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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Oct 17. 2021

코로나도 3년이면 세월이 되나요?

너에게 보내는 이야기, 그곳에 가을이 찾아왔(나보)다. 




#01 Different state of Mine


Give me a reason and I will hold your
Strawberry-flavored lightning bolt
Like everybody else
I can't reach the counter, but I feel tall
You're standing naked in your overalls, tonight
I'm someone else

It was a different state of mind
A different state of mind
A different state of mind
A different state of mind


https://youtu.be/Y2CM6Gyfyjs


#02 잠들지 않는 도시의 상냥함


근래 '동네 슈퍼마켓'으로서의 자리를 확장하기 시작한 무인양품은 신쥬쿠 5분 거리의 두 점포를 리뉴얼하며 도심 속 자동판매기를 공개했다. 근래(코로나 이후) 자동 판매기는 사람을 경유하지 않는, 더불어 비용상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대안으로 전에 없는 베리에이션을 보여주지만, 무지가 신쥬쿠의 점포 두 곳을 재단장하며 설치한 자판기는 기본,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도 물건을 산다' 이 한 줄에 압축되어 있다. “비상시에 필요한 물건과 기본적으로는 콘비니 감각으로 갖췄습니다.” 손님을 잃은, 영업 시간을 빼앗긴 곳에서의 자판기는 ‘비상시의 하루'가 되어주지만, 비상시의 하루를 위해 준비하는 자판기의 24시간은 일상, 그 한복판에 들어선다. 모두 5대 중 3대는 지난 4월 펫트병에서 알루미늄 캔으로 변경한 음료 위주로 채워졌고, 나머지 2대는 일상의 기본 잡화 용품들. 그 중엔 ‘네코쿠사 재배(猫草栽培) 세트'라는 용품도 판매중인데, 고양이의 소위 헤드볼 배출을 유도하는, 도와주는 용도라고 한다. 비(非)고양이인으로서 난 잘 모르겠지만 무인양품의 숨은 인기상품. 그들의 고양이 인구를 생각하면 일상이란 나와 너를 함께 아우르는 그림임에 분명하다. 참고로 2개 세트 990엔.


#03 “책방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책방이 사람에게 다가가면 돼요"


'시부야 OO 서점'에 조언을 주고 있는, 동시에 '공동체 책방' 운동의 시초 키치죠지의 '북 맨션', 책장 하나하나가 곧 책방이고, 책장의 주인은 누구나, 그렇게 가장 살아있다.

시모키타자와의 책방 B&B를 10여 년 운영하고, ‘책의 역습', ‘앞으로의 책방 독본' 등 국내에도 몇 권의 저서가 번역된 우치누마 신타로는 일본에서 1세대 북 디렉터라 불린다. 내가 ‘북 디렉터'란 직함을 처음 안 건 3년 전 쯤, ‘분끼츠'를 취재하면서였는데, 어제는 레터를 발행하며 그 ‘북 디렉터'의 0세대 쯤 될법한 하바 요시타카 씨의 스토리를 조금 인용했다. ‘아오야바 북센터' 록뽄기 본점의 서점원으로 시작, 록본기가 서브 컬쳐 중심의 ‘마을 활성화'를 시작하던 무렵 ‘매거진 하우스'의 창업자 요시카와 지로의 회사에 입사, 이후 록본기 지역에 책방을 만드는 작업을, 도쿄(아마 일본)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었던 매장 ‘TSUTAYA TOKYO ROPPONGI(현 ‘록뽄기 츠아야 서점')의 프로듀스까지 거치며, 일상 속 곳곳 ‘책과의 일상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는 책 중심 크리에이팅 집단 ‘BACH’의 대표. 2008년 일본의 인물 다큐멘터리 방송 ‘정열대륙'은 하바 요시타카 편을 제작・방영하며, ‘직함이 없으면 방송이 어렵다’는 말을 그에게 건넸는데, 하바의 대답이 ‘도서관도 책방도 만들고 편집 일도 하고있으니 ‘북 디렉터' 정도는 어떨까요?였다. ‘북 디렉터'란 신종의 직함이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

'시부야 OO 서점' 내부. 변형이 가능한 구조로 D&D의 호텔, d-jeju를 만들었던 나카사카 죠의 '스키마 건축계획'이 공간 디자인.


