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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ul 30. 2017

Please Like Me

미숙하고 서툴며 어리숙한 어느 마음에 관하여

어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자꾸만 생각나는 건 못생긴 내 얼굴 뿐, Rubbish. 그러니까 매순간에 충실하지 못한다. 제목부터 사랑스러운 드라마 <Please Like Me>를 봤다. 드라마는 자신조차 케어하지 못하는 이들이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다치고 상처받으며 그럼에도 애쓰고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조쉬는 게이인지 아닌지 사이에서 아리송하게 걸쳐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을 드러내는데 있어 너무나 미숙한 캐릭터고, 꽤 오래 사귄 것처럼 보이는 톰과 니브는 헤어지지 못해 힘들어진 커플이며, 조쉬의 아빠 앨런은 이혼한 아내인 로즈에게 아직도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마음의 대상인 로즈는 쉬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에 이성을 잃곤 한다. 하지만 이 미숙함, 서툼, 어리숙함이 모이고 엉키면서 드라마는 삶의 한 자락, 진실은 아니지만 그럴것도 같은 어떤 자락을 보여준다. 나는 이 드라마를 사랑하기로 했다.  


로즈는 수면제와 약을 과다 복용해 병원에 실려간다. 의사는 퇴원 후에는 누군가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그 누군가에 해당될 수 있는 건 아들 조쉬와 언니 페그 뿐이다. 하지만 로즈와 페그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다. 안보고 산 지가 꽤나 됐다. 그럼 이제 남는 건 조쉬 뿐이다. 하지만 조쉬는 주저한다. 엄마에 대한 애잔함과 너무나 현실적이게도 귀찮음이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조쉬는 결국 엄마와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못지않게 그저 귀찮은 마음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모든 역할을 다 훌륭하게 수행해 낼 순 없다. 더불어 이 드라마에는 삶의 아이러니도 숨어져있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된 로즈는 이제야 언니인 페그에게 기댄다. 페그가 로즈의 집으로 와 살게되고 둘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둘은 원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자매다.



<Please Like Me>는 외로움에 관한 드라마다.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조쉬 토마스는 인물들의 뒷모습, 그림자, 그리고 혼자가 됐을 때의 싸늘함을 애정어린 손길로 감싸안는다. 운전이 험하다고 신고를 당한 페그가 홀로 자동차 안에서, 자신의 그 덜컹거리는 자동차 안에서, 술병을 잡고 고독에 빠졌을 때, 조쉬가 남자 친구였던 제프리와 헤어지고 기분을 전환하고자 들른 클럽에서 만난 남자가 자신이 얼린 콜라를 사러 간 사이 어딘가로 가고 없어졌을 때, 로즈가 운전을 하다 이혼한 남편인 앨런에게 새로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드라마는 슬프지만 따뜻한 선율로 인물들과 함께 있는다. 그러니까 제목인 'Please Like Me'는 서툴고 서툰 고백이자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말이다. 드라마를 완성하는 건 조쉬의 캐릭터다. 자신의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는 그는 매 순간 가장 편안하고 친숙한 (한 때 여자친구였지만 이 역시 연애였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클레어와의 관계 속으로 피신한다. 하지만 나는 이게 사랑스러워 보였다. 일단은 내가 그랬기 때문이고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혹은 가지고 있었던 어리숙함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제프리에게 다시 사귀자고,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그 말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Please Like Me', 드라마는 이 말 한 마디를 위해 애쓰고 눈물 흘리며 다치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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