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 들어오신 분들은 퍼소나를 활용하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씽킹, UX 교육에서 다루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퍼소나'는 디자인 업계에서 보편화되었습니다. 퍼소나가 1995년 소개된 이래 2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그 이후 많은 회사들이 퍼소나를 디자인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퍼소나에 회의감을 가지는 회사도 증가 했는데요. Invision에서는 '퍼소나가 당신의 제품을 망치고 있나요?'라는 비판글을 발행했습니다. Slack의 전 제품 디렉터 역시 '퍼소나는 쓰레기다'라는 글을 썼고요. Microsoft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퍼소나를 비판하고, 내부에서 사용하는 '퍼소나 스펙트럼'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회의감을 가지는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퍼소나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사용자 리서치에 기반을 두긴 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가설을 입증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가설과 현실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가정을 세운다.
(2) 퍼소나는 행동을 유도하지 않아 (not actionable) 실용성이 떨어진다. 퍼소나를 만들면 우리는 사용자를 안다는 착각에 빠져, 실제 사용자 목소리를 듣는 것을 게을리하게 된다.
퍼소나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부분은 보완하고, 장점은 발전시키면 디자인 의사 결정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퍼소나는 목적에 맞게 변형,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퍼소나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에는 다른 분야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퍼소나는 퍼소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디자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도구입니다. 퍼소나가 모든 상황에 적절한 도구인 것은 아닙니다. 빠르게 사용자를 만나서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며 의사결정을 조정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반대로 퍼소나가 꼭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실제 사용자를 만나기 어려운 경우들이 그러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제품 컨셉을을 만들 때, 사용자 스펙트럼이 다양하여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때, 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때 등입니다. 필요한 상황이 존재한다면 도구의 단점을 보완하여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퍼소나를 보완하는 방법, 특히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다른 학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경제, 심리, 의학 등 다른 학문에서도 퍼소나와 유사하게 사람들을 유형화 혹은 군집화하는 툴이 존재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사람들을 적절하게 분류하여 각 사람 유형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접근하기 위함 입니다.
온라인 게이머를 유형화하는 클러스터링 연구 (심리학 저널)
예를 들어, 교육 심리학에서 학습 태도로 학생을 분류하고 각 유형에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제공하자는 연구가 있습니다. 의학에서는 행동 특성으로 고위험군 환자 유형을 분류하고, 각 환자가 어느 나이대, 직업군에 많은 지 파악하여 각 고위험군 유형에 예방 차원의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연구가 있습니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에서 사람들을 유형화할 때는 주로 정량 분석법, 특히 최근에는 잠재 계층/프로파일 분석(Latent Class/Profile Analysis)을 활용하는데요. 유사한 특성을 지닌 개인들의 잠재집단을 찾아내고, 통계적으로 다양한 적합지표를 제시함으로써 잠재집단 도출의 객관적 집단 분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참여한 사용자 조사에서는 홈비짓 인터뷰, 온라인 서베이의 결합을 통해 퍼소나의 설득력을 높여 보았습니다. 두가지를 조합하면 퍼소나의 설득력이 높아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성 조사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는데, 정량 조사는 전체 흐름을 분석하는 데 용이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개별과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와 같은 정성 조사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용자를 둘러싼 삶을 관찰하고, 어떤 맥락에서 제품을 사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직접 사용자를 만나서 사용자의 동기와 목표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꼬리지어 던질 수도, 태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서베이 등 정량 조사는 사용자 전체 경향을 파악해, 큰 그림을 보도록 도와줍니다. 나이, 성별, 거주 지역 등 사용자의 인구통계적 분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 군을 분류한다면, 사용자 군마다 인구 통계적 특성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품과 관련해 전체 사용자가 선호 경향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전체 사용자를 분류할 때, 고객 군을 가르는 중요한 특성을 분석합니다.
서베이와 조합하여 조사를 진행하면 인터뷰만 진행할 때보다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통계적 신뢰도가 높아지고, 내용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조사 대상자 숫자가 증가할 수록 통계적 신뢰도는 높아지는데, 대체로 정성 조사보다 서베이 등 정량 조사에서 응답자 숫자를 확보하기 용이합니다. 사용자 인터뷰 대비 1명 당 리크루팅 비용이나 조사 시간이 비교적 적기 때문입니다.
