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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r 29. 2020

5년짜리 책방의 엔딩,
시부야의 2021

시부야 츠타야, 그곳엔 6과 1/2층이 있다


'시부야 츠타야'에서 지난 해 겨울부터 만들기 시작한 프리 매거진 ‘아침부터 시부야에서 뭐해?(朝から渋谷で何やってる)’를 알게된 건 얄궂게도 면접을 준비하면서였다. 스크램블 교차로의 츠타야라면, 볼 일도 없으면서 들르고, 그곳에 살 땐 일하고 돌아오는 길 아이스 라떼거나, 카푸치노에 스콘을 하나 사들고, 그 복잡한 2층 스타벅스에 종종 앉아있기도 했는데, 역시나 몸이 멀어지면 마음은 따라가지 못하고, 이미 구간이 되어버린 그 잡지의 창간호를, 지난 1월 늦은 저녁 손에 넣었다. 정말로, 제목 그대로 아침부터 시부야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따라가며 인터뷰한 얇지막한 한 권. 한 때 빵 유학을 하겠다며 찾아봤던 사쿠라가오카쵸(桜丘町), ‘비져너리 아츠’를 졸업한 여자 빠띠시에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시부야는 어떤 거리에요?, ‘얼마 전까지 없었는데(この前までなかったのに)’,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この前まであったのに).’ 오늘의 시부야, 도쿄를 이야기한다.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는 40년째 그곳에서 DVD 4편을 400엔에 렌탈하고, 반납하고, 그런 패턴의 일상을 얘기하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나이 드는 거 이럴 땐 정말 싫어.(웃음)” 이 대목에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정말 많은 사람 ,하루 유동 인구 3만을 넘는다는 그 거리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거라고 조금 눈시울을 붉혀가며 생각했다. 

여기에, 도쿄에 살지도 않으면서, 시부야의 아침은 시프트가 밤이었던 새벽, 규동을 먹고 집에 돌아가던 며칠과, 오래 전 클럽에서 밤을 지새다 맞이한 까마귀 나는 거리 밖에 없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더하면, 그건 어김없이 시부야 6층, 지금은 ‘Shelf67이 되어버린 ‘타치요미(立ち読み)’하던 잡지 코너 풍경이다. “엘레베이터가 6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면 보이는 ‘타치요미’하는 사람들. 그게 좋아요. 하나의 작은 도쿄랄까요, 그런 타인의 온도를 머금은 도시가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유치한 이야기를, 나는 참 많이도 했는데, 1월 늦은 저녁, 장염에 좀처럼 잦아지지도 않는 복통을 감춰가며 CCC, 츠타야 본사가 있는 난페다이(南平台)의 고층 빌딩, 6층 사무실에 앉아 또 한 번 그 이야기를 했다. 뭐 어쩌려고. 그 시간까지 시부야에서 뭐하니. 

2018년 가을부터, 연호가 바뀌던 지난 해 5월 무렵, 그리고 장인을 찾아 떠났던 9월의 어느 무렵과 해가 바뀌어 단 하루의 자유가 있었던 1월의 고작 3일까지. 돌연 문을 닫았던 록뽄기 ‘아오야마 북 센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나도 모르는 새 도쿄의 책방을 걷고있다. 책방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사실 책방 산업, 퀘퀘묵은 어제의 이야기라 지겹고, 지금도 도쿄엔 작고, 아름답고, 재미난 책방들이 자꾸만 문을 연다. 내가 걸어온 길목에서, 그저 마음에 들어 문을 열어본 책방들의 이야기. 시부야의 츠타야는 6층과 7층을 이어 ‘Shelf67’을 오픈한 게 고작 5년 전 이야기인데, 2020, 20주년을 맞이하며 빌딩 통째를 리뉴얼하는 변신을 준비한다. 그 이야기를, 나는 하필 배가 몹시도 아팠던 날, 그 날!! 면접 자리에서 들어버렸다. 도통 알수 없이 흘러가는 요즘을 생각하며, 그 계획은 무사할까 싶지만, 여전히 그곳은 내게  “엘레베이터가 6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면 보이는 ‘타치요미’하는 사람들. 그게 좋아요. 하나의 작은 도쿄랄까요”, 스파이크 존스 ‘존 말코비치 되기’의 7과 1/2층과 같은, 하지만 그보다 더 로맨틱한 숨은 1/2의  공간이다. Shelf67은, 시부야 츠타야와 ‘카페 컴퍼니’의 합작. '카페 컴퍼니'의 카토 씨는 메일을 주고받다 연락이 끊겼고, Shelf67의 타다 씨는 별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몇 자를 적어 보내주었다. 처음 본 Shelf67은 내가 알던 츠타야 시부야가 전혀 아니었고, 그렇게 실망했지만, 그곳은 시부야. 지난 1월 7층엔, 진을 모아 나열한 전시, 스트리트 패션지 ‘Fruits의 백넘버 콜렉션, 시부야니까 완성되는 책장이 여럿 보였다. 코로나가 몹시도 미운 요즘, 2021이 되어버린 올림픽을 기다리며, 2021이 되기 전에, 내가 아는 시부야, 그곳의 츠타야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쩌면 내겐 ‘시부야란 이름의 책방’, 그곳 6층엔 작은 도쿄가 보였다. 

