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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Nov 03. 2019

잡지가 되어가는 풍경

가을엔 좀 더 타인이 되야겠다 생각했다.



*아래 노래, creephyp. ゆっくり行こう。들으시며 읽어보시면 더 좋을지 몰라요.

'시'를 콘셉트로 호텔이 오픈한다는 소식에  그 날이 떠올랐다. 교류형 호텔로 지난해 교토에 오픈한 'Hotel She, Kyoto'가 사이하테 타히와 함께 문을 여는 단 세 달간의 호텔. 그저 오고가는 시간을 형태로 만들어 놓으면 교류가 되고, 문화가 되고, 돈이 된다. 객실 벽에 시가 붙고, 시를 낭송한 레코드가 제작되고, 레코드 플레이어가 설치되고. 요즘 흔한 풍경이라 해도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호텔이 진행했던 이벤트 '가장 끝에 있는 여행의 오아시스(最果てにある旅のオアシス)'와 사이하테 타히(最果タヒ)의 '타히'에서 만들어진 호텔. 바보같지만 그런 이어짐. 타인인 줄 알면서 다가가고, 헤어질 줄 알면서 만나고, 끝날 줄 알면서 시작한다. 관계는 사실 착각과 오해인지도 모르겠고. 가을엔 좀 더 타인이 되야겠다 생각했다. 

마지막 회사를 나온 게 4년이 다 되어가는데 종종 잡지를 만날 때가 있다. 외고를 쓰거나, 카페 책장을 보거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런저런 잡지의 소식들이 아닌, 내가 살아왔고, 살고있는 시간의 잡지같은 날들. 지난 번 '싱글즈' 마감을 할 땐 오사카에서 잡지를 콘셉트로 호텔을 만든 곳이 알았고, 지극히 익숙해서 새로운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MAGASAINN KYOTO. 그 곳의 홈페이지는 교정지의 레이아웃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고작 2층 밖에 되지 않는 호텔은 공간을 쪼개 옷도 팔고, 토크 이벤트도 열고, 함께 요리를 배워보는 워크숍도 개최한다. 요즘 유행이라는 모든 것이 섞여있지만, 그저 익숙한 잡지의 페이지. 11월 오픈하는 파르코 시부야엔 '미술수첩'과 '호보니치 월간'의 오프라인 숍이 들어서고, 나고야에서 시작된 컬쳐 웹진 LIVERARY는 콘비니를 모티브로 오프라인 숍 LIVERARY Extra도 운영한다. 어제 아침 트위터에 들어가니 그곳이 운영하는 기간 한정 팝업숍이 아이치현 오카사키 시의 로컬 편의점 TAC-MATE에서 열린다. 일러스트 티셔츠, 책 관련 궂즈, 푸드 이벤트, 라이브 콘서트 등 아직도 기자를 하고 있었다면, 이래저래 바빴겠다. 모두가 표현하고 발신하고 공유하는 시대에, 여전히 잡지에 머물다 흘러가는 세월이 있다. 마츠자카 토오리가 혼자 펴낸 책의 제목이 '망상-마츠자카 토오리'란 걸 알았을 때, 잡지 SWITCH가 책을 덮고 반지하 나무 바닥에서 오후의 한 자락을 펴냈을 때, 이야기가 머무는 곳들은 잡지를 닮아있다. 거창하게 얘기할 건 아니지만, 어쩌다 잡지를 만들고 살았더니 잡지와 만났다. 고작 리테일 브랜드 유니클로의 WEARLIFE의 로저 페더러의 30문30답은 또 왜이리 주옥같은지.

https://youtu.be/OsYRGI5JX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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