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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Oct 29. 2019

센토와 파르코,
도쿄에 내일이 찾아오는 시간

거리가 점점 잡지를 닮아간다


# 고작 쇼핑몰에 대한 기억

멋모르고 도쿄를 돌아다니던 시절, 평범한 쇼핑몰인 줄 알고 들어간 파르코에서 생전 처음 딱 맞는 셔츠를 샀다.  'soe'의 소매와 허리에 주름이 잡힌 조금 이상한 셔츠. 당시엔 몰랐지만, 개업 초기부터 파르코는 새로운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소개했고, 새로 오픈하며 3층과 4층을 신진 디자이너들의 숍으로 꾸린다. 멋모르던 시절, 'soe'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11월 리뉴얼 오픈하는 파르코엔, 190여 개의 점포, 세계 최초라는 구르메, 갤러리를 겸비한 숍 10여개, 그리고 등등등. 200억 엔이 넘게 들어간 리오픈이라 한다. 내일엔  역시나 돈이,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아직 주저되고, 왜인지 망설이고, 조금은 주춤하고 싶다. 지난 여름 공사중인 현장 사진을 포스터로, 야나이 미츠히코의 손을 빌려 리뉴얼을 예고했 때, 그렇게 멈춰있던 '어제'가 좋았다. 내일을 바라보지만 지금을 살고, 너머를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있고, 어제가 남아있는 고작 길목의 쇼핑몰.  새로 문을 여는 파르코엔 미술 잡지 '미술수첩'의 오프라인 숍  oil by, 이토이 시게사토의 웹진 '호보 일간 사이트 신문'의 도쿄 안테나 숍 '호보일간'도 오픈을 한다고 하고, 얼마 전 나는 잡지 마감을 하며 '거리가 점점 잡지를 닮아간다'는 문장을 적었다. 그곳과 나 사이의 교차, 나와 그곳 사이의 오늘. 그런 쇼핑몰이 11월 오픈을 한다. 그리고 9층 옥상엔 10여 년전 국도246 길변의 '파머스 마켓'을 '꼬뮨246'으로 확장했던 미디어 서프의 또 다른 '꼬뮨'. 돌고 돌고 그저 돌았더니 다시 그곳을 다시 만났다. 



# 동네 목욕탕이 생각나는 날

요즘 도쿄에서 목욕탕이 붐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아빠 손에 끌려 마지못해 다니던 목욕탕이 왜인지 새삼 붐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저녁 6시 즈음 문을 열고, 요금은 조례로 동결되어 함부러 인상하지 못하지만, 최근의 도쿄를 보며 오래 전 일요일이 떠올랐다. 드라마와 책, 영화가 연이어 공개되고, 얼마 전엔 도쿄의 목욕탕 550곳이 '센토의 추천'이란 이름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의 그림으로 탕내 벽을 그리고, 모던한 그림으로 단장된 비누, 타월, 목욕용품 등을 팔고, 각종 토크 이벤트는 탕내에서 열렸다. 당연했던 일상이 왜인지 이벤트가 되어간다. 한국에선 찜질방이, 일본에선 건강 랜드가 목욕탕이 아닌 목욕탕을 대신하고 있지만, 목욕탕엔 목욕탕의 시간이 흘러간다. 모두가 잘 못 살던 시절, 집에 욕조가 없고, 물 값을 걱정하고, 그렇게 목욕탕을 찾았던 조금은 따듯했던 시절. 얼마 전 찾은 아사쿠사 인근의 '히노데유'엔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여있었고,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탕내에서 군고구마를 구워먹고, 나가시 소멘 행사를 하고, 배우 이세이 유스케가 대표로 있는 Rebirth Projecto와는 '맨몸의 학교'란 프로그램도 열었다. 그곳의 주인은 나보다 무려 한 살이나 어린 서른 OO이다. 암반석에, 히노키 욕조에, 주변엔 경쟁 목욕탕만 수 십개나 되지만, 유황도, 콜라겐도 아닌 사람이 오고가는 동네 목욕탕. 가장 멀고 가장 가까운 어제와 내일의 거리에 목욕탕이 있다.. 이틀 지난 10월 26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가을, 일본에서 '목욕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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