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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Nov 08. 2017

그녀에 대한 오해,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의 질문의 답은, 카페가 아닌 개인, 사람이다.



오기가미 나오코는 느리지 않다. 오기가미 나오코는 느긋하지 않다. 오기가미 나오코는 조용하지 않고 고요하지도 않다. '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를 만들었음에도 그렇다. 물론 우리는 안다. 그녀는 고작 5천 명만이 살고 있는 카고시마의 섬 요론도에서 안경이란 공통점 하나만으로 106분의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심지어 해외 모 영화제에서는 그녀를 '일본에서 가장 느긋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최근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다르다. 무엇보다 제목이 길어졌고, 그것도 문장형이며, 처음으로 취재를 한 뒤 시나리오를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녀가 달라졌다고, 그녀가 진심을 드러냈다고 말이다. 공백이 5년이나 됐으니 변할 만도 하다. 하지만 '카모메 식당'을 다시 보니 생각이 틀렸다. 오해를 했다. 그녀는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일관된 세계를 꾸렸고, 여전히 비슷한 주제를 얘기했다. 가족을 대체하는 '카페'란 커뮤니티, 그녀의 세계는 '카페'로 수렴된다. 이번 역시 '카페' 속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모메 식당'부터 그녀의 제작사 이름은 '파라다이스 카페'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가 굳이 핀라드에 식당을 차린 이유는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연어 때문이다. 거대한 동기나 계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오니기리를 메인 메뉴로 고집하는 이유는 관광 온 일본인이 가이드 북을 보고 찾아가는 듯한 가게와는 다른 '냄새'를 풍기기 위함이다. '길을 걷다 가볍게 들어가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 딱 '그 정도'의 가게다. 그리고 오기가미 영화에서 이 '그 정도'의 느낌은 꽤나 중요하다. '안경'에서 펜션 하우스에 모인 이들 간의 거리감, '카모메 식당'에서 함께 일하게 된 세 여자 사이의 거리감, 그리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고양이를 빌려 주며 동네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사요코와 동네 사람들의 거리감. 이는 곧 오기가미 나오코가 생각하는 가족의 대안, 있어야 할 형태의 공동체다. 그리고 이 거리감이 현대 도시 카페에 모인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을 은유한다.



'그 정도'의 실천, '카페'의 대체물은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에서 보다 진해진다. 무엇보다 영화는 설정부터가 뚜렷하고 명확하다. 집에 소홀한 엄마를 둔 딸 토모가 트랜스젠더 애인을 둔 삼촌과 함께 며칠을 보내다, 집에 돌아온 엄마와 마주한다는 이야기다. 붕괴된 가정, 이성애주의를 흔드는 젠더의 등장, 자연스레 제기되는 질문. 오기가미는 무엇이 가족인가를 묻는다. 지금까지와 달라진 게 없는 질문이다. 다만, 이전까지는 답을 먼저 제시하고 질문을 생략했다면, 이번에는 질문과 답을 제대로 주고받는다. 붕괴된 전형적인 가정에서 출발해 대안을 모색하는 식이다. 물론 이전의 영화들이 비판받는 지점은 일리가 있다. 질문도 없이 대답을 했으니 허황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랩퍼이지 영화 평론가인 우타마루는 심지어 '가게 흉내 놀이'에 불과하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에서 그녀는 진심을 드러냈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를 떠올렸다면 다소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훌륭하다. 그녀의 최고작이다. 아픔이 있고, 치유가 있으며, 인생의 애잔함이 서려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통역하며 다가왔던 말이 있다. 좌우명 비슷한 걸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카모메 식당'에서 마사코가 하는 대사다. 동시에 아오이 유우가 모 TV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기도 하다. '카모메 식당'에서 마사코의 짐은 도착하지 않는다. 끝내 도착은 하지만 가방 안엔 그녀가 숲에 가서 가득 땄으나 잃어버렸던 버섯이 한 가득 들어있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기를, 그러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오기가미의 마음으로 읽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에서 토모에게 삼촌은 '늦게 돌아와도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보면 지긋지긋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모메 식당'에서 마사코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20년간 묶여있던 족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족 이전에 사람이다. 부모 자식 이전에 개인이다. 그러니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질문의 답은, 카페가 아닌 개인, 사람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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