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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an 29. 2018

일본이란 이름의 2.5차원

어떤 꿈도, 판타지도, 픽션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5차원에서라면.


바깥은 만화. 계절은 애니메이션. 노래하는 아이돌과 춤추는 EXILE. 현실보다 꿈에 가깝고, 픽션을 닮은 리얼의 세계가 지금 일본을 달구고 있다. 2차원과 3차원 사이에 자리해 2.5차원이라 불리는 세계는 일본 대중문화의 판타지를 일상에 데려다 놓는다. 현실 불가능한 것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애니메이션의 만화같은 설정, 게임의 현실을 이탈하는 이야기를 물성 있는 것들로 표현한다. 꿈인 줄만 알았던 픽션은 현실 곁에 다가오고, 만화 속에서만 꿈꿨던 세계는 가상의 영역을 이탈한다. 연극 기획자 마츠다 마코토(松田誠)가 펼쳐내는 새로운 차원이다. 2000년 'Hunter X Hunter'의 성공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뮤지컬의 외연을 확장했다. 그건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을 무대 위로 가져오는 것이었고, 꿈과 판타지의 시간을 현실로 물들이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 2.5차원적 시간은 엔터테인먼트를, 문화를 향유하는 일본의 어떤 자세와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꿈과 판타지를 유독 즐기고, 현실에서 꿈을 꾸려 애쓰며, 일상에서 몽상의 심포니를 꿈꾸는 모습은 일본을 관통하는 고유의 차원이다.  

마츠다 마코토의 전략은 세 가지다. 화제성, 장래성, 그리고 돈. 하지만 이 셋을 다 갖추는 건 쉽지 않다. 그 역시 그렇게 말한다. 하나, 혹은 둘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 달성되지 못할 것들을 추구한다. 애초에 게임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몽상에 가까운 발상이다. 그럼에도 그가 2.5차원의 세계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건 문화의 종착점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픽션이 픽션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 꿈이 꿈으로 자리할 수 있게 하는 일상, 판타지가 판타지로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을 그는 무대에서 구현한다. 마츠다는 만화 '흑집사(黒執事)를 원작으로 한 무대에서 주인공이 바다 위 배에서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을 CG없이 완성했고, 역시 만화를 원작으로 한 '테니스 왕자님(テニスの王子様)에서 시합 장면을 조명과 소리를 활용해 만들었다. 좀비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하얀 첫을 덧입히고 파란 조명을 더해 구현한 바다는 현실과는 다른 리얼리티의 차원이었다.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乃木坂46)도 무대로 데려오는 2.5차원의 세계는 문화라는 차원과 우리의 일상이라는 차원의 교집합에 다름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를 봤을 때 토토로 못지 않게 나를 놀라게 한 건 쿠로스케였다. 먼지에서 비롯된 그 캐릭터는 일상에 잠자는 판타지를 깨어냈다. 동시에 현실을 꿈으로 물들였다. 물론 이건 그냥 커다란 세계를 아우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바라본 건 숨어있는 꿈을 현실로 데려오려는 애씀이었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이었다. 일본은 문화를 경험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지는 문화와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이들은 문화를 산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질감의 시간을 그들은 갖고있다. 데뷔 25주년 만에 해체를 선언했던 스마프의 마지막 무대는 좀처럼 끝이 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도 조명은 꺼지지 않았고, 카메라는 허리를 숙여 오랜 시간 인사를 하는 멤버를 비추고 있었다. 25년의 시간이 스마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침묵은 전달했다. AKB48이나 노기자카46(乃木坂46)가 팀을 이루고 선거를 거치며 졸업을 하는 과정 역시 일본이 문화를 향유하는 태도를 설명한다. 일방향의 것이 아닌 쌍방향의 것. 그러니까 살아가는 것. 어떤 꿈도, 판타지도, 픽션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5차원에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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