안, 두려움에 시달렸다. '다음 곡, 다음 곡. 히트곡, 히트곡.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주변이 너무 갑작스레 변해버렸다. 그게 정말 싫었다'고 나무로는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코무로를 지어냈다. 코무로 테츠야 아래서 나와 자신이 자신의 앨범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셀프 프로듀싱'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이름도 바꾸었다. '수트 쉬크 Suit Chic'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단어의 조합이 그녀의 새로운 이름이다. 그녀는 코무로 표 발라드와 댄스에서 벗어나 R&B와 힙합으로 음악적 노선도 변경했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 '멋지다(格好いい)'를 음악적으로, 스타일로 구현한 것이다. 그녀는 귀엽지도, 예쁘지도, 섹시하지도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믿기지 않지만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녀는 우리에게 어느 여름보다 멋진 햇살을 가져다 주었고, 어느 여름보다 멋진 꿈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여름이 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