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시의 만물상의 밤을 생각한다.
8kg짜리 식빵. 가족 행사나 특별한 날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굳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의 한 기업은 코코아 분말을 자동으로 저어주는 머그를 만들었고, KFC의 도쿄 마치다 매장은 2000엔 짜리 뷔페를 시작했다. 치킨 외 메뉴, 20종이 넘는 선택지라고는 하지만 8 조각은 먹어야 본전이라는 그곳에서 그낭 KFC의 치킨을 먹고싶다. 크게크게, 많이많이가 음식 아닌 음식을 만들고, 타워를 넘어, 산을 넘어 치솟는 돈부리에 입맛이 별로 당기지 않는다. 불편함이 만들어주는 시간은 분명 있고, 그건 꼭 불편함이 아니기도 하고, 그런 시간에도 쓸모는 있다. 일부러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타고, 때로는 반대의 루트를 고르던 날들의 별 거 아닌 쓸모. 식빵은 본래 같은 크기 반죽 세 개를 만들어,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차로 발효를 하고 완성하는 둥근 산 모양의 식빵이고, 도쿄에 살던 시절 동네 슈퍼의 야마자키 식빵에 놀랐던 날은 이미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모양은 달라져도, 거기에만 깃들어진 정서는 분명 있다. 시부야에 새로 문을 연 파르코엔 닌텐도와 포켓몬 센터가 들어서고, 안경 브랜드 J!NS는 VR로 내게 맞는 안경을 찾아준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곳은 내게 시부야가 아니고, 파르코도 아닐지 모른다. 식빵에서 특별함을 길어내는 시대에, 지나간 식빵을 생각했다.
콘비니, 일본의 편의점을 좋아한다. 컵라면, 빵, 오니기리부터 간단한 세면 용품, 문구류를 취급하는 동네 만물상일 뿐이지만, 콘비니에 '들르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래 전 일본 드라마들을 보면 대부분의 설레는 장면들은 콘비니에서 벌어졌고, '라스트 프렌즈'에서 우에노 쥬리와, 에이타가 하루를 함께 끝내던 콘비니에서의 말들이 그냥 좋았다. 아직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은 끝나지 않은 밤이 그곳에 있었다. 오래 전 도쿄에 살던 시절 동네 가까운 역에서 내리면 철로 건너편 세븐 일레븐이 있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을 한 역사 인근 치고는 꽤 넓었던 콘비니. 무엇이 필요해서도,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그냥 그곳의 문을 열었다. 왜인지 그냥 들르게 되는 이상한 도시의 만물상. 최근엔 라이브 티켓도, 이력서 출력도, 택배 주문과 고지서 납부도 콘비니에서 하고, 이제는 책방이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 로쏜, 패밀리마트, 주요 3사 모두. 구석 한 켠 잡지와 AV 잡지가 대부분이었던, 쪽방 신세의 책방이 아닌, 본격적인 책방이 들어선다. 일례로 일본의 잡지 산업은 콘비니에 많은 덕을 봤다고도 하고, 한 켠에선 둘 다 망해가는 산업이 손을 잡아봤자 의미가 없다고도 하지만, 바이트가 끝나고 괜히 들러 새로 나온 잡지를 기웃거리고, 타치요미하는, 아무것도 아닌, 도시의 타인 곁에 서고, 급할 때는 종종 화장실도 빌려쓰곤 했다. 산업도, 장사도 아니고, 그저 도시에 왜인지 아무렇지 않게 자리하는 콘비니의 무드가 그냥 본질적으로 마음 속에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부야 2쵸메 이미지 포럼 뒷골목 패밀리 마트 2층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숨을 고르는 오후 4시 즈음이 가장 좋은지도 모르겠고, 콘비니는 도시의 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