책, 그리고 책방의 이야기는 레터를 시작하고 아마 10번은 넘게 발행한 것도 같은데, 해도해도 끝이 없이 이어지고, 파도파도 그 새로움은 여전하다. 기사를 읽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일은 왕왕 있었지만, 11월 오픈하는 시부야의 ‘공동체적 책방', ‘시부야 OO 서점'을 이야기하며 마무리용으로 간략히 인용하려 했던 하바 요시타카 씨의 이야기는 그런 나를 다시 또 ‘일 하다 울게 했다.’ “책방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책방이 사람 곁에 다가가면 돼요.” 그는 도서관, 책방의 작업 뿐 아니라, 회사, 거리, 병원, 심지어 동물원에도 책방(라이브러리) 작업을 하고, 근래엔 안도 타다오가 지어내고 있는 ‘어린이 도서관'의 공간 디렉팅을 해오고 있다. 책이란 하나의 완결이 아닌, 하나의 시작. 다른 책과의 관계와 맺음, 그런 이어짐으로 확장하는 세계의 시작이라고, 그의 일(삶)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전할 것인가 또한 무척 중요하다 느껴요.” 소위 문맥이란 책과 책 사이의 관계 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건 곧 나와 너, 지금과 그 때, 이곳과 여기 사이의 활자를 경유한 화학 작용. 이번 레터는 4천 권이 돌연 사라진 ‘아마죤 사건’으로 시작했는데, 책이 있어야 할 자리. 난 그 답을 어쩌면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책방은 책방이라 책방이다. 



#04 모든 레터는 아마, 내일을 바라본다


후지모토 소우의 도쿄와 미래의 파빌리온/ 해체를 앞두고 있는 쿠로카와 키쇼의 나가킨 캡슐 1실, 블루보틀 1호점과 미래의 콘비니. 그리고 무라카미 도서관 내부


피치 항공은 행선지를 고를 수 없는 ‘여행 캡슐'을 자판기에 넣어 판매하고, C2C, OMO 시절 백화점은 위기라 하지만 그곳엔 또 다름의 내일이 시작된다. 오래 전 오사카에서 난 한신과 한큐 백화점을 구분하지 못해 한참을 헤매기도 했는데(둘은 우메다 중심가에 명동 롯데와 신세계 보다 가까이 위치) 뭘 그리 배불리 많이도 먹었는지 뚱뚱한 건물이 한신, 점잖고 단아한 고딕 양식의 빌딩이 한큐. 실제 판매하는 것도 신세계 명동 본관과 애비뉴엘을 뺀 롯데 본점과 유사하다. 안그래도 ‘재개발'에 시끄러운 지금 도쿄(일본)이지만, 코로나로 다시금 바라보게 된 일상 탓인지 ‘리뉴얼'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소식들. 


자하 하디드와 카리모쿠가 만났을 때, 가장 내밀한 자하의 건축이 그곳에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이번 레터는 자연스레 코로나 지난 2년 여의 ‘정산’ 같은 뉴스가 많이 보이고, 어떤 황망한 내일도 어느새, 어느덧 어제가 되어간다. 시부야 아마 가장 높은 곳에 문을 여는 히카리에 8층 ‘시부야 OO 서점'은 정식 문을 열고 ‘나가오카 켄메이의 서재'로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 OO란 빈 자리는, 너의 것이기도 하고 나의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이 도착하는 자리이다. 요가 인스트럭터의 ‘시부야 카라다 서점', BTS 팬이자 평범한 회사원의 ‘시부야 아미 서점’, 치즈 bar를 운영하는 점주의 ‘시부야 치즈 서점'...OO을 남겨둔다는 것, 그건 코로나 황망함의 시절을 보내며 우리게 알게된 빈 자리의 교훈은 아닐까. 공간 설계는 나가사카 죠의 ‘스키마 건축 계획', 그곳의 모토는 ‘예정부조화.' ‘알 수 없음'을 산다는 건, 내일을 준비하는 아마 오늘의 최선이다. 


✤ 도쿄에 비친 너와 나의 이야기,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https://maily.so/tokyono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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