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 파크: 일본 최초의 길거리 운동 체육관으로

by 재현


환생을 믿는다면, 망설일 수도 있겠지. 다시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대충 할 수도 있고. 난 내가 한 일들을 되돌아보겠지만 후회하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 인생은 한 번뿐이고, 난 최대한 즐기면서 살 거야. 관 속에 누워서 쉴 때, 내 주먹은 자부심으로 꽉 쥐어져 있기를 바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삶을 살았다고 확신하면서

George Morikawa 『はじめの一歩 (더 파이팅)』


2025년 2월, 일본 최초이자 유일한 칼리스데닉스 체육관인 카무이 파크(Kamui Park)를 방문해 현지의 선수, 일본인들과 오사카에서 운동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칼리스데닉스(Claisthenics)는 축구나 테니스처럼 주류스포츠는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나 맨몸만으로 근력과 균형을 훈련할 수 있는 자유로운 운동입니다. 스트릿 워크아웃, 즉 길거리 운동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공원이나 거리 등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체중의 한계마저 뛰어넘는 낭만있는 운동입니다. 그 속에 단련된 몸과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동작들은 단번에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매력에 반해, 이 스포츠는 제게 가장 사랑하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 낭만을 느끼는 스포츠를 향한 일본 체육관에서 만난 이들의 뜨거운 열정은 제게 가장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스트릿 워크아웃 이야기



제가 맨몸 운동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수능이 끝난 직후입니다. 운동을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모든 헬스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집 앞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거나 러닝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에 입대했고 할 일이 없어 운동 유튜브를 보던 중, 한국의 이준명 님이라는 선수와 러시아의 Ramazan이라는 선수의 영상을 접했습니다. 이런 스포츠도 있구나라는 걸 알고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칼리스데닉스에 완전히 빠져서 개인 정비 시간에는 선수들의 운동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곤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입문해 고난도 동작들도 도전해 보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체급에 비해 근질과 코어힘이 뛰어난 저는 이 운동에 유리한 조건을 타고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헬창을 방불케 하는 피지컬을 얻었습니다.



칼리스데닉스는 제게 어떤 것보다 가장 즐거운 취미입니다. 노력한 만큼 정직한 성장을 체감하고 잡생각을 비우고 단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절대로 안될 것만 같던 동작들이 어느 날 성공하면 무엇이든 이겨나갈 수 있다는 자존감과 성취감을 줍니다. 언제 어디든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현실에서 벗어난 세상에 있단 감각과 낭만이 들기도 합니다. 대회에 나가 수상도 해보고 저처럼 이 운동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유튜브나 인스타로만 보던 유명 인플루언서나 선수들과도 교류하며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거나 기술도 배워보며 가까워졌고 그중 가장 친한 동생과 일본의 카무이 파크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위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에 서 계신 분이 바로 한국 대회에도 참여했던 일본 유일의 칼리스데닉스 체육관, 오사카 카무이 파크의 관장님이신 카무이 상입니다.



おおさか (2025.2.10)



오사카 호스텔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주말에 카무이 파크를 방문했습니다. 생각보다 외딴 근교에 있었고 덩그러니 컨테이너가 놓여있었습니다. 체육관 이용료는 하루 약 2,600엔이며, 일본에서 유일한 체육관이라 그런지 은둔 고수들이 많았습니다.



칼리스데닉스는 철봉에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다이나믹과 힘 위주의 정적인 운동인 스태틱, 기본기·근지구력 위주의 종목으로 나뉩니다. 이분은 일본 다이나믹의 남바완이라 불린다는 슈도 상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도 보고 앉아서 쉬면서 다른 일본인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보냈습니다.



평행봉에서 임파서블 딥스라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카무이 상이 다가와 우리는 이렇게 훈련한다며 갑자기 고무 밴드를 들고 다가오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을 부르더니 저희 셋이서 쉬지 않고 점점 탄성이 강한 밴드로 바꿔가며 무한 루틴을 반복하며 혹독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저녁에 파티가 있다고 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그 파티가 아니라 운동 대결이었습니다. 약식 대회길래 얼떨결에 저도 참가했는데 1분 동안 할 수 있는 동작을 선보이며 퍼포먼스를 하면 되는 형식입니다.



전 진작에 탈락했고 치열한 접전 끝에 타케시타 상이 우승했습니다. 타케시타 상은 무려 마흔 살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고 단련된 몸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는 슈도 상이나 티카라 상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 선수들처럼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연습하며 화려한 퍼포먼스와 고난도 기술들을 선보이는 건 어렵겠지만, 타케시타 상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오랜 시간 꾸준히 단련을 이어가는 모습을 제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Instagram: take0918_sw

대회 후 피자와 함께하는 진짜 파티가 있다고 해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 호스텔 체크인 마감 시간 때문이 동생과 먼저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나가는 길에 일본 칼리스데닉스 챔피언인 티카라 상이 피자를 싣고 차를 타고 오던 중 딱 마주쳤습니다. 아쉽게도 오프 파티에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함께 동기부여를 주고받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멋지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들의 실력보다도 즐기는 마음과 열정에 더 감명을 받고 온 날입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도 같은 스포츠를 사랑한단 공통점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든 날입니다. 특히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단련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 타케시타 상의 모습이 깊은 인상으로 남기도 했고 제 롤모델로 삼기도 했습니다.


칼리스데닉스를 하면서 순수하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이 과정 자체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언젠가, 유럽이나 미국의 어느 광장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해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온몸을 다해 땀 흘리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동교인재상: 찬란함보다 내 몫을 사랑한 호롱불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