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에서 디지털노마드, 리모트 워크, 워케이션까지
최근 나는 꽤나 다양한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강원도 바다를 배경으로 일을 하거나 카페에서 전시하고 있는 친구의 그림을 보며 일을 하고, 종종 움직이는 기차나 차 안에서 일을 한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세상이 고도로 발전해준 덕분이고, 내가 그것이 가능한 직업을 가진 덕분이다.
어렸을 적 들었던 '프리랜서'는 나에게 희망 같은 존재였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처럼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일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때 학생에게 ‘자유’란 언제나 갈망의 대상이었고, 단지 자유롭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이든 선망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노트북으로 꽤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졌고, 금세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가 일종의 유행처럼 들렸다.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도 이메일을 열어볼 수 있게 됐고, 달리는 기차에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언제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자유일까.
전염병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우리는 일종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우리는 시대를 거듭하며 자유를 대변할 수 있는 업의 형태들을 만나왔다. 일과 자유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의 시대는 이것이 꽤나 가능하게 여겨진다.
요즘 주변에서는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단어는 계속 변해왔지만, 이런 단어들에 내가 가슴 뛰는 이유는 편하지 않았다. 지정된 공간을 벗어날 수 있다는 워케이션의 전제는 프리랜서, 디지털노마드, 리모트워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일이 휴식이 되는 삶이라. 그것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모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있던 작업실도 정리하고 카페를 전전하며 일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됐다. 어차피 매일 카페에서 일할 것 같으면, 더 다양한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일하면 어떨까? 과연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것을 자유로울까? 나는 실제로 이러한 자유로운 일의 방식이 가능한지가 궁금해졌다.
내가 느낀 이 삶이 좋은 이유는 시간과 장소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그로 인해,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자연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영감이 있다는 것 뭐 그런 것들 때문이다.
나는 일과 자유를 사랑한다. 세상은 계속 변할 것이고 이것이 동시에 가능한 사회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또 다른 단어가 유행하며 나를 가슴 뛰게 할 것이다. 나는 전화 한 통에 어디서든 노트북을 펼쳐 일을 하지만, 어쩌면 이제 이런 업의 형태가 진정 자유가 맞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