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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ug 06. 2017

무표정한 도시의 음악

무심하지만 애잔하고, 무표정해보이지만 애달프다.

도시에는 도시의 음악이 흐른다. 팝적인 템포 안에 아날로그의 향수를 품은 씨티 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70년대 일본에서 시작돼 세련되고 모던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티 팝은 이후 외면 받으면서 사어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금 도시의 무표정에 애수를 느끼는 청중이 늘어나고 있다. 시티 팝을 처음으로 들은 건 2000년대 초반 대학 시절의 어디 쯤에서였다. 전주 영화제의 공연 참석차 방한한다는 람프(lamp)의 소식을 보고 왜인지 모르게 노래를 찾아 들었고 그대로 빠져들게 되었다. 소메타니 타이요, 나가이 유스케, 사카키바리 카오리 등 세 명의 남녀로 구성된 소프트 팝 밴드 람프는 애잔한 멜로디와 생활을 시로 쓴 듯한 가사로 마음을 적시는 음악을 노래한다. 특히나 가녀리고 청초한 사카키바리 카오리의 목소리는 지친 도시의 희미한 생기를 표현한다. ‘사치코(さちこ)’를 비롯 16mm 카메라로 찍은 듯한 PV 역시 도시의 뒷모습, 도시의 지친 마음을 비추는 듯 애처롭지만 아름답다.


시티 팝을 얘기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록밴드 해피 엔드(ハッピーエンド)다. 마츠모토 타카시의 가사로 더 유명한 이 밴드는 상실의 정서가 어린 향수가 묻어나는 멜로디와 가사로 무심하고 애달픈 도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들의 ‘바람을 모아서(風をあつめて)’란 싱글은 2003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삽입 되기도 했는데 타국에서의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가 해피엔드의 노래를 선택했다는 게 꽤나 자연스레 보인다. 더불어 이들의 가사는 1971년 발매된 앨범 <카제마치 로망(風街ろまん)>의 이름을 따서 ‘카제마치 류’라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키린지 역시 시티 팝으로 분류되는 아티스트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음악을 시티 팝이라 말하기도 했다. 은유와 상징이 많이 담긴 가사는 시와 같고 우울한 정서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멜로디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이루지 못함, 실패의 조각을 노래가 구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는 마음을 노래한다. 그리고 마음이 하나 둘 쌓여 나갈 때 그 마음은 도시를 그려낸다. 시티 팝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마음이 퇴적되고 응축되어 있는 게 아닐까. 무심하지만 애잔하고, 무표정해보이지만 애달픈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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