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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Nov 17. 2019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 날에는.

세상의 소리를 고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래 전 홀로 살던 시절, 도쿄에서 홀로 낯선 겨울을 보내던 시절 싸다는 이유로 주문했던 무인양품의 박스로 만들어진 스피커. 볼륨은 노트북 내장 스피커보다 작았지만, 종이의 소리같다며 홀로 만족했던 시절, 당시 돈이 없었던 건, 그윽한 무드보다 싸서 샀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도, 종이 질감의 사운드는 돈으로 만들어지는 게 어쩌면 아니다. 모르면 돈을 더 주라고, 가격에 따라 사운드의 레벨이야 달라지겠지만, 그런 티 하나 없는, 세련되고 완벽해 밋밋하게 사는 건 조금 재미없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소위 '쁘뉴쁘뉴', 보드라운  귀마개가 덧씌어진 이어폰을 좋아한다고 얘기했는데, 뿌뉴쁘뉴' 그 말랑말랑한 질감의 소리를 알 것 같다. .몇 달 전 블랙베리를 주문하고 따라온 이어폰엔 '쁘뉴쁘뉴'는 이미 어딘가 떨어져 사라지고 없지만. 이번 호 'SWITCH'는 'QUILITY OF SOUND LIFE'를 제목으로 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리를 방문하며(たずねて)'고 이야기한다 . 오래 전 고작 비지니스 호텔에서 BOSE를 보았을 땐 바보같이 유치하게 혼자 흥분하기도 했지. 소리'와 '오디오'에 관한 그의 8000자 인터뷰와 문라이더즈 스즈키 케이이치(鈴木慶一)의 나무로 만든 헤드폰의 사운드 스트림.  오디오를 선택한다는 것, 스피커를 장만한다는 건, 세상의 소리를 고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헤드폰을 쓴 순간, 세상은 내게서만 조금 변화한다. 종이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던 오래된 시간이 떠올랐다.

지난 달 '싱글즈'에 적은 글. 언제부터인가 도쿄는 세상을 바라보는 커다란 창이 되었고, 책방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몇 달 새 큰 원을 그리고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혼자 막연히 품었던 생각을 늘 홀로 긁적이고 정리하는 사람이지만, 사람을 만나며 가게되는 길이 있고, 누군가의 말에 멈춰서는 자리도 있다. 지금은 시절이 이런지라 주저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은 타인이 내가 되는 시간이 분명 찾아온다. 어쨌든 사람인지라, 그래도 사람이라, 도쿄를 이야기하며 나를 보았고, 나를 살아가며 그곳을 생각했다. 지난 9월과 10월 인터뷰를 했던 책방의 와키 씨는 200곳 넘는 출판사, 서점을 자신의 공간에 품은 사람이었고, 꼬뮨을 만들었던 쿠라모토 씨는 '트루 포틀랜드'의 개정판을 위해 4박5일간 65곳을 취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책을 보며 나는 벌써 몇 해 전 'GEEK'의 포틀랜드 특집을 만들었다. 11월 싱글즈는 갖고있던 이런저런 뭉개구름같은 생각들이 편집장 님이 메일로 전해 준 타이틀 하나에 정리된 결과처럼 느껴진다. '일상을 판다'라는 어김없이 이곳에 있지만, 너머를 바라보는 도시의 문장. 그렇게 타인에 다가가는 순간이 새삼 따뜻하다. 특히나 요즘같은 날에는.

ミツメに耳を傾け、音を訪ねて。

https://youtu.be/n02NGQDGC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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