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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an 08. 2021

002_가끔은, 영화처럼 살아보기

'영화'라는 몽상, 혹은 '사람'이라는 '전환'



아르바이트 하는, 코로나 시절의 카타기리 하이리



카타기리 하이리는 좀처럼 지나칠 수 없는 배우다. 독특한 생김새 탓에 쉽게 개성파 배우로 불리곤 하지만, 그녀가 언제 한 번 별나게 튀거나 독특한 역할을 한 적은 없다. 늘 평범한 하루 속에 있었고, 걷다 마주치는 풍경 어딘가를 지나갔다. 그래서 종종 별 일 없는 일상의 실은 그렇지 않은 템포를 느끼게 하는지 모른다, 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대부분 드라마의 작은 조연, 영화의 감초거나 엑스트라처럼 소비되는 일이 많지만, 카타기리는 한 인터뷰에서 '저는 출신이 어디냐고 물으면 영화라고 답해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 그저 친구를 만나듯, 집밖의 산책을 가듯 영화를 살고있다. 얼마 전 일본에선 코로나 이후 카타기리가 동네 작은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뉴스가 나왔고, 영화는 때로 2시간 안팎의 극장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걸어나오기도 한다. 일본에선 영화 표를 검수해주는 일을 '모기리'라 부르고, 카타하리는 20년 넘는 베테랑 모기리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단 몇 초 '역할'을 부여받는 자리. 그야말로, 딱 배우 카타키리 하이리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고, 자주 찾는 바가 있잖아요. 사람에 따라서는 킷사뗑일 수도, 카라오케일수도 있고. 저에게는, 그게 영화관에서의 모기리. 별 대단한 얘기는 아니지만요.(웃음)"


듣는 영화와 2020의 쿠보즈카 요스케



곰표가 패딩을 만들고, 꽃게랑이 옷이 되거나 뉴트로란 말이 횡행하는 가운데 '레트로' 그 말의 향수를 기억하는 건 역시나 어떤 드라마거나, 컬쳐 사람의 시간 속에서다. 우스개 장난인 줄만 알았던 브랜드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마케팅은 사실 헤리티지 브랜드의 오랜 전략이기도 했고, 스파 브랜드 '갭'이 아닌 60년대 히피 무브먼트 그대로를 재현한 신주쿠 '갭'을 이야기하면서, 한 기자는 '메종 브랜드들은 취재를 할 때마다 역사의 중요성을 귀가 닳게 강조한다'고도 말했다. "가치의 기준, 우리의 내일을 결정하는데 레거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역사의 어떤 오늘, 그런 현재 진행형. 때로는 우려먹기 식의 히트를 위해 호출되기도 하지만, 역시나 시대에 반응하는 건 그 시대의 '동시대성'이다. 쿠보즈카 요스케의 IWGP, IWGP의 쿠보즈카 요스케. 나이의 앞자리가 슬쩍 바뀌어버린 날, 그의 오랜 영화를 봤고, 아마존이 제작을 발표한 '듣는 영화' 1탄의 주인공은 내가 알던 그 '킹', 90년대의 이케부쿠로 한복판의 쿠보즈카 요스케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40대 중턱의 배우. 그의 시간을 새삼 곁에 두고 싶다 생각했다. 뉴트로란 말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지만, 어제를 잠시 데려오는 레트로는 종종 내가 아는 이름이 되곤한다. 



지난 11월 아마존 재팬은 오디오북, 음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들의 'audible'을 통해 '보는 영화'를 발신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세 편으로 예정된 일본 첫 오디오 콘텐츠 중 첫 작품이고, 츠츠미 유키히코와 쿠보즈카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모두 12편의 시리즈 물이기는 하지만, 영화관 찾기도 조심스러워지는 시절에 작은 데스크탑 앞에서 다운로드를 기다리며 보곤했던 쿠보즈카 요스케를 OTT 오디오 서비서, 팟캐스트로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이럴 때면 심심하면 튀어나오곤 하는 레트로, 뉴트로와 같은 말이 무색해지기만 하고,돌이켜보면 사실 모든 레트로란 어딘가에 남아있던 지난 시절을 어떤 변덕에, 실증난 나머지 잠시 돌아보고 있을 뿐인 이야기다. 팟캐스트란 건, 오디오 콘텐츠란 그저 오래 전 라디오가 실천하던 일들의 다름이 아닌가. 세상 묘연하게 느껴지는 요즘 나는 시절을 타고 들려오는 쿠보즈카 요스케의 연기가 재회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내일이 보이지 않을 때 뒤를 돌아보라는 말. 이건 뉴트로도, 레트로도 마케팅 부스러기도 아니고, 그저 또 한 번의 '만남'을 위한 애씀, 그런 오늘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 쿠보즈카 요스케는 요즘 '장활동'에 매진 중이다. 



"저는 1.5식을 해요. 아침은 야채 주스와 수제 두유 요구르트로 0.25. 점심은 무조건 좋아하는 걸 먹으면서 1. 그리고 밤에는 장에 부드러운 뿌리 야채나 발효식품, 해초를 가볍게 섭취하면서 0.25. 사람들은 공복을 네가티브하게 느끼지만, 공복을 느낄 때 내 몸은 지금 건강을 향해간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지지 않나요. 소화 작용에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이 무슨 황당무계의 이야기인가 지만, 그저 기분의 전환. 오래 전 그에게 닥친 사고와 시련의 시간을 떠올리면 아픔에서 일궈낸 교훈. 더 오래 전 IWGP의 킹, 쿠보즈카를 생각하면, 세월을 머금은 어디에도 없을 자유분방의 청춘이 오늘을 사는 법. 


'위기는 찬스'라는 닳아빠진 진부함의 문장을, 나는 그 앞에서 조금 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IWGP의 머나먼 내일이라면, 분명.


https://youtu.be/89qMiaC_Z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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