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마츠 소스케, 일본 영화에 흐르는 가장 치열한 시간이다.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르겠다. 변화, 변신이란 말이 무색하다. 배우의 품을 넘어 배우에 다가가고, 폭발할 듯 싶지만 아름답게 미끄러진다. 오다리리 죠의 고독과도, 카세 료의 맑은 어둠과도, 아사노 타다노부의 거친 서사와도 다르다. 변화와 변신 너머에 존재하고 확장의 차원 위에 자리한다. 감히 얘기하건데 지금 일본에서 가장 치열한 배우는 이케마츠 소스케다. 2014년 안도 히로시 감독의 '바다를 느낄 때(海を感じる時)'와 2017년 이시이 유야 감독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선 다자이 오사무의 냄새가 났고, 2016년 야자키 히토시 감독의 영화 '무반주(無伴奏)에선 미시마 유키오의 얼굴이 보였다. 중간중간 '데스 노트' 시리즈와 '극장판 MOZU', 그리고 '심야식당' 속편 같은 대중영화까지, 이게 모두 지난 5년 사이의 일이다. 물론 그저 대중 영화와 아트 영화를 오고간 궤적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케마츠의 연기엔 변화, 변신 이상의 자리가 숨어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의 자욱,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예감, 떠나감을 지연한 시간의 흔적을 품어내는 것이 이케마츠 소스케의 연기다. 지금 새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이케마츠 소스케의 영화 데뷔는 2003년 아역으로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다. 주인공 알 그렌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 역할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시작은 2009년 무렵 부터라고 해야할 것 같다. 2006년 이케마츠는 'NHK 정월 시대극' 시리즈에 출연했다. NHK의 대화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냥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를 인상깊게 본 각본가이자 감독 미타니 코기가 2009년 자신의 연극 '연속인형활극 신 삼총사'에 달타냥 역으로 그를 발탁했다. 보다 대중의 품 속에 다가간 걸음이었고, 보다 배우의 자리를 드러낸 포인트였다. 유명 감독이 배우 커리어를 설명하는 어떤 디딤돌이라고 할 때 이케마츠는 그 첫 걸음을 미타니 코기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이후 이케마츠는 작품과 함께 감독의 리스트를 늘여갔다. '이별까지 7일'에서 시작된 이시이 유야 감독과의 연은 '밴쿠버의 아침(バンクーバーの朝日)과 '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로 이어졌고, '아주 긴 변명', '태풍이 지나가고', '종이달'을 지나면서는 니시카와 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요시다 다이하치의 이름을 더했다. 그만큼의 시간이 더해졌다.
츠마부키 사토시, 에이타, 아야노 고가 어제처럼 느껴진다. 마츠다 쇼타, 류헤이, 야마다 타카유키가 이전 페이지처럼 느껴진다. 이케마츠 소스케는 스다 마사키, 히가시데 마사히로, 소메타니 쇼타와 같은 선상에 있는 배우다. 1990년대 초반 출생으로, TV 보다 스크린에 집중하고, 대중 영화 밖에서 필모그래피를 그려낸다. 그 다양함의 정도가 이들 만으로 다채로운 지금의 일본 영화를 그려낼 정도다. 하지만 이케마츠 소스케는 그 선상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굴곡이다. 어릴 적 순하고 앳된 얼굴은 자리를 감춘 지 오래고, 어느새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있다. 전형적인 수사에서 자유롭고, 진부한 카테고리부터 이탈하는 그의 얼굴은 배우의 얼굴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수식할 도리가 없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노동과 노동 사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한 쪽으로만 세상을 보는 이의 잘려진 시간을 응축했고, 부러 말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는 모습은 다자이 오사무가 살았던 연기로 포장된 시간을 은유했으며, '바다를 느낄 때'의 오프닝에서 맨몸으로 떨구는 시선은 현실에 추락한 사랑의 잔해를 응시했다. 머문 자리의 여운이 유독 길고, 끊임없이 흔들리고 파장을 일으키며, 자기 분열을 하다 응축되고 동시에 미끄러지는 생물체. 이케마츠 소스케는 그저 배우로 존재한다.
이케마츠 소스케를 고유하게 만드는 건 영화를 보는 그의 안목이다. 감독의 이름도, 특정 장르도, 예술성의 정도도 아니다. 그는 영화를 현실에 끌어오며 작품을 선택한다. 영화를 통해 인간을 재고하고, 삶을 회의하며, 사랑을, 섹스를 의심하고, 현실을 상상한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가 사이하테 타히의 시를 원작으로 한 것처럼 이케마츠 소스케는 영화로 현실의 시를 쓴다. 유독 노출이 많은 영화가 눈에 띄는 건 그가 과감하고 도발적인 영화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관계의 어둠, 사랑의 이면, 엇나간 시간의 고뇌에 끌리기 때문이다. '배신의 거리(裏切りの街)'와 '종이달’에서의 이케마츠는 어디에도 자리하지 못하는 남자의 초상이었고, '바다를 느낄 때'와 '무반주'에서의 이케마츠는 여기보다 저기, 육지보다 바다에 자리하는 남자였다. 이는 모두 2011년 관람한 영화가 200편에 달한다는 그의 시네필적인 면모의 반영이겠지만, 이케마츠는 거기에 자신의 시간을 더해 영화를 영화 이상으로 확장한다. 이케마츠 소스케를 보면 우울한 쇼와(昭和)의 그림이 떠오른다. 헤세(平成)이 태생이지만 그에게선 지나간 시간의 자리가 선연히 흘러간다. '무반주'의 초반부 학교 시스템에 반항하며 클래식 까페를 찾은 여고생 쿄코와 그가 나누는 대화에서 느껴지는 쇼와의 향기는 분명 이케마츠 소스케의 것일 것이다. 끝나지 않은 것을 사랑하고, 소외된 감정을 아우르며, 아직 남아있는 시간을 추억하는 배우. 일본 영화에 흐르는 가장 치열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