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와 에리카, 피는 때때로 '사람(랑)'보다 진하다.
#근래 일본을 가장 수선하게 했던 두 개의 사건을 꼽자면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카라타 에리카의 불륜, 그리고 마츠자카 토오리와 토다 에리카의 결혼일 것이다. 어쩌다 내가 모두 좋아하는 혹은 호감을 갖고있는 배우들인데, 고작 가십임에도 시대의 기울어진 저울추는 여지없이 작동해, 지금껏 카라타 에리카는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는 출연중이던 '병실에서는 염불을 하지 말아주세요'에서 2화부터 하차, 영화는 19년 작품 '치어 남자'의 작은 조연이 마지막. 반대편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잡음은 있었지만 세 편의 영화가 무사히 공개됐고, 올해에도 이미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성차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종종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카라타 에리카의 텅 빈 2년의 시간이 차별, 그 참혹한 공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혼. 사실 너무나 다른 질감의, 어찌보면 정반대의 이야기인데, 일본에선 마츠자카-토다의 결혼이 하나의 '화해'로 이어질 거란 말들이 나온다. 요는, 히가시데의 아내였던 (와타나베) 안의 소속사는 톱코트, 카라타 에리카는 FLaMme 소속. 각각 마츠자카 토오리와 토다 에리카의 소속사이기도 하다. 어차피 구설수의 가십같은 이야기들이지만, "히가시데의 불륜으로 톱코트와 프라무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결혼이 화해의 계기가 될 거다"고 한 연예 관계자는 말한다, 사돈 아닌 사돈을 멀리만 할 순 없다는 이야기인가. 카라타 에리카는 올 1월 카메라 전문지 '일본 카메라'에 mirror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며 복귀의 조짐을 알렸고, 혈연 중심의 사회에서 비지니스는 이상한 화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도 좀 혈연 중심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마츠자카 토오리와 토다 에리카는 한 명의 배우, 그리고 두 소속사의 내일을 구원한 걸까. 그러고보니 토다 에리카와 카라타 에리카, 둘은 이름이 같고, 피는 때때로 '사람(랑)'보다 진하다.
# 욕심을 버렸을 때 광고는 아마 가장 광고다워진다. 가장 목적 주도형 표현일 광고에 목표를 버리라는 건 애초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만, 광고에 크리에이티브가 태어나는 건 직접 화법이 아닌 둘러서, 말하듯 말하지 않는 듯, 부정으로 긍정을 말하고, 글자를 닮은 이미지거나 그림의 꼴을 한 활자가 메시지를 채울 때다. TV를 켜고 BTS의 안마 의지나, 모델만 바뀔 뿐 매번 머리만 감는 모 샴푸 광고를 보고 하는 말은 아니고, 매년 새해가 찾아올 때 타카라지마는, 이상한 쌩뚱맞은 아마 가장 욕심 없는 광고를 만들어낸다. 1971년 설립된 출판사 '타카라지마'의 책도, 잡지도, 만화도 팔 생각이 없는 겁없는 광고. 2021년에도, 타카라지마는 모두 3종의 타블로이드 판형 비쥬얼 광고를 일제히 공개했다. 카피만 읽어보면 '당신들은 화가 나지 않는가(君たちは、腹が立たないか)', '폭력은 실패한다(暴力は、失敗する)', 그리고 불필요한 밀접 접촉을 의식한 조어 '넷쵸리코, 안돼(ねっちょりこ、ダメ).' 동조 압력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 코로나의 뉴노멀, 그리고 코로나 피로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일까. 이는 각각 서로 다른 일간지와 주간지에 게재가 되었고, 홍보 마케팅 담당자는 "매체의 성격, 독자의 층을 고려해 적합한 비쥬얼을 구분해 발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욕심을 버린 광고에 남는 건 '전달의 의지' 뿐. 크리에이티브는 역시나 돈이나 레퍼러이나 뷰수 같은 게 아닌, 진심, 전달의 센스에서 발휘된다.
"상품으로 전달할 수 없는, 기업으로서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신문을 통해 발신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업 광고를 계기로 사회에 의론이 퍼져가기를 기대하고, 그래서 저희 광고에 대한 찬반양론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저희의 기업 광고를 보신 분들게 '의견 교환, 커뮤니케이션의 게기가 되어주길 바라는 의도를 갖고 시작한 기획이기도 합니다."
-잡지부 국장 겸 마케팅 홍보 담당 세키카와 마코토
.
커뮤니케이션, 대화의 게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시지, 표현의 마침표는, 내가 아닌 너, 수신자, 리액션이 시작하는 자리이곤 하다.
#도쿄의 '오늘'을 좇는 길에서 쿠마 켄고는 어쩌면 그 자체이기도 해서, 매일 1쿠마를 하고있는 듯한 요즘이다. 알려지기로는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개축하는 '(신)국립경기장-지난 11월 경기장 전모를 공개하며 정식 명칭을 '국립경기장'으로 확정했다-'이 그의 2020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래 쿠마 켄고의 건축은 지금의 도쿄, 아니 앞으로의 도쿄를 모색하는 하나하나의 실험, 그 실천이기도 하다. 애초 국립경기장 조차도 올림픽이 아닌 2019년 럭비 월드컵을 준비하며 만들어지기도 했다.(그런 면이 더 크다고 공식적으로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지금의 쿠마를 이야기하면, 묘하게 코로나 이후의 건축과 이어지고, 10여 년 전 해외에서 국내 일본으로 거점을 옮긴 그의 행보는, 내게서 가장 가까운, 집으로 돌아오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구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쿠마는 한 인터뷰에서 올림픽 겨기장과 관련, 자신은 '올림픽이 아닌 이후를 설계했다'고도 말했다. 축제와 승리의 심볼이 아닌, 도시를 울리던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의 건축. 2020 도쿄가 불발된 지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1인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그는 그런 시간 속에 있지 않다.
나무를 통한 자연과의 연결, 불확실성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재난 시대의 오늘. 일본의 시계 브랜드 세이코와는 지난 10월 공방의 60주년을 맞이해 스튜디오 작업을 했는데, 바람과 나무, 그리고 하늘이 맞닿는, 시간의 모델이 산자락 한 켠에 고요하게 자리한다. 공방을 소개하며 제작된 영상은 스위스 시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임에도 일개 장인 한 명의 목소리로 시작하고, 공방이 위치한 '시즈쿠이시'란 곳은 사계가 매우 선명한 곳이라고도 한다. 세이코의 브랜드 철학은 창업 당시부터 150년간 'the nature of time.' 세월을 머금은 시계 하나가 바람부는 산들에서, 눈 내리는 들판에서,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유영하는 산골에서 태어난다. 공방은 최근 쿠마의 작업대로 대부분 목재로 완성됐고, 쿠마는 "나무는 시간에 따라 세월의 맛이 스며들고, 불규칙하고 정해지지 않은, 예상불가한 자신의 모습을 만드어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불확실성 앞에서 당황하는 오늘이 아닌, 불확실한 하루를 살아가는 유연한 태도. 에전 한 책에서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간을 보는 건 그만큼 불안함의 대한 반응이란 구절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매일같이 확인하는 손목의 시계를 내려놓을 때 우린 자연의 불확실한 시간 안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내 안의 감각과 숫자를 서로 비추어보면서 작업을 해요." 나무의 결을 닮은 장인의 한 마디가 물방울(雫)과 돌(石)의 소리처럼 들렸다.
*그저 가끔 '완벽한 오후'가 찾아온다면...
*뉴스레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