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는 어디에서 사라지는가

자동화 이후의 공백

by Jaehyun Shin

자동화는 늘었는데, 왜 다시 열면 더 헷갈릴까?


Minimal_abstract_system_architec__1767227409.png 얇은 선과 점으로 연결된 추상적인 구조 다이어그램


프로젝트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열었을 때,

이상하게도 늘 비슷한 순간에 멈칫하게 된다.


자동화는 분명 더 많이 되어 있다.

버튼은 늘었고, 흐름도 정리돼 있다.

다시 실행만 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손을 얹는 순간,

이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처음에는 기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동화가 덜 돼서,

설정이 부족해서,

아니면 도구를 잘못 골라서라고.


그래서 더 만들었다.

더 나눴고, 더 연결했고,

더 많은 작업을 버튼 하나로 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멈췄다 다시 돌아올수록

복원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그때부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은 남아 있는데,

왜 판단의 흐름은 남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분명히 많은 결정을 내렸다.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지,
왜 이 순서를 택했는지,
왜 이 지점은 자동화하지 않았는지.


그 순간에는 모두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이유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다.


이걸 개인의 문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억력이 나빠서일까.
정리를 못 해서일까.
문서를 안 남겨서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문서를 만들고 있다.
회의록도 있고, 산출물도 있고,
자동화된 로그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사고를 복원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


이 지점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문제는 자동화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사고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자동화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우리는 실행을 고정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판단이 흘러간 경로를 고정하는 데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다시 추적해야 하는 일이 더 잦아진다.


이 시리즈는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도구를 소개하기 위한 글도 아니고,
빠른 해법을 정리한 안내서도 아니다.


대신,
자동화를 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먼저 설계했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었던 사고의 구조를
하나씩 되짚어보려 한다.


이 글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다음 글에서는,
기록은 분명히 남아 있는데
왜 설명은 함께 남지 않는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