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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ul 20. 2017

07.20

그래봤자 나의 생각.

하려던 머리가 말도 안되게 30분만에 끝나서 무얼할까 방황하던 중 냉모밀을 파는 가게를 발견. 식권을 끊는 시스템이라 줄을 서있는데 전화기가 없어진 걸 알아챔. 이놈의 가방은 안에 주머니 하나 없어 물건이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데 역시나 핸드폰은 없음. 놔두고 온 곳은 미용실 밖에 없다고 생각해 땀을 뻘뻘 흘리며 되돌아 갔더니 입고 온 릭오웬스 나시는 땀에 젖어 민망한 모습이 초래됨. 다행히 핸드폰은 계산대 위에 고스란히 있음. 다시 냉모밀을 먹으러 땀을 또 뻘뻘 흘리며 찾아 가는데 있어야 할 곳에 가게는 없고 내 맘은 에라이 모르겠다의 상태가 되어버림. 바뀐 건 색깔과 조금은 짧아진 기장밖에 없는데 왜인지 머리가 영 아니다 싶은 게 오나전 여름날 헥헥대는 강아지 꼴. 쓰고 온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시 걸어가는데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냉모밀을 파는 또 다른 가게를 하나 발견. 들어감. 슬로우 푸드가 어쩌구 저쩌구 써있고 물과 국물이 셀프인 곳. 슬로우 푸드란 말이 무색하게 냉모밀은 금새 나옴. 근데 뭔가 유부 비슷한 게 모밀 위에 둥둥 떠있음. 카라아게임. 내 생전 처음 봄. 뭐든지 섞고 보는 음식 문화 좋지 않다고 생각함.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엔 뽀빠이의 '영화와 책 이야기' 연재물을 엮어 단행본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보고 SNS에 올리려 사진을 저장해놨는데 사진과 원본 글이 사라짐. 요즘 이런 일이 왕왕 있음. 마치 세상이 이편과 저편으로 나뉘어 누군가 날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듬. 그래봤자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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