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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월 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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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r 07. 2020

세일을 위한 변명

나는 오늘 나를 갱신하자, 조금 굳게 생각했다.


모르고 지냈지만 도착한 책 첫 페이지에 발행일은 2018년 3월 21일이라 적혀있다. 그 때는 '흘러가고, 묻혀가고, 잊혀지는' 글들은 어떻게든 남겨놓자는 생각에 만들었던 책이, 벌써 2년이 되었다. 두 번의 주말이 지나면 거창한 표현이라 외람되지만, 2주년을 맞이한다. 왜인지 늘 이 자리에 있었고, 사람 사귀는 게 좀처럼 편해지지 않는 성질 탓에 내가 쓴 글 어딘가에도, 아마 그런 쑥스러움이 묻어났는지 모른다. 글만 썼을 뿐, 그 외엔 사실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어, 할 줄도 모르면서 포토샵을 어슬렁거렸고, 그렇게 나온 책은 '아마츄어'같단 말도 들었다. 그래도, 내겐 어엿한 기록의 한 권이라 두 해 전, 우라하라의 줄을 선다는 도너츠 가게에서, 사람이 많아 1인당 3개까지라는 도너츠를 두 개 사고, 테라스에 앉아 사진도 찍곤했다. 어리숙하고, 소심하고, 심지어 여전히 쑥스러운 그런 기억의 사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츄어', 이제는 이 말을 그저 곁에 놓아 둘 정도의 여유를 배운 듯한 기분도 든다. 책의 편집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세상은 그저 아마츄어의 조각으로 굴러가고, 오히려 내겐 그 편이 더 편안하다 생각한다. 내지의 사진, 글들을 몇 곳 교체했고, 무엇보다 이 책엔 람프와의 1000자 넘는 인터뷰가 그대로 실려있다. 아무래도 너무 아마츄어인 것 같아, 표지를 또 한 번 수정해봤지만, 책도, 사람도 다행히 실물이 더 나은 경우가 있고, 그렇게 마음을 조금 놓고, 만남을 잃어버린 시간을 조금 더 걱정한다. 일종의 변명이라고 1.5란 숫자를 더했지만, 이 숫자는 어쩌면 그대로 변하지 않을 것도 같다. 그리고 나라 요시토모는, 이제 오늘부터의 '좌우명'으로 생각하자 생각했다. 

http://www.bookk.co.kr/book/view/36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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