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이후의 공백
자동화는 늘었는데, 왜 다시 열면 더 헷갈릴까?
프로젝트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열었을 때,
이상하게도 늘 비슷한 순간에 멈칫하게 된다.
자동화는 분명 더 많이 되어 있다.
버튼은 늘었고, 흐름도 정리돼 있다.
다시 실행만 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손을 얹는 순간,
이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처음에는 기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동화가 덜 돼서,
설정이 부족해서,
아니면 도구를 잘못 골라서라고.
그래서 더 만들었다.
더 나눴고, 더 연결했고,
더 많은 작업을 버튼 하나로 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멈췄다 다시 돌아올수록
복원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그때부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은 남아 있는데,
왜 판단의 흐름은 남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분명히 많은 결정을 내렸다.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지,
왜 이 순서를 택했는지,
왜 이 지점은 자동화하지 않았는지.
그 순간에는 모두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이유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다.
이걸 개인의 문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억력이 나빠서일까.
정리를 못 해서일까.
문서를 안 남겨서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문서를 만들고 있다.
회의록도 있고, 산출물도 있고,
자동화된 로그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사고를 복원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
이 지점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문제는 자동화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사고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자동화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우리는 실행을 고정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판단이 흘러간 경로를 고정하는 데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다시 추적해야 하는 일이 더 잦아진다.
이 시리즈는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도구를 소개하기 위한 글도 아니고,
빠른 해법을 정리한 안내서도 아니다.
대신,
자동화를 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먼저 설계했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었던 사고의 구조를
하나씩 되짚어보려 한다.
이 글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다음 글에서는,
기록은 분명히 남아 있는데
왜 설명은 함께 남지 않는지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