내용의 정확도도 높아집니다. 정성, 정량 조사의 발견점을 서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서 발견한 내용을 분석해 사용자에 대한 가설을 수립하고, 가설을 정량 조사를 통해 검증할 수 있습니다. 조사하면서 놓쳤을 수도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못 본 사용자 특성을 서베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두 가지를 조합하여 조사를 설계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 제가 참여한 퍼소나 정의하기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 해볼까 합니다. 프로젝트는 제품 사용자 군 혹은 퍼소나를 정의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전체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에 대한 초기 가설을 세웠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리크루팅하고, 어떤 관점에서 인터뷰를 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제품 사용 행동, 구매 태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변수가 무엇인지 리서치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구매 및 사용 행태가 사용자 삶의 단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싱글, 결혼, 자녀 출산 및 양육기, 자녀 출가 후 등 삶의 단계에 따라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크게 달라진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인구 통계적 특성(나이, 성별, 지역), 주로 사용하는 제품, 생애 단계를 조합하여 리크루팅 조건에 반영했습니다.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제품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을 파악하고, 사용자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제품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배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제품을 다르게 인식하고, 다른 기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정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 군 혹은 퍼소나를 정의하였습니다. 퍼소나와 각 퍼소나의 사용 시나리오를 근거로 제품 컨셉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베이를 통해 정성 조사를 통해 구분한 사용자군을 검증하였습니다. 각 사용자 군이 전체 사용자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각 사용자 군은 어떤 인구 통계적 특성을 가지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온라인 서베이는 크게 3가지 섹션으로 구분하여 설계하였는데요. 1번째는 응답자의 나이, 소득 수준, 거주 지역 등 인구 통계 특성을 확인하는 용도였습니다. 2번째는 응답자가 어떤 사용자 군에 속하는 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으로 구성하였는데요. 정성 조사 때 확인한 사용자 군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를 30개 질문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3번째는 응답자가 제품 관련 미래에 어떤 선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하였습니다. 2번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검증 용도로 사용 되었는데요. 30가지 질문을 요인 분석을 통해 의미있고 공통성을 가지는 변수끼리 묶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추출한 요인을 바탕으로 군집 분석을 하여, 몇 가지 사용자 군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고 각 서베이 응답자는 어떤 사용자 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 군을 나누고, 1번째와 3번째 섹션에서 정보를 토대로 각 사용자 군이 어떤 인구 통계적 특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어떤 제품 선호 성향이 있는 지 구분해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인터뷰와 서베이를 조합하여 퍼소나를 분석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합니다.
프로젝트 별로 기존에 쓰던 방법이 적합하면 그 방법을 사용하고, 적합하지 않다면 기존 방법을 조합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리서치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적지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탈 수도 , 택시를 탈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교통 상황, 기후, 목적지, 내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이동 수단도 달라집니다. 목적지,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조사 방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마다 타겟 시장, 제품 단계, 조직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편안한 방식으로만 조사하기 보다는 제가 익숙하고 편하지 않은 방식이여도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흩어진 데이터를 잘 관리하면 제품 개발, 개선, 홍보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용자 데이터는 사용자의 행동과 태도를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현재는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활용이 비효율적이라 느꼈습니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기존 조사를 반복하기도 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조직이 크고, 사용자가 많고 제품 기능이 다양할수록, 데이터는 많고 복잡해져 관리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반복해서 사용자 니즈를 충족하듯, 퍼소나 역시 반복 검증을 통해 타겟 사용자 군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Rapid Prototyping, Rapid Testing은 사용자 반응을 자주, 빠르게 반복 검증해서 제품을 개선하는 프로세스입니다. 반복을 통해 이 제품이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것인지 확인합니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빠르게 개선하고, 다시 검증하여 사용자 니즈에 더욱 근접합니다. 퍼소나라는 툴에도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Rough Prototype같은 퍼소나를 만들고, 정성 조사를 통해 검증하고 특성을 뽑아내고, 정량 조사를 통해 특성을 검증하고, 종합 분석 내용에서 다시 리크루팅 조건을 만들어 프로세스를 반복하면 퍼소나가 점점 타겟 마켓에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논문
- 잠재 계층 분석을 활용한 한국 노인의 건강증진행위 유형화와 영향요인 분석
- 잠재 계층 분석을 활용한 관상동맥질환 위험요인의 유형화
기사/블로그
- Invison Blog, Are Personas Ruining your Product?
- MeasuringU, How to Make Personas more Scientific
- Latent Class Analysis in M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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