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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un 05. 2020

d-JEJU, 호텔이고 호텔이 아닌

교토의 에이스 호텔, 그리고 제주의 d&department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에이스 호텔'이 일본 내 처음으로 교토에 둥지를 틀 예정이었다. 그 시기는 4월 16일. 1월 말 선행 예약을 시작했고, 하지만 아직 그 투숙은 어느 한 방 이뤄지지 못했다. 몇 번의 연기와 지연. 이 시간 현재 공지된 새로운 오픈은 6월 11일이다. 그것도 한정적인 프레 오픈. 이 날짜는 그 곳의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을까.


*4월 7일, 예정된 오픈을 일주일 즈음 앞두고. 호텔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로 인해 5월 21일로 오픈을 연기합니다.

*5월 13일, 다시 예정된 오픈을 다시 일주일 즈음 앞두고. 에이스 호텔 교토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긴급 사태 선언에 의한 연장, 교토부 외출 자제 요쳥, 긴급 사태 조치 연장 등으로 오픈을 다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개업은 6월 중순으로 예정합니다.

*6월 2일, 다시 한 번의 공지에서. 에이스 호텔 교토는 6월 11일부터 프레 기간으로 오픈할 것을 발표합니다. 그랜드 오픈은 2020년 하반기를 예정합니다.

아마도 6~7년 전, 남성지 GEEK

에이스 호텔이라면 벌써 5년 도 훌쩍 이전, 포틀랜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통 큰 편집장 선배 덕분에 현지에 가서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출장 10일 전 객실은 모두 다 차있었고, 숙박은 하지 못했지만, 포틀랜더 특유의 유머, 너스레, 센스로 꽤나 유쾌한 객실 투어를 받았다. 지금은 조금 평범해져버린 트렌드한 이모저모가 곳곳마다 가득했다. 호텔 로비같지 않은 로비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 출장 길에 그런 여유는 그림의 떡이지만, 그 날이 이곳의 평범한 오후가 될 줄은 그 때는 몰랐지. 세상엔 분명 어떤 일정 양의 시간이 필요하다. 에이스 호텔 교토는 본래 전화국으로 쓰이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구동과 새로 신축한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테마는 ESAT MEET WEST다. 건축을 담당한 건 쿠마 겐고. 이 분은 대체 언제 쉬시는지. 올림픽 경기장도, 70년만에 새로 생긴 야마테센 신역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사도 이 분의 작품.



그리고, 제주에 오픈하는 D&Department에 관하여.


먼저 어제 나의 첫 랜선 인터뷰에 대해. 인생 첫 리모트 워크가 나가오카 켄메이 님과의 인터뷰란 사실에 바짝 쫄았는데 몇 번의 '발음 엉킴' 사태를 제외하면 무사히 '끝난 것만 같다.' 중간 횡설수설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호텔의 마무리도 확인하지 못하고 (pre-이기는 하지만) 오픈을 해버린 호텔을 이야기하는 나가오카 님의 말들은 혼자 분투하던, 대부분 좌절하고 우울했던 날들에 멋스런 나의 변명처럼도 들려왔다. 용기가 되고 얼룩을 지워주는 마음 상냥한 변명들.  zoom엔 배경을 바꿔주는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왜인지 그게 되지 않았고, 내 뒤로는 옷들이 정신없이 걸려있는 생활감 작열하는 가운데, 나가오카 님 뒤로는 하양 바탕에 관엽 식물 이파리가 하늘거렸다. 호텔이 아닌 호텔같은 것. 그곳의 오픈은 7월이라 하는데 그 날은 무사히 찾아올지. 나의 인터뷰가 아닌 '인터뷰와 같은 것'을 함께 해준 D&D '친구들'이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와 같은'은 별로 말 장난은 아니고, '친구'란 표현도 별로 친한 척은 아니고, 이건 올해로 20년을 맞는 D&D의 앞으로의 20년의 이야기다. 나가오카 님과의 인터뷰 아닌 '인터뷰와 같은' 대화는 잡지 '싱글즈' 7월호에, 앞날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지만, 공개될 예정입니다. 제주에 가고싶다, 생각했다.



호텔같지 않은 호텔의 시작이 에이스 호텔이었다면, 제주의 d-Jeju는 소비에서 경험을 이야기하고, 커뮤니티, 서스태너빌리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 시절에, 벌써 20년 전부터 움직여온 D&D가 빚어내 내미는 내일이다. 그곳엔 OO가 아닌 '~와 같은'이란 키워드가 움직이는 곳곳, 발걸음 하나하나 빼곡하고,  그 말이 조금 더, 오늘이 아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야한다. 그에 더해 함께 작업을 한 건축 사무소 '스키마 건축 계획'의 나가사카 죠 디자이너는 본래 '예정부조화(予定不調和)'란, 아리송한 건축을 하는 남자다. 아직 가보지 않은 호텔을 (마무리는) 아직 보지도 못했다는 나가오카 씨와 함께 이야기하며, 갑자기 들이닥친, 좀처럼 알 수 없는 이 계절의 어쩌면 '내일같은' 날들을 생각했다. 잘 보이지 않을 땐 멀리서, 알지 못할 땐 좀 더 넓은 시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은 도움이 된다. 7월호 잡지에 실리는 관계로 더 이상 말할 수는 없고, 하지만 어차피 모든 건 완전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 또 남는다. 최소한 지금 막 뜨겁게 얘기하는 내일보다, 20년째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내일이 조금은 더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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