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KOREA 2018 학회 참관 후기
둘째 날 오후에는 이니션의 전 진영님께서 강연하셨습니다. 발표 내용은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UI/UX 개발 프로젝트 소개 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고려 대학교 산학 협력단, UI/UX 전문 회사 이니션을 비롯한 5개 기관이 협력해 진행 중입니다.
<그림 1> 발표 현장 사진
2018년은 프로젝트가 3차 연도에 접어드는 해라고 합니다. 2차연도까지는, 시니어의 인지 능력을 분석하여 특성에 따라 구분하였습니다. 이를 반영한 UI/UX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습니다. 3차 연도부터는 이를 적용한 데모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라 합니다.
스마트 시니어는 어떤 사람을 지칭할까요? 강연에 따르면, 전후 산업 발전을 경험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까지 출생자)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까지 출생자)입니다. 동시에 디지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은퇴 후에도 활발한 소비와 여가 활동을 즐길 것으로 예상하는 계층입니다.
2017년, 한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었습니다. 통계청은 8년 뒤에는 이 비율이 20%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대해, 고령 인구의 신체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UI/UX 기반을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2-1. 인지 반응 측정 가이드라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는 시니어의 인지 반응을 분석하고, 사용자 유형을 추론하는 단계입니다. 우선 자료를 수집하고, 비슷한 집단을 묶어서 알고리즘 화합니다. 이를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에 적용합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 컴퓨터 공학, 의과 대학이 인지 반응 지표와 분석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그림 2> 모델링 데모, http://www.ndsl.kr/ndsl/search/detail/report/reportSearchResultDetail.do?cn=TRKO201700000054, p. 151
연구 방법은 주니어 10명, 스마트 시니어 50명의 감각, 운동, 인지 능력을 측정하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Tap 과제로 손가락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기술, 뇌파 측정으로 언어중추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다음으로 비슷한 집단을 묶어내는 스마트 시니어 모델링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주의집중, 지각능력, 시각-운동 협응 능력, 단기기억 능력과 같은 데이터를 클러스터링 방법을 이용하여 비슷한 사용자 군끼리 모델링하는 방법입니다. 3,000 명 이상의 프로 파일 데이터를 확보하여 데이터 기반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2-2. 시니어 UI/UX 가이드라인
이니션에서는 시니어 맞춤형 UI/UX 가이드라인 개발을 맡았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에서 문헌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주요 기업의 Accessibility 매뉴얼, 49개국의 표준 문헌을 참고하여 공통된 내용을 뽑아낸 것입니다. 중요한 원칙을 잡고, 거기에 따르는 대표 사례를 덧붙여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였습니다. 강의 때 소개해주셨던 내용 중 흥미롭게 들은 원칙 3가지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내비게이션
고령자는 일반 성인보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빠른 조작, 세밀한 조작이 어렵습니다. 많은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움직이는 드롭-다운 메뉴는 고령자가 원하는 타깃에 정확하게 클릭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클릭해야 하는 대상의 크기가 작을수록 오류가 많아집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내비게이션 메뉴는 마우스의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롤-오버 형식의 메뉴와 스크롤이 많은 페이지는 피하고 마우스 조작 없이 서브 페이지에서 세부 카테고리를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인터페이스에서는 탭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 대해 쉬운 터치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영역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림 3>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사례,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p.65
(2) 스크롤
젊은 사용자는 스크롤을 하면서 동시에 읽는 경향이 있지만, 고령의 사용자는 화면을 스크롤 하지 않고 정지한 상태로 정보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 화면을 간략하게 구성하여 페이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이전,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이콘을 일관성 있게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스크롤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상단으로 바로 이동하는 아이콘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그림 4> 페이지 방식을 이용한 뉴스 레이아웃,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p.224
(3) 색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시니어는 전통적 시니어보다 시각 기능의 저하가 미미하기 때문에 식별도 보다는 심미도 위주의 색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시력이 저하하기 때문에 인지성 높은 색상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며 다음 표에 연구 결과에 따른 인지성 높은 색상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림 5> 인지성 높은 색상 표,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p.157
또한, 황록색과 적갈색의 식별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33%, 황색과 청색의 식별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59%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를 고려하여 고령자를 위한 제품 및 서비스에서 두 가지 색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1) 과도한 배려는 불편
주의해야할 점은 고령 사용자는 과도한 배려를 오히려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폰트의 크기를 필요 이상으로 키우거나, 모바일 홈의 앱 아이콘을 3 x 3으로 키우는 것을 세련되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림 6> 3 x 4 방식과 4 x 5 방식의 홈 아이콘 레이아웃,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p.169
현재 사용되고있는 '시니어 모드', '이지모드'라는 단어 역시, 노인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고 합니다. 젊은 층이나 노인층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느낌을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림 7> 알바천국의 중장년 알바,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p.205
(2) 프로젝트 의의,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해외에서도 고령자를 위한 UX 가이드라인은 개발되었지만, 인지 능력 지표를 바탕으로 각 프로 파일에 맞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기존에 없었다고 합니다. 전 진영 님께서는 가이드라인이 국내 주요 기업들과 공공기업들에서 고령자를 위한 제품 및 서비스 설계에 활발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목표로 가이드라인 자체의 유용성을 검증하여 맞춤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3차 연도까지 진행할 계획이라 하셨습니다.
