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live'의 生의 시제를 찾아서.
지난 3월 보려고 했던, 정확히 이야기하면 보고 싶었던 미츠메 ミツメ의 라이브는 불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에 취소가 되었다. 어차피 바다 너머, 비자도 막혀버린 통에 갈 길도 없는 주제에 난 이상한 '안심'같은 걸 하고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얄팍한 '안심', 흉한 이기심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났지만, '어차피 할 수 없으니까'로 외면되는 '현실'이 계속 이어져갔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9월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조심스레 공연을 한다며 다시 공지를 알려왔고, 타이틀은 autumn camp가 되어있었다. 어느새, 가을이 지나갔다.
꼴랑 라이브 하나 보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건 그 무렵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연기가 되어나 취소가 되거나 없던 일이 더어버린 나약한 '어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본에선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취소된 라이브만 1천 건이 넘는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어쩌다 1년이 지나 일본의 '음악 출판 협회'는 그간의 미완의, 혹은 마스크를 쓴 라이브 공연 실태에 대한 결산을 내놓았다. 무관중 공연이 250, 관중과 함께 한 공연이 7100. 총 동원 관객은 230만 명. 확진자는 제로, 0명이었다고 한다. 분명 좋은 소식일텐데 맘껏 편하지 않은 건 우리는 이미 많은 걸 알고있어서겠지. 라이브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일이 있을까. 근래 빠져있는 참 나른하고 달콤하게 우울한 yonawo는 3월 말 도쿄에서, 4월 초 오사카에서 지난 해 중지됐던 '만회 공연'을 갖는다.
그리고, 아래는 몇 가지 '희극'에 관하여.
요즘 공연을 하지 못해 연기하고 중지된 라이브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와중에 사람이란 할 수 '없음'을 '있음'으로 만들언낸 기나긴 역사를 밟아왔다. 근래의 나와고는 꽤나 먼 문장이지만, 사카나쿠션의 야마구치 이치로가 아마 누구보다 가장 덜 당황하고, 가장 빨리 정신 차려 코로나 시대의 음악, 라이브를 궁리하고, 심지어 '지속'을 위한 계산기까지 두드리고 있는 걸 보면 새삼 인간 참 유구하다 느낀다. 그는 온라인 생중계이기에 제한된 것보다 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돌려 대대적 제작비를 쏟아가며 단 1회 콘서트를 치른 바 있다. 지난 8월 진행중이던 투어 'SAKANAQUARIUM 暗闇'가 '연기'의 늪에 빠지자, 야마구치는 재빨리 온라인 상에서의 공연을 기획해 조금도 양보없이, 오히려 그들의 인장과 같은 화려한 비쥬얼과 오감을 동원한 시청각적 장치를 총동원해 '연기'의 늪에서 벗어났다. 타이틀은 코로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SAKANAQUARIUM 光', 암흑에서 빛으로의 전환. 어쩌면 음악의 힘이라 생각했다.
사카나쿠션의 이 온라인 콘서트는 일본 최초로 기록됐고, 티켓값은 4500엔에, 팬클럽 회원에겐 500엔 할인과 하루 먼저 선공개의 특혜가 주어졌다. 그리고 8월 15일 그 딱 한 번이었던 공연은 바로 다음 주 일주일간 아카이브 상영으로 이어졌다. "스태프들 인건비나 그간의 공연 제작 시스템을 생각하면 아직은 온라인에서의 생존에 확신을 할 순 없지만, 온라인이기에 해볼 수 있는 (표현적) 시도랄지, 이점도 상당히 많다는 걸 해보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단 한 번 했던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여러번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공연 스태프들에게 라이브의 횟수란 곧 입금의 횟수와도 연결된다는데, 그곳에 음악은 끝이 난 것인가, 이어지는 것인가.
또 하나의 예로, 지금 전세계 온라인 상에서는 스피츠의 라이브가 개봉중이다. 이 역시 코로나 이후 연기를 면치 못한 전국 투어 공연이 하염없이 한숨만 뱉어내다 찾아낸 궁여지책인데, 1500엔을 지불하고 스피츠의 라이브 영상 작품을 구매하면, 종이 티켓, 팝콘 박스, 그리고 편한 감상을 도와줄 핸드폰 거치대가 특전으로 붙어있다. 작품명은 '고양이 집에서의 어둠녘(猫地ぐらの夕べ)' 지난 11월 도쿄 가든플레이스에서 열렸던 단 하룻밤의 공연을 그대로 담고있다. 영화도 아니면서, 극장 개봉도 아닌 주제에 뭘 이리 다 구색을 차리나 싶지만, 쓸모를 잃었던 종이 티켓은 영화가 아닌 음악(라이브)에서, 그러니까 자리를 옮겨 새로운 쓸모를 만난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궁여지책'의 상영에 나름의 행색을 갖춰준다. 새삼 '영화란 무엇이?'같은, 기억을 들추게 한다. 흔히들 '집콕' 생활을 이야기하는데, '집콕'에서 시네마를 차릴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티켓도, 팝콘 박스도, 거치대도 직접 프린트해 조립해야 하는 거지만, 어쩌면 이런 게 '집콕' 엔터테인먼트랄까. 사연을 품고 보는 스피츠의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아'가, 정말 좀 날 수 있을 것 같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