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의 지구에서, 이어짐의 '링크'를 떠올린다.
소테츠센(相鉄線)과 JR을 잇는 직통 노선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알리는 3분 짜리 뮤비 영상. 사실 고작 그것 뿐인 이야긴데, '100 YEARS TRAIN'이라 이름 붙은 영상은 物語、스토리가 된다. 예전 BEAMS가 40주년을 기념하며 도쿄의 패션, 컬쳐 40년史를 씨줄 꿰듯 엮은 것처럼, 쿠루리의 'ばらの花'와 사카나쿠션의 'ネイティブダンサー'를 매쉬업하고, 2000년대의 YUI, 지금 odol의 보컬 미죠베 료가 나눠부르고, 다이쇼, 쇼와, 헤세이, 레이와. 수 백 년의 시간을 철도 위의 기억으로 옮겨놓은 영상은, 왜인지 어쩔 수 없이 애절하다. 브랜드가 브랜드 영상을 만드는 건 이제 별 다른 뉴스도 아니지만, 어제를 환기하며 어김없이 사람 곁에 자리하는 뭉클함은, 아마도 정직함, 그리고 시대에 대한 책임감에 자리한다. 시대는 변화와 새로움에 들썩이지만, 사실 변화라는 건 어제를 두고 가는 길. 1987년생 유이는 "새로운, 변화라는 말은 편리함, 즐거움에 해당된다 생각하지만, 애절함이나, 때로는 쓸쓸함도 품고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철로의 이어짐, 어제와 오늘의 이어짐, 그리고 여기와 그곳의, 너와 나의 이어짐. 영화 '카페 뉘미에르'를 떠올렸다.
얼마 전 마르지엘라에 관한 다큐 'We, Margiela'는 제목 그대로 마르지엘라가 아닌 그에 얽힌 We, (그와) 우리의 이야기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고집 때문이지만, 이는 마르지엘라가 가진,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시간의 이야가기도 하다. 다큐가 논픽션의 픽션이라 할때, 마르지엘라는 좀처럼 떠올릴 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픽션에서 바라보는 논픽션의 세계는 그의 옷만큼 비범한 풍경이 되곤한다. 옷 뒤에서, 언제나 un-private한 자리에 있었던 그의 다큐는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괄호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애기해줄지 모른다. 마르지엘라에 관한 또 하나의 다큐, 'Martin Margiela in His Own Words'가 지난 뉴욕 다큐 영화제에서 공개됐다고 한다. 두 해 전 드리스 반 노튼의 이야기를 엮었던 '드리스 반 노튼 패브릭과 꽃을 사랑한 남자, 드리스'를 연출한 러아노 홀츠머의 작품.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다큐 작품이지만, 마르지엘라는 역시나 자신으로 연상케하는 장면의 촬영에 대해 NG, 지금 진행중인 작업에 관해선 공개하지 않는 걸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했다. 그만큼 카메라라는 필터를 너머, 몇 갭의 레이어로 가려진 작품이겠지만, 새어나온 몇몇 말들, 영화가 아닌 어느 기사 속에 남겨진 몇몇 말들에 다시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 "셀레브리티가 되고싶지 않다. 일반인과 똑같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 내게 매우 중요하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내 얼굴이 아닌, 나의 작품과 링크되었으면 할 뿐이다." 언제나, 늘, 자신을 향한 주목으로부터 도망쳐 자리했던 사람. 그런 프로페셔널은 시대를 갈망하지 않고, 남아있는 자신의 자리를 바라본다. 그는 언제나 옷에 국한해 이야기하지만, 거기엔 옷이 아닌, 그 이상의 다른 설렘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軸。몇 해 전 온라인으로 구매했던 마르지엘라의 실버 스팽클링 지갑은 하얀 로고 스티치의 매듭새가 고르지 않았는데, 이제 그걸 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패션은, 장인은 어쩌면 가장 사소한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판 WWD를 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