[참고 자료]
(1) 임희석 (2016), 『스마트 시니어세대의 문화향유를 위한 인지반응 맞춤형 UI/UX 기술 개발』, 고려대학교., http://www.ndsl.kr/ndsl/search/detail/report/reportSearchResultDetail.do?cn=TRKO201700000054
(2) 류동석, 전진영, 이명열 외 (2017),『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I/UX 가이드라인』, 이니션., http://data.inition.kr:4080/Smart_Senior_UX_guideline.pdf
카카오 뱅크를 총괄하여 기획한 고정희 님께서 마지막 날 오전에 강연하셨습니다. 고정희 님께서는 이 강연에서, 카카오뱅크의 사용자 경험을 기획하고 서비스가 출범하기까지 2년간의 여정에 대해 공유해주셨습니다.
<그림 1> 카카오 뱅크 홍보 영상 중 캡처, https://www.facebook.com/kakaobank.official/videos/vb.1792899207659154/1926543220961418/?type=2&theater
카카오뱅크는 2015년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터넷 전문 은행 예비 인가를 받았습니다. 2년 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27일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합니다. 출범 당일 24시간 동안, 카카오뱅크에서 사람들이 개설한 계좌 건수는 24만 건이었습니다. 이는 2016년 한 해 동안 시중 은행에서 개설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 15.5만 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입니다.
카카오 뱅크의 서비스 기획팀은 시작 단계에서 ‘은행업이란 무엇이고, 인터넷 전문 은행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은행의 역사를 공부하여, 업의 본질을 정의하였습니다. 그 뒤에, 카카오뱅크만의 새로운 관점으로 은행과 돈을 재해석하였습니다. 카카오뱅크가 내린 결론은, 인터넷 전문 은행이란 ‘디지털 머니 컨테이너'라는 것입니다. 사회 집단 중 은행만이 유일하게 돈을 보관하는 임무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1)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고, 그 비용으로 금리 혜택을 제공하자.
카카오 뱅크는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지점이 없습니다. 시중 은행들이 영업점을 거점으로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카카오 뱅크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인건비, 임차료와 같은 고정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절감된 비용으로 금리나 수수료를 인하하여, 사용자에게 혜택을 돌리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림 2> 카카오 뱅크와 시중 은행 예금 및 대출 금리 비교
(2) 뛰어난 사용성으로 기존 금융권의 벽을 넘자.
카카오 뱅크 기획팀은, 서비스 이용 시간, 즉 사람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기획하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뱅킹 서비스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것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냅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절차를 없앴습니다. 이 과정에 관하여 뒤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3) 모바일로만 사용하는 은행
기획팀은 오로지 모바일 하나로 서비스하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팀 내에서도 토론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시중 은행은 영업점, PC 뱅킹, 모바일 뱅킹 채널로 고객과 소통합니다. 하지만, 카카오 뱅크 기획팀은 PC와 모바일의 사용성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스마트폰의 사용률은 91%로, PC와 노트북 사용률인 73%를 웃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채널 하나에 집중하여 카카오 뱅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고정희 님은 향후 AI 스피커, 구글 스마트카와 카카오 뱅크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1) 불필요한 것 버리기
기획팀은 초기 단계에서 ‘이 절차가 꼭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계좌 비밀번호를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는 그동안 계좌에 비밀번호가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기획팀은 계좌 비밀번호가 꼭 필요한가, 이에 관련된 규제가 있는가, 그 규제는 타당한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카카오 뱅크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없앴습니다. 이렇게 당연한듯하지만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여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합니다. 모바일 앱 ID/PW, 공인인증서, 계좌 비밀번호. 다른 은행에는 있지만, 카카오뱅크에 없는 것들입니다.
<그림 3> 카카오 뱅크와 시중 은행 홈 화면 비교. 왼쪽부터 카카오 뱅크, 기업은행, Paypal, Barclays
(2) 공인인증서
공인인증서가 이제 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2014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조항이 삭제되었습니다. 이제 은행은 자율적으로 보안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인인증서 사용하기 이전, 은행은 각자 고유한 인증 체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은행 각기 다른 인증 체계가 불편해졌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가 개발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컴퓨터 사용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ActiveX 플러그인을 설치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맥에서 호환이 잘 안 되어 불편함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아졌습니다. 카카오 뱅크에서는 공인인증서나 OTP 인증을 사용하지 않고 이를 핀 번호 입력, 패턴 잠금, 지문 인식 등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림 4> 카카오 뱅크의 지문 인식, 패턴 인식, 비밀번호 화면.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ntpitapat&logNo=22106552318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카카오 뱅크가 관례를 깬 것이 은행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생체 인증을 올해 아니면 내년부터 허용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3) 설득하기
비대면 계좌 개설 시 본인 인증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 이체 방식과 역 이체 방식입니다. 정 이체 방식은 시중 은행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른 은행에서 현금을 이체받아 인증하는 방식입니다. 역 이체 방식은 역으로, 다른 은행 계좌에 1원을 이체해 인증받는 방식입니다.
<그림 5> 정 이체 방식과 역 이체 방식 계좌 인증 비교 화면, 출처: https://androidappsapk.co/detail-%ED%82%A4%EC%9B%80-%EA%B3%84%EC%A2%8C%EA%B0%9C%EC%84%A4/,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pacecw&logNo=221065276528&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정 이체가 아닌 역 이체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하면 사용자가 넘겨야 하는 화면이 6페이지 이상 줄어듭니다. 초기 금융위원회는 카카오 뱅크 측에 정이체 방식으로 본인 인증을 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이에 논리적으로 질의하며 왜 역이체 방식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물었습니다. 끈질긴 설득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관철하였습니다.
2년간의 여정에서 카카오 뱅크 기획 팀이 집중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은행이 편리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2) 카카오 뱅크의 서비스 경험을 업계의 기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카카오 뱅크는 2017년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앱 스토어에서 최우수 앱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의 모바일 앱도 개편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가 은행 서비스의 사용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카오 뱅크가 앞으로 카카오 톡이라는 국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 페이, 카카오 택시 등과 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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