본래 츠타야 6층엔 잡지코믹 코너와  켠에 카페 ‘와이어드 카페 있었어요저는  연결이 묘하게 좋았거든요같이 있지만 같이 있지 않는 듯한. 6층과 7층을 이어 Shelf67 만든다는 이야기를 봤을  흐릿한 연결의 그림이 아닐까 싶었어요

시부야는유행을 느끼게 하는 거리자신을 표현하는 거리친구와 즐겁게 지낼 수있는액티브한 파워가 강한 거리라 느껴요반면그렇기 때문에 ‘편안함 찾아 오는 사람들에 부족한 면이 없지 .  부분을시부야의 현관인 ‘시부야 츠타야에서 실현해보자고 시작한 계획이었어요. ‘유행이랄지, ‘자기 표현 책이란 매개로 제안하고, ‘카페라는 안락한 공간에서새로운 발견과 만날  있는 자리를 만들자그런 그림이었죠.

Q 6층과 7층은 계단으로 이어져있어요근래 도쿄에 가장  화두인 ‘이어짐 의식했다고 느꼈는데.

A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다른 플로어 아닌, ‘계단으로 이동하는 동일한 플로어 의식했어요.

벌써 오픈을 하고 5년째인데요반응은 어떻게 느꼈는지요?

예상을 넘어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셨고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분들도 늘어나고있어요카페에서 느긋하게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보낸달지친구끼리 책을 펼쳐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아요이곳이 책방인지카페인지 의식하지 않고 뒤섞이며하지만 방해하지 않고 공간이 자연스레 상승효과를 고있 보아요

Q ‘시부야 츠타야 올해(2019) 19주년인데요. Shelf67 오픈하실 책방 ‘츠타야로서 새삼 생각하셨던 것들이 있는지요.

A‘Shelf67 책방의 이름이 아니에요. ‘Book & Cafe’ 스페이스의 이름입니다. 다만 ‘Shelf67’ 오픈에 맞춰 서점 스페이스를 리뉴얼하고동시에 책들은, 말하자면 일반 서점의 분류가 아니라다이칸야마 츠타야 등에서 갖춰온 노하우를 살려, ‘’, ‘여행’, ‘자동차 같이손님들 라이프 스타일에 발맞춘 생활 맞춤형 분류로 변경했어요

Q 2015 ‘Shelf67’ 이후책방으로서 ‘시부야 츠타야 느끼는 가장  변화는 무엇인가요.

A 2015 이후에도 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점에 변화는 없어요. CAFE 하나가 됨으로서손님들이 보다 편안하게 모일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저희가 전하고 싶은 기분을 보다   표현   되었다고는 느껴.

실제로 ‘Shelf67’ 이용하는 손님들의 패턴은 어떤가요.

A 6층은 신간이나 트렌드 서적이 7층보다 많기 때문에보통 6층에  많이 오시는 인상이에요. 7층에는 여행서나 아트  책들이 비교적 그래서 체재 시간은 6층보다 길다 느껴요. 1시간 이상 카페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최근 도쿄에 책방들은 정말 다양하게 변화중이잖아요.그런 변화하는 시절에, 40년의 역사를 가진 시부야의 책방으로서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손님들 니즈에 맞춘 개성있는 책방이 계속 태어나고즐길  있는 곳들이 늘어나는  기쁘다고 생각해요저희도 ‘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제안 축으로앞으로도 변함업이 니즈에 맞춰지금 이상으로 새로운 발견만남을 제공하는 자리로 있고 싶다고 느낄 뿐이에요. 

연호가 바뀌고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는데요책방의 내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저희들은 항상 ‘책방 존재 방식에 대해 모색해왔어요 과정에서 항상 의식했던  ‘손님을 위해서’ 어떻게  것인가였어요세계 국의 도시가 그렇듯일본의 중심인 도쿄시부야라는 거리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스피드 빨라지고그에 따라 손님들이 ‘책방 요구하는 가치도 변화하고 있어요.그건 시간으로 이야기하면종래의 책방이 제공해왔던 가치 이상이거든요.손님이 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안에서 새로운 고객 가치체험을 만들어가는 그걸 지속하는 것이 저희의 존재  생각해요손님들  사람 사람도 각자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발신할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더만든 사람의 생각이 담긴, ‘확실히 전할  있도록 돕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해요책방이 사양 산업이라고  년째 이야기하지만, ‘누구를 위해’ 책방을 부활시킬 것인가, ‘ ‘책방 없으면 안되나 이야기거든요 물음의 근본, ‘손님을 위해 의식하고 답을 아가는 ‘책방 많이 생겨난다진정한 의미의 ‘책방 부활 되는  아닐까 싶어요저희가 추구하는  ‘책방 아닌, ‘생활 제안의 공간이고,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위한 ‘생활 제안 계속 추구해나갈 뿐이라 느껴요

A_SHIBUYA TSUTAYA 多田大介

근래 도쿄의 변화에서 느껴지는  어디든 책방이 보이고어쩌면 책방이 중심이고그렇게 책방은 책방을 벗어나지만일상 안으로 스며든다시부야 오쿠시부(奥渋) 올해 12년을 맞는 책방 SPBS 후쿠이 세이타는 ‘일상의 비일상으로서의 책방을 이야기했는데그런 조금 색다른 ‘비일상 자리가 일상에 쌓여간다. Shelf67 사실 7층은  위압적이고, 6층이 내가 알던 시부야의 러프함, ‘타치요미하던 시절의 공간이었지만, 7  켠엔 시부야 골목  구석을 떼어놓은 듯한 흡연 부스가 있다지난 1 시미즈 관장의 이야기가 실현된다면고작 5년으로 사라질 책방. 하지만 어쩌면 그런  시부야의 일상이다.


•next 동경책방 #02

https://brunch.co.kr/@jaehyukjung/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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