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 실험
#어제이야기
책을 출판하고 두 달 정도가 흘렀다. 시작을 했을 땐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도 되지 않았고, 원고를 넘기고는 출판을 기다리기도 기다리지 않기도 했던 것 같은데, 모든 게 끝나고 난 뒤 그건 조금 헐벗은 모습을 들킨 것도 같아, 성급히 많은 '가면 놀이'를 해야만 했다. 고마운 사람들, 그런 말들. 부끄러운 사람들, 그런 말들. 실은 그저 조금 큰 마감일 뿐인데, 마감이라면 10년을 넘게 했는데 뭐 그리 다르다고, 여전히 난 이 '마감 후'의 시간이 모르겠다. 어쩌다 20년이 끝나고 21년이 시작해버린 해.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인 것만 같은 1년. 그리고 하필이면 마흔을 바라보는 21년. 그제 쯤 보았던 오오모리 타츠시의 인터뷰에서 그는 알듯 모를 듯 알듯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면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만들면 재밌다, 지루하다 이런저런 소리를 듣게돼요. 그런 말에 기쁘기도 성질이 나기도 하죠. 단순히 기술로 승부하는 거라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저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기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으면 상처받고, 재밌다고 하면 매우 기뻐요."
나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똑같은 1일이면서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12월 31일같은 걸까. 근데 이거 드라마 '이토군 AtoZ' 속 가상의 나에 대한 이야기랑 좀 닮은 건 아닐까. 그래도 알 것 같은 건 말하지 않아도(그렇게나 많이 써놓고도;;) 알아주는 사람들, 그런 말들에 사람은 가장 행복해지곤 한다. 정현 에디터 님 감사드려요. 그리고 난 말할 때의 손동작도 참 작구나. 다음번 '나'는 좀 더 커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제꾸는꿈
긴자의 '소니 파크'는 7년의 '내일'을 남겨둔 채 2018년 오픈했다. 1966년 지어진 8층짜리 빌딩의 50주년, 소니의 80년을 기념하며 진행된 공사였지만, 그 마지막은 완성된 오늘의 하루가 아니었다. 전체가 아닌 부분을 해체하고, 긴 공사 기간의 날들을 함께 살아가며 소니는 현재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공원의 형태로 운영되고, 오는 25년 90여 년의 역사, 그 첫 장을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D&Department는 올해 지난 해 20년을 맞이했는데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던 오쿠사와에서 이사를 결정하며 새 터에 대한 후보지를 공모하기 시작했고, 하라 미술관은 지난 1월 12일 46년의 막을 내렸지만 작품의 상당수가 군마현 시부카와 시에 위치한 또 하나의 하라 미술관으로 옮겨져, '하라미술관 ARC'로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 도쿄엔 수많은 어제가 이별을 고하고 그렇게 수선한 요즘이지만, 어느 시절이 저물고 또 시작하는 무렵의, 보이지 않던 '사이'의 시간이 꿈틀대고 있다. 저무는 하루와 시작하는 하루.
나는 언제 시작됐을지 모를 두 편의 이야기를 지난 해 말 마무리했는데(책의 출판이 하나의 마지막이라면), 그 보이지 않는 '이후'의 시간이 좀 낯설기만 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을) 소니 파크, 하라 미술관, D&Department의 이야기를 이렇게 줄줄이 굳이 늘어놓은 건, 아마 내게 보이지 않는 나의 시간이 어쩌면 그곳에 보이지는않을까 싶은, 비치고있지는 않나 하는, 막연한 기대같은 건지 모른다. 내게서 나아가면서 내게로 돌아오는 것들의 예. 문득 뉴스 레터를 발행하자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쓰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순간 '레터'라는 건 뭘까라고 쓸모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며칠 전 밤 정지돈과 금정연 씨의 대화에서 둘은 '서간'에 담긴 (건전한) 욕망같은 걸 이야기했는데, 어쩌면 이건 그저 지속하기 위한 욕심의 시작이다. 프리랜서란 이름으로 분류되는 삶을 시작하고 어떤 직책도 없이 텅 빈 명함을 들고 걷는 날을 산다는 건, 때론 외롭고 때때론 더 외로운 시간이라, 다짐에 다짐을 더하는, 결국 남는 건 재미없고 두껍기만 한 하드커버 '다짐집(集)'밖에 되지 않는 삶이기도 했다. 만리를 가고도 제자리에 머무는 오늘과 오늘같은 날들. 종종 인사이트 소개같은 걸 해보면 어떠냐는 몇몇 지인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말들이 내 것이 되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고, 때로 그건 계절이 되기도 한다. 나는 최대한 무게를 빼고, 최소한의 비관으로, 최적의 '사이', 그 후의 시간을 또 하나의 '다짐'으로 기록했다.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마녀 배달부 키키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만큼의 '귀여움'을 바라고 시작하는 '레터'이기는 하다. 첫번째 주제는 '코로나와 아날로그.' 아날로그(의 몰랐던 쓸모), 아날로그가 그립고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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