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30일 만에 글을 쓰는 나의 게으름을 보면서 이전의 나의 글에 대한 애정을 재해석하게 된다. 내가 어떤 행위를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은 몇 개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고민하는 것보다 고민하지 않는 것에 대한 행위에 집착하게 되는 330일 이후의 지금이다.
너무 바빠서, 너무 힘들어서라고 나를 합리화하며 지난 시간을 되새겨 보면 이미 나는 세월을 머금었고 이후에 지금 보다 괜찮아질 나를 갈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 한편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이 되길 바라고만 있다.
이번 글은 영화 '스펜서'에 대한 글이다.
파블로 라리인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인 영화 '스펜서'를 보게 된 이유는 2022년에 나 스스로에게 생각을 집중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줄거리에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라는 글을 봤을 때 항상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알려줄 것만 같았다.
'스펜서'는 영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잉글랜드 왕비인 '앤 불린 2세'의 비극이 이 영화를 전개하는 클리셰이다. 실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하여 영국 일대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전통과 역사 뒤에 숨겨진 왕족이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잘 알려주었다.
주인공 다이애나 스펜서는 잉글랜드 왕비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였으며 나를 사랑하지 않은 남편(찰스 왕세자)의 아내의 역할을 해야 했다. 다이애나는 매 순간 화려함과 고결한 왕비라는 삶을 부정하며 전통과 역사라는 잣대에 매번 헐 뜯겼다.
'스펜서' 영화는 한 개인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가는 길을 얻고자 한다면 얼마나 많은 대가와 간절함이 있어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다이애나 스펜서(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왕비'라는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극 중에서 항상 '다이애나'라고 불렸다가 마지막 앤딩 직전에 '스펜서'라는 첫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영화가 끝나니 사람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마음들이 어떨지 궁금했다. 모든 것이 정해진 다애애나와 반대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면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지만 '설마, 만약, 내일, 내일모레, 내년, 다음 달......'와 같은 미래의 어느 순간을 지칭하는 단어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내일을 대비함과 동시에 불안 속 행복한 희망을 바라보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스펜서'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지금 다이애나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충격 그리고 웃음이에요."
사람이 얼마나 환경의 지배에 나약한지를 드러내는 대사임과 동시에 그런 작은 불안과 자신과 맞지 않은 주변 환경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면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언가를 극복하려고 도전하였으나 그렇지 못했을 때 혹은 결과를 이뤘을 때 우리는 최선을 다했느냐고 질문한다. 질문 속에 있는 '최선'이 가진 사전적 의미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이 질문에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진정으로 내 방향과 행동을 결정짓는 것도 좋아 보인다.
시간은 인간이 만든 제일 냉정한 단위이다. 똑같은 속도로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지만 외면하다 보면 어느새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의 끝점까지 도달한다.
시간의 끝까지 가는 동안만큼 지금 내 마음은 알고 싶었다. 마음속에 멋진 철학, 가치관, 거대한 야망이 아니어도 된다. 나만큼은 내 마음을 알아야 시간에 기대어 내일을 바라보며 내가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고요한 전쟁과도 같은 평일이 지나가고 주말이 왔을 때 영화 '스펜서'를 보며 나만의 생각을 갖는 것을 추천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