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아직도 반쪽의 문만 열었지만, 영화처럼 변해버린 일상에서 영화가 꿈꾸는 그림들. 영화는 살아있다는 말이 더이상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묘한 현실 속에서 영화가 바라보는 이곳 너머의 리얼리티. 그런 픽션의 현실이 지금 이곳에 남긴 발자국. 아직은 많은 게 알 수 없지만, 세 편에 공통된 게 있다면, 세 작품 모두 도네이션, 수익금 일부를 극장 지원 기금에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영화는 그렇게, 언제 한 번 현실을 멀리한 적이 없다. 2020, 코로나 어느 즈음에서.
[1단계] 시절에 대한 하소연: 다섯 개의 '긴급 사태 선언' 그리고 그 후
이런 시절에 아마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시도. '두더지'로 급부상해 이후 초현실 아트로도 활약중인 소노 시온, '행복한 목욕탕'의 나카노 료타, 지난 해 가장 뜨거운, 논란의 한 편이었던 '미야모토가 너에게'를 연출했던 마리코 테츠야, 오다기리 죠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일 때 두드러졌던 '인 더 풀', '시효경찰'의 미키 사토시, 그리고 일본 국민 코메디 배우 무로츠요시가 주축이 되어 뭉친 '비동기 테크部' 등 다섯 팀이 각각의 '긴급 사태 선언'을 그려낸 코로나 시대, 어쩌면 최초 옴니버스 영화. 이런 예상치 못한 난국이라 하지만, 사람은 별로 변하지 않고 공개된 시놉이 우리가 알고있던 그들, 그대로다. 나카노 료타 감독의 '딜리버리 2020'에 출연한 와타나베 마키코는 "어떤 상황이더라도 (나카노 감독의) 살아가는 방식은 변함이 없고, 목표는 정해져있다. 당연한이야기같지만,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감독의 뒷모습을 보는 게 저는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저 오늘은 그런 어제를 되새기는 하루일 뿐이다. '딜리버리 2020'의 장르는 가족 영화. 나카노 감독은 "이런 제한된 시절에 무얼 찍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나온 대답은 가족. 어디에나 있는 식탁의 이야기이지만, 아마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식탁에서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연하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일상. 알고있지만 체험하지 못한 영화가 어쩌면 시작한다.
[2단계]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 세월의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카메라를 멈추지 마'
40분에 달하는 원컷 원신 오프닝으로 대차게 데뷔작을 만들었던 우에다 신이치로가, 방안에 틀어박혀 배우 한 번 만나지 않고, 현장 한번 꾸리지 못하고 뚝닥 완성해낸 '카메라를 멈추지 마 - 리모트 대작전.' 원편이 영화 촬영 현장을 찍는, 프레임 밖과 안을 넘나드는 질펀한 좀비극이었다면, 고작 스마트폰, 작은 캠코더 앞에서 서로가 찍어보낸 영상을 짜집기한 30분 남짓의 단편은 존재하지 않는 영화 현장에서 길어올린, 코로나 시절의 다소 유치한 화모니(비유가 아닌, 진짜 말 그대로의 화모니)로 완성됐다. B급 발상에 유머와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어김없이 코로나 판국에 엔딩은 서로를 향한 '웃음'으로 귀결되고, 그러고 보면 이 영화의 현장은 '코로나'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너의 손을 빙자해 나를 간지럽히는 내 손은 조악스럽기만 하지만, 이 시절이라 용서되는 미학처럼도 느껴진다. 좀 오버하는 것 같아도, 엔딩의 율동과 노래를 듣다보면 애초 너와 내가 만나 카메라를 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영화의 시작이었다.
이와이 슌지가 단 3개월 만에 완성한 신작, '8일만에 죽은 괴수와의 12일간의 이야기. 제목에서 연상되듯 코로나 이후의 이야기이고, '신고질라'같은 괴수 영화를 만들었던 히구치 신지 감독의 제안에서 시작해 촬영 현장 한 번 펴지않고, 배우, 스태프 모두 단 한 번 만나지 않은채, 서로의 자택에서 리모트로 완성했다. 본래는 히구치 감독을 포함 다섯 명의 감독이 만든 영상을 엮은 옴니버스 형태의 기획이었지만, 코로나 시절답게 이와이 감독이 착각을 하는 바람에 각자의 집에서 촬영한 영상을 덧붙인 꼴라쥬 형식의, 어쩌면 전에 없던 신종 무비가 탄생했다. 8월 일 극장에서 개봉과 함께 유튜브에서 단편 조각을 12회 걸쳐 공개했는데, 그것만으론 8일만에 죽은 괴수의 12일이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코로나 이후 극장에서 본 영화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나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영화같은 사람들의 영화같은 이야기. 며칠 전부터는 온라인 공개도 시작됐는데, 이놈의 일본은 이와중에도 일본 국내로 시청 제한을 걸어놓았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건, 이와이 감독의 스토리 전개는 천재적이고, 사이토 타쿠미는 꽤 매력적이다.
*소소하게, 개인적으로 NEWSZINE을 시작하려 합니다. NEWS와 가장 작은 미디어 ZINE을 더한 말입니다. 가장 지금의 이야기를, 가장 작은 목소리로, one and only의 자리에서 이야기합니다. 첫 편은 코로나 시절의 영화. 추후 별도의 url로 독립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