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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Dec 26. 2020

DOPENEWS #01 ep
도쿄의 반쪽 세상의 절반

어제의 책장을 넘기고, 내일의 너를 만나다



01_Accidentally, 앤더슨



그저 영화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어떤 영화는 끝내 2시간 스크린의 품을 걸어나온다. 웨스 앤더슨의 아마도 가장 인위적인 영화적 미학을 닮은 현실 속 풍경을 담은 책이 나왔다. 나만 몰랐을지 모르지만 인스타 커뮤니티 계정 '우연히도 웨스 앤더슨'에 투고된 사진들을 추리고 골라서 완성한 한 권. 팔로워 수는 무려 120만. 주인장인 월리 코발과 아담 부부가 모두 1만 5천 장의 사진에서 900, 800, 200까지 출여 세계 50개국 180명의 사람들이 발견한 '우연의 한 컷'을 앤더습답게 포장했다. 빈틈없는 좌우대칭, 레트로한 파스텔 컬러, 그리고 우연이 만들어낸 어떤 기적. 그저 영화팬들의 '덕심'이 길어낸 한 권일줄 알았지만, 영화란 어쩌면 그저 그런 이름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여행을 잃어버린 요즘같은 시절에, 영화는 남아있는 여행을 불러낸다.



"사람들은 '뉴욕에 살았다면, 해외 여행에 갈 수 있다면'이라고 자주 말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익숙한 통근길 풍경에 미지의 이야기가 얼마든지 잠자고 있다. 세계는 이상하고 재미난 일들이 흐러넘친다. 지금까지 우리의 스피드가 너무 빠랐을 뿐. 그저 알아차리지 못했으 뿐."


02_크리스마스를 잃은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케팅



"크리스마스 기간에 코로나의 영향이 어떠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우리가 놓여있는 상황을 포함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어떤 사회가 되더라도, 아물리변하더라도, 본질적인 메시지와 기분을 전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를 위한 표현을 찾았습니다." 

'Someone, Somewhere' 


파르코의 광고 캠페인은 늘 '사고싶다'보다 '살고싶다'를 가져다준다고 느끼는데, 코로나 난국에 공개된 광고 비쥬얼은 이 시절 우리가 돌아보는 내가 아닌 '너'를 향한다. 한 여자가 자신의 옷을 조각조각 잘라 공중으로 흩뿔리면 점점이 컬러풀한 조각들은 알지 못하는 한 타인 남성 곁에 떨어지고, 그건 왜인지 빨갛게 포장된 선물이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Somewhere. 만나는 건 조심스러울 뿐이지만 'Someone.' 포스터의 모든 오브제, 심지어 그림자는 다른 무언가와 맞닿아있고, 결코 혼자로 완성되지 않는 희미한 내일의 그림이 그곳에 있다. 세상 모든 마지막은, 늘 시작을 그리곤했으니까. 

https://youtu.be/Mt510dFGISY


03_칸야 웨스트의  GAP이 좀 뭉클하게 센치한 이유


아메리칸 컬리지 룩의 표본 'GAP'이 실은 리바이스의 진, 그리고 레코드의 셀렉트 숍이었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올해 8월 도쿄에선 오래 전 GAP, 60년대 히피 무브먼트와 카운터 컬쳐, 그리고 유스 문화의 중심에서 태생한 모습 그대로의 'GAP'이 등장했다. 위치는 신주쿠 역 남쪽 출구 계단 오른편 복합 쇼핑 건물 'Flags'의 1&B1.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스웻셔츠로 기억되는 지금의 SPA 브랜드로는 쉽게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새로 오픈한 GAP 신쥬쿠엔 오래 전 그 브랜드가 담아냈던 시대의 흐름, 당시의 흥분이 그대로 재현된다. 매장 내엔 GAP으로는 최초로 카페가 마련되었고, 곁에는 책과 레코드를 선별한 코너가,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는 벽에 붙은 보드 속 GAP의 역사를 체험할 수도 있다. 근래 빈번하는 장르간 그라데이션적 융합의 한 예이지만, 동시에 자꾸만 오래 전 기억을 더듬는 패션 업계 사이의 '레거시' 전략이고, 그와 상관없이 도시는 그렇게 조금 시계의 방향을 튼다. 그리고, GAP은 21년부터 칸예 웨스트의 YEEZY와 10년 장기 계약을 맺고 상품을 발표하기로 했다는데, 칸예는 딱 그 무렵, 90년대 유스 컬쳐가 일렁이던 시절 동네 GAP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이럴 때면 세상은 참 묘하고, 아이러니하고, 그저 아름답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04_라프 시몬즈의 온라인 쇼핑


근래 프라다로 자리를 옮기며 한층 프라다의 100년 역사를 술렁이게 했던 라프 시몬즈가 온라인 쇼핑몰을 런칭했다. '부캐'를 말하는 시대에 장사까지 챙기는 디자이너이지만, 쇼핑몰의 이름이 그의 10년전 데뷔 콜렉션 타이틀 'History of my World'다. 쇼핑몰 주제에 꽤나 거창하지만, 라프의 몰에는 그의 시점, 미학, 철학의 관점에서 큐레이션한 가정 용품, 어패럴, 문학 작품 등이 선보여진다. 더불어 이제는 절판이 된 『Raf Simons Isolated Heroes』, 룩북『Woe Onto Those Who Spit on the Fear Generation The Wind Will Blow it Back…』도. 지난 주 오픈한 쇼핑몰은 클릭을 'SOLD OUT'을 알리는 씁쓸한 메시지만이 둥둥 뜨고, 분명 수 백만원은 했을 아이템이 절판되는, 여전히 바보같은, 하지만 조금 애뜻하고 아름다운 날이 아직 남아있다. 가얼마 전 레이 카와쿠보가 긴자 도버 스트리트에서 책의 큐레이션을 하기도 했는데, 큐레이션 안엔 사람의 취향이, 나아가 그 시절의 세월이 담겨있고, 그런 아카이브의 도시에서 패션은 좀처럼 죽지 않는다. 


https://youtu.be/4p8YtChaLS4

yonawo는 함께 음악을 하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 이름. 시작은 'yonawo군을 잠시 빌려둘까나'였다.


** 애초 이 '매거진'의 그림이었던 뉴스 발신 폼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기존의 글들은 조금씩 성격에 따라 자리를 이동할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1~2주 단위로 제가 만난 예쁘고,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게으른 부지런함으로 갱신하려 합니다. 목표는 저와 맞는 취향의 '너'를 만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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